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데이터주의, 다소 스압) 개축장에서 선수들 사진 찍기 - Step 3. 좌석 선정 및 실전 촬영

개축장에서 선수들 사진 찍기 - Step 1. 카메라는 뭘 사야 하죠? : https://www.flayus.com/76269440

개축장에서 선수들 사진 찍기 - Step 2. 촬영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 https://www.flayus.com/76336599

 

이제 카메라도 있고, 세팅도 끝내놨고, 경기장에 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카메라에 모노포드까지 바리바리 다 챙겨서 2층 맨 꼭대기 자리에 앉으면 무슨 소용일까.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이처럼 피사체와의 거리라는 물리적인 요인은 장비로 커버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해도,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보며 어버버하다가 90분 허탕치고 집에 돌아오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편에선 경기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뤄보고자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내용들 대부분은 '실전'에 해당되기 때문에, 설명을 보고 한번 찍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득하는게 제일 빠르다. 그런데 코로나...ㅅㅂ

 

 

Step 3. 실전 촬영 편

 

목차

- 자리는 어디에 앉는 게 제일 좋나요?

- 선수들 움직임을 추적하는 효과적인 방법

- 흔들림 없는 사진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요소들

- 버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예시 사진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EOS 5D MARK 4, 렌즈는 캐논 70-200mm f2.8 is II, 캐논100-400mm f4.5-5.6 IS II USM, 탐론 SP 150-600mm F/5-6.3 Di VC USD G2를 혼용하였습니다.)

 

 

[1] 자리는 어디에 앉는 게 제일 좋나요?

 

일단, 기본적인 원칙은 '필드와 최대한 가까운 곳'이다. 가까운 곳에 앉아야 피사체인 선수들을 최대한 크고,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E, W, N(S)석 중 어디에 가야 하느냐고 물으면, 필자 개인적으로는 N(S)석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수들은 골을 넣기 위해 축구를 한다. 골을 넣으려면 상대 골대쪽을 향해야 하고, 실제로 선수들은 골대 쪽으로 시선과 몸을 향하며 플레이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더 많다. 때문에 선수들을 마주보며 역동적인 그들의 움직임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사진기자들이 괜히 골라인 뒤쪽에서 노트북을 펴고 자리를 잡는 게 아니다.

둘째,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잡아내기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서포터들을 보고 세리머니를 하기 때문에 서포터가 위치한 N(S)석이 선수들이 환호하는, 감정을 크게 터트리는 모습을 포착하기 굉장히 용이하다. 경기 전, 경기 종료 후 인사하러 올 때도 서포터들의 콜 등에 반응하여 건질 수 있는 장면들이 꽤나 많다. 

 

물론, 햇볕을 피하고 싶다거나, 조용히 경기를 보면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E석이나 W석에 가도 된다. 원칙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다만 N(S)석에 비해 좀더 역동적이고 폭발적인 장면들을 담아내기는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

 

191002-15 (1).JPG

191002-16 (1).JPG

(선수들의 환희를 눈 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는 건 서포터석에 앉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2] 선수들 움직임을 추적하는 효과적인 방법

 

뷰파인더나 라이브뷰를 보고 셔터를 눌러 촬영이 되는 일련의 과정 이전에 몇 가지를 기억해두면 크게 어렵지 않다. 축구를 오래 보다보면, 아 이 장면에선 저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축덕의 감' 정도가 될려나. 여튼 센터백들이 뒤에서 앞으로 한번에 찔러주면 그 다음에 벌어질 상황은 무엇일까? 경합하기 위해 선수들이 힘껏 뛰어오르거나, 대지를 가르는 패스가 나오면 상대를 뿌리치고 공을 받으러 전력질주하는 상황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실제 상황을 바라보는 눈도 굉장히 중요하다. 뷰파인더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어? 하고 장면을 포착하려는 순간 상황은 끝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촬영할 장면을 뷰파인더 안쪽에 위치시키기 위해선,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수시로 경기장을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그리고 골대 뒤쪽에 앉으면 이러한 장면들을 포착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다음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크게 어렵지 않다. 세팅은 2편에서 언급한 대로 연사와 AF SERVO(니콘, 소니는 AF-C)로 설정해 놓았다는 가정 하에 설명하겠다. 카메라의 셔터를 살짝 눌러보면 촬영은 되지 않지만 렌즈가 돌아가면서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준다. 이것을 '반셔터'라 한다. AF SERVO모드는 피사체가 움직이면 그 움직임에 따라 초점을 맞춰주기 때문에, 피사체를 뷰파인더에 담았으면 반셔터를 눌러 초점을 잡은 후 바로 셔터를 꾹 눌러주면 된다. 

 

190710-08 (1).JPG

190710-10 (1).JPG

 

(공중볼이 뜨고 낙구지점을 대강 확인한 후 뷰파인더로 다시 눈을 옮겨 두 선수를 프레임 안쪽에 위치시켰다. 두 번째 사진도 마찬가지로 김진야가 전진할 때 달려오는 구자룡을 확인하고 고민 없이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들의 문제라면, 두 선수 다 소속팀을 옮겼다는...) 

 

 

[3] 흔들림 없는 사진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요소들

 

모든 사진에서 흔들림은 무조건 피해야 하지만, 특히 순간을 낚아채는 스포츠사진의 경우 그 중요성이 더욱 올라간다. 포토샵으로 후보정을 한다 해도 흔들려 버리면 도저히 방법이 없다. 이 흔들림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역시 모노포드다. 진짜 괜히 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사서 써보면 안다. 왜 사라고 했는지.

