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경인더비의 양 구단을 응원하는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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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년 최종전 이후 다시 보는 첫 맞대결이니 축구 외의 뭔가가 개입되는 건 뻔한 일이었습니다. '감정' 이라는 거요. 그래서인지 경기 전부터 설레서 오는 긴장감 대신 기분나쁜 긴장감이 몸을 지배했습니다. 치킨집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본 킥오프 뒤에 그건 더 심해져서 평소 같으면 아깝다고 하고 넘길 찬스도 배로 아쉬웠고, 다행이다 하고 잊을 위기도 훨씬 큰 괴로움을 가져다줬습니다. 

 

식당에 도착해서 본 경기에서는 인천 쪽이 준비를 잘 해왔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반엔 수비 후 역습으로 서울의 체력을 빼고, 후반에 네게바와 아길라르 등 공격에 능한 선수를 투입해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조성환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전반 서울은 무득점했고 후반 초반 인천 측이 경기를 주도했던데다 계속 찬스를 만들었으니까요. 질 것 같았고, 평소엔 아쉬움만으로 끝냈을 그 예상은 자꾸 분노로 흘러갔습니다. 못하는데 지지 않길 원하는 건 욕심이지만 그걸 알고도 조바심이 났습니다. 평생 못 잊을 기억이 있으니 지고 싶진 않았습니다.

 

양쪽 모두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한 이후에도 서울의 공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명된 이후엔 야구에서 파울홈런 다음이 삼진인 것처럼, 오프사이드 다음은 무득점이란 예감이 들어서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보통 슬픈 예감은 틀리는 일이 없는데 기성용이 그걸 부러뜨렸습니다.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인천의 밀집수비는 기성용의 집념과 수비수가 만든 굴절 앞에 주저앉았고, 그 장면은 그토록 이겨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승부를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버렸습니다.

 

경기 외적으로 많은 말이 오갈 수밖에 없는 대진이었고 사람들의 행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더 꺼내고 싶진 않습니다. 여기서 무어라 지껄이든 2020년 10월 31일 사람이 못 할 짓을 한 사람들이 그걸 보겠습니까. 어떤 말을 끄집어내든 오늘 서울 주장에게 사람이 못 할 소릴 한 사람들이 여기 있겠습니까. 없는 사람 머리채 잡는 건 다 의미없는 말이고 행동 아니겠습니까. 혹시나 존재한다 한들, 이 정도만 얘기해도 스스로 부끄러운 줄은 알 것이라 확신합니다.

 

서울 팬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우리는 그토록 원하던, 아니 되지 못하면 다음 수많은 시간들을 실의와 참담함에 빠져 살 것만 같던 인천전 승자가 되었습니다. 경기력 얘긴 나중에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지 못한 이유에 의해 가장 바랄 수밖에 없던 자리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걸로 충분히 마음이 가볍습니다.

 

이곳의 인천 유저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이곳 다수의 인천 유저들은 지난해의 참극에 동조하지 않았음에도, 반대와 참담함을 표했음에도 마음고생에 시달렸습니다. 잊을 만하면 사건의 여파는 계속됐고 그건 오늘 경기 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많든 적든 다른 서울팬들은 여러분의 선의를 믿고 가지는 아픔을 안타까워합니다. 경기는 끝났고 올해 전력상 괜찮은 미래가 있을 테니 잠시만 마음 가볍게 있다가 조성환 감독과 함께, 찾아온 좋은 선수들과 함께 다시 전력질주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다음엔 조금이라도 덜 무겁게 만나면 좋겠습니다.

 

좋으나 싫으나 한 팀이 강등되거나 리그가 망할 때까진 볼 사이일 테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이겨냈기에 더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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