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기자석] 홈구장 없는 '유랑민' 신세, 팬들과 재학생들도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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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없어 홈 경기를 유치하지 못하는 수원대학교 대운동장, 선수들, 팬들, 재학생들의 속은 날마다 타들어간다. 학교는 학생들의 돈으로 돌아가지만, 학교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냐고 물어본다면 글쎄올시다.

[수원대학교 축구부 기자단 프라이마크 한영민 기자]

2021년 U리그 개막을 앞두고 수원대학교는 또 다시 깊은 고민거리에 빠졌다. 수원대학교는 학교 운동장에 잔디가 없어 홈 경기를 개최할 수 없고,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타 경기장을 대관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영흥체육공원, 안산 꿈나무스포츠타운 등의 제 3지역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올해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제 3지역 구장을 대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U리그가 창설된 2009년에는 수원대학교도 홈 경기를 개최했었지만, 그 다음 해부터는 홈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되었고 용인축구센터, 영흥체육공원,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다행히 그 다음 해인 2011년에는 영흥체육공원에 자리를 잡아 2018년까지 경기를 치러 왔다. 2017년에는 영흥체육공원의 철거에 대비해 인근 안산 꿈나무스포츠타운에서 경기를 치르는 등의 시도를 하였고, 2018년을 마지막으로 영흥체육공원이 철거되자 2019년부터는 상술했던 안산 꿈나무스포츠타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2020년에는 안산 꿈나무스포츠타운의 폐쇄로 인해 화성 비봉체육공원을 대관하여 홈 경기를 치렀지만 이마저도 여러 가지 문제를 산재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촌락 지역에 위치한 경기장 부지로 인해 접근성이 좋지 않아 관계자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해안과 근접한 경기장 특성상 악천후의 영향으로 선수들이 온전한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없었다.

수원대학교는 입결이나 팀 성적이 비슷한 타 학교에 비해 시설이 열악한 편이다. 용인대학교, 동의대학교 등의 다른 학교는 학교 내 잔디구장에서 홈 경기를 유치하고, 많은 축구부 TO로 두터운 뎁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원대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선수 TO도 적고, 홈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잔디 구장도 없다. 다른 학교의 선수들은 숙소와 인접한 학교 잔디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등 다양한 자기 계발에 힘쓰지만, 수원대학교는 한 번 훈련을 하러 가려면 20-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학교보다 피로가 더 많이 누적되며, 운동장에서의 개인 훈련은 언감생심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대회 성적에 곧바로 직결된다. 수원대학교는 2017년 이창훈, 김지호, 나성은, 정다훈 등 역대 최강의 '황금 함대' 스쿼드를 구축했지만 멀리 떨어진 경기장에서 훈련과 경기를 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었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승점 일부를 놓친데다 리그 마지막 주에 일정이 꼬여 1주일에 2경기를 하게 되는 악재까지 겹쳐 승점 1점이 모자라 단국대학교에게 골득실 차이로 우승을 내주게 된다. 그 이후로도 수원대학교는 이동 거리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인해 2학기만 되면 뒷심이 부족해지는 고질병이 생겼고, 1학기 때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 왕중왕전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손쉽게 왕중왕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도 2학기 때 뒷심 부족으로 왕중왕전 진출권을 놓치기 일쑤다. 

* 번외 - 최근 3년 왕중왕전 진출 실패 원인
2018년 - 추계연맹전 32강에서 2-0으로 이기고 있었으나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패배했고 팀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으며, 홍영기와 이이기가 아시아대학축구대회에 차출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제주국제대와 국제사이버대를 이기지 못해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했다.
2019년 - 신입생 선발 무산으로 인원 수가 15-16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잇따른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추계연맹전에서 전패 탈락, 팀이 완전히 무너졌고 3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승점 1점 차이로 상지대에게 밀려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했다.
2020년 - 훈련장 폐쇄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그 결과 여러 경기에서 경기 막판에 실점을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작년과 동일하게 승점 1점 차이로 군장대에게 4위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내주면서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했다.

