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가해자의 생각과 2차 가해

지난 2월 말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만든 폭로가 있었다. 현직 축구선수 A씨와 대학교수 B씨가 2000년 초등학교 시절 후배 두 명에게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신상은 소속 구단 및 대학의 위치와 같은 기사에 포함된 정보와 네티즌의 검색으로 너무도 빠르게 특정됐다. 이들은 순식간에 성폭행범이라는 입에 담기도 힘든 수식어를 얻게 됐다. A씨와 B씨는 성폭력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계속되는 체육계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대중들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A씨는 스스로 신상을 공개한 채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A씨와 피해 주장 측의 대립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로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2000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배 중 한 명이 2004년 중학교 시절 자신의 후배에게 각종 폭력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논란의 중심인 2000년 사건은 현재까지 각자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어 사실인지 알 수 없다는 것과 다르게, 2004년 사건은 해당 사건을 취재 및 작성한 기사가 있고 학교 측의 징계 사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사건의 가해자라고 해서 다른 사건에서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니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폭로에는 큰 문제가 있다. 2004년 학교폭력 및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00년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본인이 내게 가해한 짓을 자신이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00년 사건 및 피해를 주장하는 폭로문에 담겨 있는 구체적인 범죄 묘사는 그 자체로 2004년 사건의 피해자를 심적으로 매우 괴롭게 하는 2차 가해인 것이다.

 

지목당한 A씨가 유명 선수다 보니 매스컴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도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자료 옮겨쓰기와 2000년 사건 피해 주장 측 인터뷰 그리고 어뷰징은 2004년 사건 가해자의 주장을 과대대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진작 피해를 당하고 그 사실이 드러난 채 괴롭게 살아가던 2004년 사건의 피해자는 또 한 번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2000년 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계속되는 주장과 보도가 폭력 피해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현 상황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가해자의 정치철학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성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정치인의 팬클럽이 사건 이후 클럽 해산 선언문에서 남겼던 말이다. 당연한 상식이다. 타인을 괴롭게 한 사람이 조명받는 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며, 가해자가 어떤 자리에 있든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그런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해자의 주장은 주장을 한 사람에게 상처받은 실제 피해자가 고통받는 와중에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고, 그 주장에는 피해자가 당했던 사건의 내용과 비슷한 묘사가 들어있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유발하며, 피해자는 자신에게 사과 한마디 없던 가해자의 주장과 내용에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해 “16년 동안 한 번도 사과하지 않던 가해자가 폭력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하니 죽이고 싶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돌로 때려야만 가해가 아니고, 성폭행을 저질러야만 가해가 아니다. 말과 글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드는 것도 치명적인 가해다. 피해 주장 측은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렇다 쳐도, 한국 언론은 왜 그리도 2차 가해에 관대한가?

 

댓글 1

데브더킹울 2021.03.18. 00:31
사건의 사실 진위 여부를 떠나 너무 공감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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