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인터뷰] '국내 최연소 UEFA B 라이선스 취득' 박찬우 코치가 바라보는 미래

 

독일은 젊은 지도자들의 화수분이다. 20대 후반에 분데스리가 최연소 감독 기록을 갈아치운 율리안 나겔스만(RB 라이프치히, 33)뿐만 아니라, 만 33세에 마인츠 감독에 부임한 위르겐 클롭(리버풀, 53), 30대 초반의 나이에 프로팀 1군 감독직을 맡은 도메니코 테데스코(스파르타크 모스크바, 35) 등 현재 세계 축구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독일 국적 감독들은 대부분 이른 나이에 코칭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최연소 UEFA B 라이선스를 획득한 인물이 독일에서 유학한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비록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는 새로운 활로를 물색하기 위해 노력했고 세상은 그런 그에게 동아줄을 내려주었다. 젊은 나이에 본인의 축구 철학을 실제로 옮기기 시작한, 만 22세의 나이로 국내 최연소로 UEFA B 라이선스를 취득한 박찬우 코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첫줄 왼쪽 세번째. 

 

 

반갑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이름은 박찬우라고 하고 나이는 만 24살이다. 용인 어정초당학교 축구부에 창단 멤버로 입단하며 축구를 처음 시작했고, 이후 중대부속중학교, 숭실고등학교를 거친 후 독일과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 뒤 독일에서 코칭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현지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은 후 한국에 돌아와 활동 중이다.

 

상당히 어린 나이에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어떤 팀에서 뛰었는지, 또 진출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다.

 

독일에는 2016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에이전트를 통해 가게 되었다. 처음 뛰었던 팀은 알레마니아 아헨(Alemannia Aachen)의 2군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부상으로 한국에 돌아오게 됐고, 1년 후 일본의 토난 마에바시(tonan前橋)라는 팀에 입단해 경험을 쌓았다. 그 후 2018년에 다시 독일로 돌아가 바사라 마인츠(Basara Mainz)에서 선수 생활과 라이선스 연수를 병행했다. 

 

사실 어린 나이에 해외 진출을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다. 처음 독일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부모님이나 코치와도 많이 상의했을 것 같고. 당시 이야기를 부탁한다.

 

결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 어리기도 했고, 축구 선진국에서 축구를 배우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의 일이라서 코치님들과는 따로 상의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조금 있었다. 하지만 성격상 하고자 하는 건 꼭 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어서 부모님을 끝까지 설득해 결국 독일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첫 독립생활이었고 언어 문제도 있어서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부상이 있었음에도 버텨낼 수 있었고, 시즌을 잘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당시 알레마니아 아헨에 한국, 일본 선수가 몇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선수들이 독일 적응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을 듯 한데.

 

그렇다. 일본인도 있었고 한국인은 나를 제외하면 한 명이 더 있었다. 당시에는 일본어를 배우기 전이라 일본 선수들과는 소통이 잘 안 돼서 큰 도움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 같이 지냈던 한국인 친구는 도움이 되었다.

 

독일의 코칭 스타일이나 훈련 방식, 경기 스타일이 한국과 많이 다르던가. 그리고 그때의 경험이 차후 코칭 라이선스를 획득할 때 도움이 되었나.

 

맞다. 사실 코칭 라이선스를 독일에서 따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독일의 훈련 스타일 때문이다. 독일 생활 중 소속팀 말고도 다른 팀들의 경기를 보면서 한국과는 훈련 방식과 경기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경기장 외적으로도 그렇고 말이다. 그때문에 독일에서 코칭 라이선스를 따고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그 경험들이 라이선스 취득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예시를 들어달라.

 

훈련장 내에서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가져가고, 개인 및 팀의 발전을 위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1부 ~ 13부 리그까지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코칭 부분에서는 유소년 선수들이 연령대마다 배워가야 할 부분들이 매뉴얼화되어 있어서 그것을 토대로 지도하는 육성 방식이 새로웠다.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훈련장 외적으로는 지도자나 선수들 사이의 토론 문화가 확립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어떤 경위로 일본으로 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독일에서 시즌 중 입은 부상으로 인해 시즌이 끝난 후 한국에 입국해 수술과 재활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이후 처음에는 선수로서 일본에 갔다. 하지만 입국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부상이 재발되어서 한국으로 귀국했고, 앞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에 가놓고 무언가를 배워보지도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3개월 동안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한 후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서 지도자 신분으로 기존에 있었던 팀에 합류했다. 그곳에서 한국인 통역분들과 코칭스태프분들을 따라다니며 짧은 기간 동안 알차게 배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달라.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 해서 그 팀에 오래 있었던 선수들이 의사소통을 도와줬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본어 실력을 올린 후 돌아갔을 땐 내가 그 친구들의 통역을 맡았다. 그때 '뭐든지 미친 듯이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라고 느꼈다. 나를 다시 독일로 이끈 건 이 경험이 컸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기본적인 코칭을 배운 거고, 본격적인 라이선스 공부는 독일에서 시작한 건가.

 

그렇다. 일본에서는 단순히 팀에서만 보고 배웠다면, 독일에서는 제대로 된 연수를 병행하면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B 라이선스 자격증.

