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한일전의 재구성① : 협회의 선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051301&memberNo=6525744

결론을 내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결론을 내리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ㅜㅜ

한일전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는데

다음 한일전에서 갚아주길 바랍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고

항상 감사합니다!

링크 많이 찾아주세요~

 

 

 

.

 

 

 

3월 25일,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날, 일본 요코하마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A매치 축구경기가 열렸다. 올림픽를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려는 일본에게는 더없이 좋은 이벤트였다. 이기기만 한다면 얻을 게 정말 많았다. 스포츠에 대한 자국민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을 뿐더러 10년만의 A매치 한일전 승리는 물론 자국민 결집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경기는 미리 대본이라도 써놓은 듯 일본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일방적인 난타전 끝에 일본은 라이벌 대한민국을 상대로 3 대 0 승리를 거뒀다. 대한민국은 본의 아니게 도쿄 올림픽의 홍보대사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일본 입장에서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게 완벽한 경기였다. 반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게 최악인 경기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왜 굳이 확진자가 하루에 2000명씩 나오는 일본에 가냐는 불만이 경기 전부터 터져나왔다. 소득 없이 도쿄 올림픽에 이용만 당하고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역시 경기 전부터 팽배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국가대표 축구한일전을 중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그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한일전 추진을 강행했다. 결과는 0 대 3 대패. 한일전에 핑계란 있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손흥민, 이재성, 김민재, 손준호, 김문환, 황희찬, 황의조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선수들의 활동에도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핑계일 뿐이다. 손흥민이 출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한일전이 한일전이 아닌 것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가 지구 전역을 덮었다고 해서 한일전이 한일전이 아닌 것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경기를 추진하고 강행한 대한축구협회는 패배로부터 자유로울수도, 패배라는 결과를 피해갈 수도 없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를 비판(내지는 비난)하기 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대체 왜 한일전을 추진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축구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한일전이라는 것 자체가 잃을 게 많은 경기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협회도 협회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에 한일전을 추진했으리라.

 

출처 : 대한축구협회

 

생산성 있는 비판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안 없는 비판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 비판을 하기 전에 한일전을 추진해야했던 이유, 그리고 한일전을 포기하고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비판은 그 다음에 가서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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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결국 돈이다.

코로나19는 돈을 고려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 세상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돈을 고려한다. 돈 없이는 사회가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창출해서 유소년, 아마추어, 성인 축구의 체계를 유지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축구협회의 일이다. 돈 없이 축구협회가 굴러갈 수는 없다. 축구협회 없이 그 나라의 축구가 발전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입장료 수익, 광고수익, 중계권 수익, 스폰서 수익, 대회 상금 등 축구협회의 수익 창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이 창구들은 하나의 키워드 속에 묶여 있다. 바로 '경기(match)'다. 경기를 하지 않으면 수익을 챙기기 어렵다. 각국 축구협회들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경기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대한민국의 A매치 경기는 단 두 번 열렸다. 18번의 A매치를 치렀던 2019년의 상황과 대조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정경기를 가기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없었다. 다른 나라를 초대하기엔 2주간의 자가격리를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방역지침을 따를 수 있을만큼 여유로운 나라가 없었다. 다행히 오스트리아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으나, 황희찬, 권창훈, 이동준, 나상호, 조현우, 황인범, 김문환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말았다.

코로나19 사태는 2021년에도 이어졌다.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여러 팀들을 만나기는 어려운 상황, 협회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대팀이 필요했다. 그게 일본이었던 것이다.

일본 역시 심각하면 더 심각했지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올림픽에 해외 관중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올림픽 재연기를 주장하는 여론이 점차 커져갔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분위기를 띄워야 했다. 반전의 카드가 필요했다.

그렇게 한일전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열리게 됐다. 경기가 일본 뜻대로 끝나 마치 '한국이 잽머니를 받고 일본에게 자존심을 판'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한국도 일본과의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일전을 치르는 게 옳은 선택이었나.