홈 구장이 있는 팀들은 재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 너무 부럽다~

홈 경기를 개최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재학생들의 참여도 이끌 수 없다. 실제로 아주대학교, 전주대학교 등의 학교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경기를 보러 오는 재학생들의 열띤 응원을 등에 업고 리그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홈 경기를 개최하지 못하는 학교는 그런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당장 홈 경기를 개최할 때 학교를 거닐다가 '와! 재밌다!'라는 인상을 받은 재학생들을 팬 층으로 흡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경기를 보러 갈 의지가 있는 학생들도 수원대학교에서 안산 꿈나무스포츠타운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경기를 보러 가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고 1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자가용을 이용하면 시간을 30-40분 정도로 줄일 수 있지만 대다수의 대학생에게는 자가용이 있을 리가 없다. 설사 자가용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축구를 보러 가야 해?'라고 생각하면 끝이다. 학교에서 홈 경기를 개최하면 경기를 보러 올 수 있었던 재학생들도 등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서울 모 대학의 몇 학생들은 축구부가 본교와 멀리 떨어진 분교에 있어서 경기를 보러 가지 못한다고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축구부의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대학 리그의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 아주대학교의 홈 경기는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는데, 홈 경기 개최로 재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한 결과 그 동안 축구부와 관련이 없었던 일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축구부 프런트를 결성했고, 다양한 미디어 활동과 여러 가지 행사, 홈 경기 이벤트를 통해 축구부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재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팀 인지도도 높아지고 언론에도 많이 노출되며, 선수들이 자긍심을 갖게 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학교에서 홈 경기를 하지 못해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축구부가 있는지도 모르는 팀들과는 천지차이이다. 그렇게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외면을 받는 팀들이 리그를 구성하게 되면, 대학 리그를 위해 목소리를 내 줄 사람도 없어지게 된다. 최근 '대학 리그 죽이기'로 악명을 떨치는 U-22 룰과 프로 구단의 대학 리그 출신 신인 기피 현상도 대학 리그를 위해 여론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 줄 팬들이 있었다면 이러한 일들을 늦추거나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연세대학교 농구부 감독 최희암이 말한 것처럼, 볼펜 한 자루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스포츠 산업이 살아남은 이유는 스포츠를 지탱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운동장에서 덩그러니 축구를 하고 있거나 구석진 PC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재미있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학 축구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주차장 위에 위치한 수원과학대학교 대운동장.

주차장 건물과 조화를 이룬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잔디 상태도 생각보다 양호했다.

그렇다면 수원대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대운동장에 잔디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5억 정도의 비용이 소비되는 만큼 학교 측에도 부담이 클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같은 재단의 수원과학대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운동장 규격도 알맞고, -공식 규격에 어긋난 선문대학교 운동장을 생각하면 큰 상관은 없지만- 잔디 상태도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이물질 제거와 브러싱을 거친다면 충분히 경기를 개최할 수 있다.

수원과학대학교는 수원대학교와 같은 고운학원 재단에 속한 전문대학교로, 수원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양 학교를 오가는 50번이나 35-1 버스를 이용하면 3-5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자전거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재학생들이 관람하러 오기에도 용이하고, 용인대학교 선수들처럼 선수들이 학교 운동장에 개인 훈련을 하러 갈 수도 있다.

물론 리그 개막이 3주도 안 남은 지금 당장은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수원대학교나 수원과학대학교에서 경기를 치를 날을 기대해 본다.

수원대학교가 속한 3권역에서는 6팀이 경기 장소를 확정지었고, 수원대학교와 국제사이버대학교는 경기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다른 권역에서는 동원과학기술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전남과학대학교, 남부대학교가 경기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작년에 수원대학교와 같은 권역이었고, 수원대학교 인근에 있는 경기대학교는 며칠 전 대운동장 잔디 공사를 완료했고 축구부 학생들을 초대해 화려한 개장식을 열었다. 경기대학교는 2010년대에 일부 선수들이 범죄에 연루되어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 위기를 잘 극복하고 2016 추계연맹전 은메달을 차지하는 데 이어 주장 김찬주가 아시아대학축구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풋살장에서 훈련을 해야 했던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과를 낸 공을 인정받아 잔디 구장을 얻을 수 있었다. 수원대학교도 학교 재단과 교직원들, 축구부가 힘을 합쳐 홈구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당장 올해의 경기 장소가 결정되는 날은 며칠 후인 3월 11일이다. 우선은 경기할 수 있는 경기장을 찾아 대관에 성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건투를 빈다!

 

잔디 좀 깔아줘 고운학원 양반들아...

댓글 2

김용대 2021.03.08. 20:05
영흥공원 철거됐구나;; 어쩌다 18년도에 취재하러 갔었는데 그해에 사라져버렸네
댓글
깐풍기 2021.03.09. 00:27
아는 형이 수원대라 그런가 항상 아쉽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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