그리고, 일반적으로 초점거리x2에 해당하는 셔터스피드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모노포드가 없는 상황에서 핸드헬드로 찍을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할 점이다. 환산 화각이 400mm라면 1/800초 이상의 셔터스피드로 촬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1편에 추천한 100만원 이하 보급기는 풀프레임 카메라에 비해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라 핸드헬드로 찍었을 때 상대적으로 무리는 덜 가겠지만, 개개인의 근력, 근지구력에 따라 90분 내내 촬영을 하기 버거울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높은 셔터스피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주간 경기는 1/1000초 이상, 야간 경기는 못해도 1/640초 이상, 가급적 1/800초 이상을 유지해주도록 하자.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해선 ISO를 올려도 상관없다. 야간 경기에선 기본적으로 3200, 6400으로 올리고 찍어도 최근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어느정도 효과적으로 노이즈 억제를 해 주니까 신경쓰지 말고 팍팍 올려서 찍자. 아, 그렇다고 10000 이상 넘기지는 말고...

마지막으로, 골장면을 담아내고 싶으면 환호는 자제하고 촬영에 집중하도록 하자. 세리머니만 담으면 상관없다 하는 사람은 그냥 마음껏 환호하면 된다.  

 

19 (1) (1).jpg

(ISO 4000, 셔터스피드 1/640초에 초점거리 600mm, 조리개 최대개방(6.3)으로 찍은 불투이스와 믹스. 노이즈도 크게 드러나지 않고 이미지 품질도 괜찮다. 모노포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흔들림을 꽤 억제할 수 있어 셔터스피드를 조금 낮춰 찍었다.)

 

5 (2) (1).jpg

(ISO 1600, 셔터스피드 1/400에 초점거리 200mm, 조리개 최대개방(2.8)으로 찍은 손흥민. 이때는 모노포드가 없었기 때문에 정지되어 있는 피사체였지만 1/400초 이상으로 셔터스피드를 조정해서 찍었다.)

191110-18 (1) (1).JPG

191110-19 (1) (1).JPG

191110-20 (1).JPG(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은 촬영에 집중했지만, 골이 들어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를 내질러 마지막 세 번째 사진은 흔들리게 되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감정은 잠깐 눌러두고 촬영에 집중하도록 하자.)

 

 

[4] 버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메라로 갑자기 많은 사진을 연속적으로 촬영하면 그 사진들을 메모리에 다 저장할 때까지 셔터를 눌러도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버퍼라고 하는데, 카메라 자체의 데이터 처리 속도, 메모리카드의 성능에 따라 줄어들 수는 있지만 연사를 한 순간 버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따라붙게 된다. 기술적으로 버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여기서 앞서 말했던 '축덕의 감'을 다시 한번 활용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연사를 갈길 타이밍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패스 과정에서 굳이 연사로 촬영할 필요는 없다. 한두 장으로 충분하지 않나? 2대1 패스, 기브 앤 고, 컷백 같은 역동적이고 결정적인 움직임들을 포착하기 위해선 연사의 효율적인 배분이 필수적이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선수 찍으려고 카메라 들고갔는데요? 라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데, 선수가 서 있거나, 조깅하는 장면들은 90분 동안 언제든지 찍을 수 있으니 그렇지 않은 장면들을 포착하기 위해선 습관적으로 연사를 갈기는 것을 조금은 아끼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190921-05 (1).JPG

(이런 장면들을 버퍼 때문에 포착하지 못한다면 굉장히 아쉽지 않을까?)
 

 

다음 편은 대망의 후보정 과정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량이 방대해질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눌 생각입니다.)

추천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댓글로 질문 환영

댓글 3

빵집사장류수정 2021.04.09. 01:48
버퍼가 걱정이 된다면 한방에 카메라 제조사 한자리수 바디를 사서 찍으시면 해결 됩니다 단 통장이 텅장이 될 수도 이씀니다
댓글
전광훈 작성자 2021.04.09. 01:48
 빵집사장류수정
아 ㅋㅋㅋ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7 김태환악개 5130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28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493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40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53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06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31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05 27
인기 광고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쿠키 주기적으로 지우는게 좋아요 8 천사시체 193 21
인기 정규리그 2G 남기고 파이널 A,B그룹 확정은 2024시즌이 최초 5 기성용 158 20
인기 [단독] 아이유, 상암 공연 위해 새 잔디 구매?..“NO, 훼손시 비용 청구” 7 코난코요이 149 14
자유
기본
HDC로얄즈 23 1
에펨/로스터
이미지
아루카즈사히후미 30 2
자유
기본
김병지의꽁지머리 74 8
자유
기본
고무열동력기 66 7
자유
기본
Nightmare 13 1
자유
기본
김병지의꽁지머리 69 6
자유
기본
FHar 26 1
자유
기본
locomotive 27 5
자유
기본
전남드래곤즈 60 5
정신병자
기본
박지성과개병신들 39 5
자유
기본
Nariel 18 4
자유
기본
김도영 78 4
자유
기본
Luon 77 8
정보/기사
기본
HDC로얄즈 15 1
정보/기사
이미지
조축의왕강현묵 42 5
정보/기사
기본
HDC로얄즈 14 1
자유
기본
김병지의꽁지머리 59 5
자유
기본
임윤아 54 4
자유
이미지
임윤아 19 2
정보/기사
이미지
조축의왕강현묵 4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