 

 

바사라 마인츠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

 

이것도 경위가 재밌다. 독일로 돌아간 후 후배의 소개로 TSV 마인츠(TSV Mainz)라는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독일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내가 가르칠 부분들을 공책에 적어가며 설명하고 그랬다. 고생이 많았다. 그 후 UEFA 코칭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 정보를 찾아봤는데, 독일에서 코칭 라이선스를 따려면 1년 이상의 독일 팀에서의 선수 경력과 소속 되어있어야 한다고 해서 팀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바사라 마인츠라는 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오카자키 신지(우에스카, 34)가 구단주로 있고 감독도 신지의 일본 친구분이라고 하더라. 그 당시에는 독일어가 미숙하고 일본어가 편했기에 오히려 더 좋겠다 싶었다. 후배의 도움으로 감독님 연락처를 받고 찾아갔고, 그 팀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승낙 오퍼를 받았다.

 

그 후 감독님께 "나는 여기에 선수로서 온 게 아니고 코치로서 더 배우고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서 왔다. 코칭 라이센스를 취득하게끔 도와준다면 좋은 한국 선수들을 팀과 연결해주고 한국, 일본, 독일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돕겠다"라고 제안을 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그 제안을 승낙해주셨고, 그분께 연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팀에 일본 선수가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었나. 흥미롭다. 그 팀 시절부터 UEFA B 라이선스 공부를 시작한 것인가.

 

그렇다.

 

처음 본격적으로 밟은 코칭 코스였다. 과정은 어땠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기초 교육까지 포함하여 일주일간 4번의 교육과 1번의 시험으로 진행됐다. 그 후 2차 교육까지의 성적을 취합해 우수 학생과 비우수 학생을 나눠서 C 라이선스와 B 라이센스로 교육 방향이 갈린다. 난 운이 좋게 우수 학생으로 선정되어 B 라이센스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부담이 더 컸지만 어떻게 보면 그 부담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축구뿐만 아니라 언어 문제 역시 컸기에 매일매일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언어 공부에도 시간을 썼다. 그러면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훈련의 방법론과 의도를 연구하며 준비했다. 

 

라이선스를 따기까지는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

 

준비기간까지 해서 2년 정도 걸렸다. 라이선스는 2019년 11월에 획득했다.

 

취득 후 얼마 안 돼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독일에서 더 꿈을 펼칠 수도 있었는데, 이유가 있었나.

 

사실 독일에 남아서 더 배울까도 고민했지만, 여기서 배운 걸 한국으로 가져가 유소년 발전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현재로서는 하루빨리 독일로 돌아가서 더 배우고 경험하고 싶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은 아쉽다.

 

 

벽산 플레이어스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는 박찬우.

 

 

한국에 돌아오고는 어떤 활동을 했나.

 

여전히 바사라 마인츠 팀과 연계되어 에이전트 업무를 보면서 동시에 유소년과 성인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코칭 레슨을 하고 있다. 지금은 주중에는 유소년 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하고 있고, 주말에는 K5리그 벽산 플레이어스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벽산 플레잉 코치인 줄은 몰랐다. 1년 동안 K5리그에서 활동하시면서 느낀 점들, 수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수준은 생각보다 높았다. 리그 상위권 팀들에는 선수 출신, 심지어는 프로 무대까지 밟아본 선수들이 많이 존재해서 K5리그의 생각보다는 높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협회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독일처럼 최상위 리그부터 최하위 리그까지의 승강제가 도입되면 인프라 발전과 인기 상승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코칭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약간 넘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전술적, 훈련적인 부분에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말해달라.

 

유소년 선수의 기술, 자세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잡아주기보다는 큰 틀 안에서의 부분들만 지적을 해주며 동시에 각 선수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인적인 훈련 철학이다. 비록 적은 기간 동안이지만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또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독일의 시스템을 많이 본받았다.

 

전술적으로는 나의 색깔만 고집하기보다 상대에 따라 그에 맞는 최적의 전술과 전략을 구상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경기장 안에서의 다양한 상황에 항상 전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여러 계획을 대비해두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물어보고 싶다.

 

당장은 한국에서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더 쌓고 싶다. 그 후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독일 리그가 다시 재개되면 독일로 넘어가서 다음 단계 라이선스 취득을 목표로 더 공부하고 싶다.

 

사실 1년 전부터 계획해 둔, 독일로 다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무엇이냐면, 독일의 특정 한 지역의 최상부 리그부터 최하부 리그까지의 훈련과 경기를 참관하고 감독과도 대화를 나눈 후 각 리그, 팀, 감독의 성향을 기록할 것이다. 그 지역에 있는 모든 팀들의 데이터를 수집한 후에는 메모해 둔 다양한 철학과 접근법을 바탕으로 나의 스타일과 철학을 발전시켜 최적의 축구 지도 시스템을 매뉴얼화할 것이다.

 

현재는 연령별 대표팀 코치가 최우선 목표다. 또 미래에는 차범근 축구교실처럼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

 

'최초'가 주는 달콤함은 가히 독약과도 같다. 많은 이들이 최초가 된 것에만 만족한 채로 나태해지고 또 몰락한다. 그러나 박찬우 코치는 달랐다.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던 그때의 경험을 잊지 않고, 오늘날에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한국의 나겔스만이 아닌, '감독 박찬우'를 그는 꿈꾸고 있다. 

 

 

https://wfootballjs.info/2

댓글 8

아방뜨 작성자 2021.04.28. 19:08
 리그의해적들
갑자기?
댓글
꾸르바수드 2021.04.28. 19:13
존경스럽다 저 열정과 행동력이. 나는 저 나이때 하나 이룬게 없었는데.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1.04.28. 19:16
 꾸르바수드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라는 문장은

위든 아래든 해당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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