칼럼/프리뷰/리뷰 [칼럼] 불안정 택한 김상식 감독, 전북만의 '상식' 재건할 수 있을까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827906&memberNo=6525744

전설더비 칼럼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시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링크 방문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세상은 'give & take'의 원리로 돌아간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침대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멋진 옷을 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포기해야 한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미식축구 감독 폴 브라이언트의 명언이다. 이는 오늘날 미식축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 적용되는 하나의 상식이 됐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적잖은 K리그 팀들이 생존 혹은 성적 상승을 위해 공격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출처 : K리그

 

12팀으로 구성된 K리그1에서는 중위권 팀들조차 강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K리그에서 강등은 지원금 감소와 미디어의 무관심, 그리고 관중의 감소를 의미한다. 강등으로 인한 관중 감소 폭이 수비축구로 인한 관중 감소 폭보다 더 큰 상황에서 섣불리 공격축구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K리그2 팀들의 경우, 모기업 혹은 지자체에 승격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지원금 규모를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그리고 승격에 대한 믿음은 성적으로부터 나온다.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하는 팀이 많아지면 우승경쟁을 하는 팀들 역시 섣불리 공격을 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역습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상대팀이 역습을 이용해 득점을 한 후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통해 골문을 걸어 잠근다면 승점 3점은커녕 승점 1점도 따기 어려워진다.

 

----------------

 

루이스(좌)와 최강희 감독(우) (출처 : K리그)

 

전북 현대(이하 전북)는 달랐다. 전북은 2010년대 들어 K리그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그 중심에는 '닥공(닥치고 공격)'이 있었다. 2005년 부임해 약 13년간(국가대표 감독 차출기간 제외) 전북을 이끈 최강희 감독은 '닥공'을 통해 13년 동안 9개의 우승컵을 가져왔다. 상대팀의 전술이 어떻든 라인을 올려 공격에 집중했기에 역습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화끈한 투자와 화끈한 공격이 조화를 이루자 전북은 성적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2018시즌을 끝으로 최강희 감독이 떠났다. 최 감독의 후임은 무리뉴의 왼팔이라 불리는 모라이스 감독. 모라이스 감독은 2년 동안 전북의 사령탑으로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으나 과정을 통해 팬들에게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공격보다는 점유에 방점을 두며 안정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우승컵을 세 개나 들어올렸으나 '닥공'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그렇게 전북의 모라이스 시대는 끝이 났다.

 

김상식 감독(출처 : 전북현대)

 

2020년 12월 22일, 새로운 감독으로 김상식 수석코치가 낙점됐다. 2009시즌부터 2013시즌까지는 선수로, 2013시즌부터 2020시즌까지는 코치로 전북을 위해 헌신한 김상식 감독이었다. 최강희 감독 곁에서 공격적인 축구의 매커니즘을 몸소 느낀 그였기에 팬들은 '닥공'의 부활에 기대를 걸었다. 김 감독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인터뷰에서 '화공(화끈한 공격)'을 외쳤다.

그리고 지난 27일, 김상식호가 드디어 K리그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FC서울(이하 서울)을 상대로 2021시즌 K리그 개막전을 치른 것이다. 결과는 2 대 0 승리. 김원균의 자책골과 바로우의 쐐기골에 힘입어 기분 좋은 출발을 하는데 성공했다.

 

----------------

 

김상식 감독의 전북은 최강희 감독 시절의 전북과 유사했다. 공격을 포기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많은 팀들과는 달리, 안정성을 포기하고 공격을 추구하는 축구를 선보였다. 공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앞으로 보내는데 중점을 두었고, 측면 활용도를 높여 보다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23분 윙어 이성윤을 빼고 공격수 김승대를 투입해 4-4-2 포메이션을 구축한 것에선 득점에 대한 김상식 감독의 욕심이 드러났다.

 

김승대(출처 : 전북현대)

 

때문에 전북의 축구는 불안했다. 점유 시간이 줄어들자 경합 상황(142회)이 늘어났다. 경합상황이 늘어남에 따라 서울이 경합에서 승리하는 횟수(68회)도 늘어났다. 특히 4-4-2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는 중원지역 내 경합에 있어 서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울은 경합에서 승리할 때마다 역습을 시도했다. 서울의 역습은 날카로웠고, 전북의 수비는 때로 헐거웠다. 나상호, 조영욱으로 이뤄진 서울의 양쪽 측면은 전북을 효과적으로 흔들었다.