과연 한일전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있었을까. 적어도 나는 그 대안을 함부로 제시하지 못하겠다. 무턱대고 "하지 말자!"라고 주장하기엔 중계권 수익이 필요했다. 국가 간의 축구 교류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협회는 나름의 돌파구를 모색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한일전 개최가 옳았냐는 질문에 마냥 긍정의 태도를 보이고 싶지도 않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한국 야구의 원로 김응용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팀에 다 이겨도 일본에 지면 전패고,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팬들이 느끼기에는 그렇다. 1패는 곧 전패였다. 패한다면 잃을 게 너무나 많았다. 협회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바닥을 칠 게 뻔했다. 협회에 대한 신뢰 뿐이면 다행이었으리라.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에 대한 신뢰 역시 크게 떨어질 게 뻔했다. 신뢰 저하는 한국 축구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대한 신뢰 뿐 아니라 K리그에 대한 신뢰마저 저하되는 것 역시 문제다. 이번 한일전에서 대표팀에 포함된 K리거는 총 16명.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순순히 따를 팀은 K리그 팀밖에 없었다.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던 그들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비난과 욕설, 조롱의 표적이 되고 있다.

패한다면 잃을 게 많은 경기였기에 승리할 때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일본을 상대로 원정에서 승리하면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도는 수직 상승할 것이 자명했다. 벤투 감독 역시 불리한 상황에서 일본을 꺾는다면 최근 빌드업에 과도하게 치중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보기좋게 극복할 수 있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문제는 이길 확률, 아니 지지 않을 확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토트넘은 손흥민의 국가대표 차출을 거부했을 공산이 크다. 상술했듯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순순히 따를 팀은 K리그 팀밖에 없었다.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어차피 질 경기? 그건 아니었다.

"어차피 질 경기를 왜 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세상에 어차피 질 경기는 없다. 결과는 경기가 끝나야 확정된다. 2021년 3월 24일까지 대한민국과 일본의 A매치 상대 전적은 42승 23무 14패였다. 대한민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물론 80번째 A매치 한일전에서 패한 지금도 A매치 한일전 전적은 대한민국이 일본을 압도한다. 축구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언제나 일본이 압도적이었으나 결과를 가져온 것은 대한민국이었다. 6.25 전쟁이 끝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1954년 3월 7일에조차도 대한민국은 일본을 꺾었다. 그것도 5 대 1로 꺾었다. 그게 A매치 한일전의 시작이었다.

협회는 이길 수 있다는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희망에 기대를 걸었으리라.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객관적 전력차를 무색하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 정신력마저 일본이 앞서는 듯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어차피 질 경기'는 없다. '질 확률이 높으면서 잃을 것도 많은 경기'가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2011년 삿포로 경기 이후 10년간 서로 평가전을 치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걸 협회가 몰랐을리 없다. 협회는 아마도 한일전을 치러서 잃는 것보다 경기를 안해서 잃는 게 더 많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협회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협회의 선택에 대해 우리 축구팬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대안이 있어야만 비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판에는 대안이 존재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안이 없는 비판은 독이 될 수 있으나, 대안이 없는 비판이라고 해서 아예 수용하지 않는다면 소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이라면 더 나은 대안을 고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협회의 선택을 마냥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협회의 선택을 마냥 비호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중용을 지키되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협회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협회의 움직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비판을 할 때에는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하며, 협회의 결정이 옳다고 느껴질 때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한일전 참패에 대처하는 우리 축구팬들의 태도 역시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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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자해지라고 했다. 한일전 추진이 옳은 선택이었든 아니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협회가 풀어나가야 한다. 벤투 감독에 대한 문제부터 앞으로의 A매치 개최 문제까지, 협회가 풀어야 할 매듭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매듭을 풀다보면 협회는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일전 대패의 후폭풍이 크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 조롱과 비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건전한 비판을 해 생산성 있는 담론의 장을 열어간다면 한국 축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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