슈팅 역시 아쉬웠다. 골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슈팅이 전제돼야 하는데, 전북은 전반 40분까지 단 한 개의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언가를 할 수 있으려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선결돼야 한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실제로 성공한 사례로부터 나온다. 득점은 커녕 40분 동안 슈팅조차 못하는 상황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전북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출처 : K리그)

 

그러나 전북은 불안감을 극복해내고야 말았다. 전북은 계속해서 서울을 밀어붙였고,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동점골로 승기를 잡았다. 몰아붙이는 축구를 상대할 때의 호흡과 세트피스 수비를 할 때의 호흡은 다르다. 서울은 공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좋은 대처능력을 보이며 전북을 위협했으나, 공이 멈춰있는 상황에서 일격을 당하며 무너졌다.

 

----------------

 

2021시즌 K리그 개막전에서 느껴진 것은 2016시즌 K리그 개막전의 향기였다. 2015시즌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전북은 2016시즌 겨울이적시장에서 고무열, 파탈루, 김신욱, 최재수, 임종은, 로페즈, 김보경, 이종호 등 대형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호화군단으로 우뚝 섰다. 2015시즌 FA컵 챔피언 서울 역시 유현, 데얀, 조찬호, 신진호, 주세종 등을 영입하며 알찬 보강을 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축구팬들이 더욱 많은 투자를 한 전북의 우세를 점쳤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서울은 전방의 아드리아노와 후방의 오스마르를 활용해 전북을 공략했고, 전북은 전반전 내내 서울의 공세에 고전했다. 최철순이 아드리아노를 철저히 전담마크했으나, 아드리아노는 최철순을 벗겨낸 한 두 번의 상황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북의 경기력에선 서로 손발을 완벽히 맞추지 못한 모습이 드러났고, 서울의 경기력에선 탄탄한 수비에 기반을 둔 날카로운 공격력이 드러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V8FvnOP2iEU

 

그러나 결과는 전북의 1 대 0 승리였다. 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신욱이 헤더골을 만들어냈다. 전북이 경기 내내 서울을 몰아붙인 탓에 서울은 패배를 면치 못했다.

2021시즌 개막전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서울은 나상호와 조영욱을 활용해 전북을 공략했으나 결국 전북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전북이 서울을 '될때까지' 몰아붙인 탓이었다.

2016시즌 전북은 불미스러운 일(2013시즌 당시의 심판매수)을 저질러 승점삭감을 당했고 K리그1(당시 K리그 클래식) 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륙대회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2016시즌의 전북이 성적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과감한 투자? 개막전 때의 전북은 과감한 투자에도 서울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성적을 부른다는 상식은 불안정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형성된다. 축구에서 공격은 곧 상대 진영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움직임이다. 상대진영의 불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진영에서의 안정성 역시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 그게 'give & take'다.

불안정성은 불안감을 불러오고, 불안감은 붕괴를 불러온다. 공격축구를 하는 팀들이 무너지는 이유도 결국 이 불안감이다. 상대 진영에 대한 공략에 집중하다가 우리 진영에 대한 불안정성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즉, 공격축구를 하면서도 성적을 잡기 위해서는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 전북이 '닥공'의 기조를 유지하며 왕조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불안감을 극복한 덕분이었다. 개막전 때의 전북이 경기 초중반 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몰아붙여 기어이 승리를 따낸 것처럼 말이다.

 

----------------

 

전북현대의 2021시즌 개막전 승리사진(출처 : 전북현대)

 

김상식 감독은 이제 데뷔전을 치른 초보 감독이다. 개막전 한 경기만 보고 시즌 전체를 예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김상식 감독의 성향은 개막전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될때까지 밀어붙이는 축구, 그것이 김상식 감독의 성향이었다. 이는 최강희 감독의 축구와 일맥상통, 아니 사실상 일치하는 것이라 봐도 무방할 듯싶다. 과연 김상식 감독의 축구가 공격도 성적을 부를 수 있다는 전북만의 '상식'을 다시금 증명할 수 있을까.

댓글 1

JAY-Z 2021.02.28. 18:48
오 재밌게 읽었습니다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161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65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38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72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94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34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66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39 27
인기 개좆앰뒤씹기새끼들땜에 깸 1 애빙 18 1
인기 기상 이슬쿠니 7 0
인기 여름 어디갔냐 김병지의꽁지머리 13 0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83 0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19 4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90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31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65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38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도움이필요한동혁 162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72 1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41 6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97 4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감자감자감자 183 1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3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6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4 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140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2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5 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고독한아길이 149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와룡이나르샤 119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9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