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정성글] K리그에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동남아시아 선수 4명 (실력+몸값+멘탈)

최근, 아스나위를 향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K리거라는 타이틀도 매력적이지만 날이 갈 수록 대단해지는 활약상이 눈길을 끌고 있죠. 또한, 아스나위 덕분에 인도네시아 팬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국내 팬들도 여기에 흥미을 가지게 됨에 따라 안산 그리너스는 창단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산 그리너스가 '아스나위 효과'를 보면서 "우리 팀도 동남아시아 선수 한번 영입해봤으면"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아졌죠.

하지만, 동남아시아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실력은 아스나위가 맹활약하고 있으니 조금 믿을 수 있게 되었다고 쳐도 비싼 이적료라는 문제가 남아있죠.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음바페라고 불리는 사파위 라시드는 2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자랑합니다. 또한, 멘탈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천에서 뛰었던 콩 푸엉의 경우 안데르센 감독이 경질되자 급격한 심리불안에 빠져 그것이 팀을 떠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실력, 몸값, 멘탈 이 3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동남아시아 선수 추천 리스트를 작성해볼까 합니다.

1. 사딜 람다니 (22, 인도네시아)

20살이던 2019년에 U22 대회인 SEA게임에 출전하여 은메달 획득에 기여했으니 원래부터 뛰어난 유망주였습니다. 뛰어난 창의성, 화려한 스킬, 적극적인 수비가담까지 갖췄으니 윙어로서는 정말 매력적인 자원이었죠. 하지만, 2020년까지만 해도 득점력이 많이 빈곤해서 아쉬웠는데 올 시즌에 말레이시아 1부리그 클럽 사바흐FC로 이적한 이후로는 8경기 3골 2도움이라는 엄청난 맹활약을 펼치며 그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사실상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현폼이 뛰어난 공격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거기에 멘탈도 단단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맹활약을 펼쳤지만 얼마 전에 신태용 감독님이 발표하신 34명의 A대표팀 명단에는 승선하지 못해서 팬들이 굉장한 의문을 표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님을 압박하지 말아달라"면서 "나는 지금 뽑힌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믿는다"는 발언으로 오히려 팬들을 진정시키며 대인배 인증을 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12월 31일에 FA로 풀리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이적료가 필요없으니 한번 노려볼만한 자원입니다.

2. 판 반 득 (25, 베트남)

기본적으로 베트남 연령별 대표팀을 꾸준히 경험했으니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포지션 왼쪽 윙어라서 베트남 최고의 유망주였던 콩 푸엉과 겹쳐버리는 바람에 그동안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는데요. 그러다가 많은 활동량과 빠른 역습을 중시하는 한국식 축구를 구사하는 박항서 감독님이 부임하시면서 콩 푸엉을 밀어내고 마침내 대표팀 주전을 차지한 입지전적의 선수입니다. 워낙 성실해서 박항서 감독님께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죠.

플레이스타일은 신태용호 시절의 문선민 선수와 굉장히 비슷합니다. 빠른 발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공격 시에는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역습축구에 최적화된 선수인데요. 거기에 연계플레이와 기술도 준수한 편이라 '언더독' 베트남 대표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사딜 람다니와 비슷하게 이전까지는 득점력이 문제였는데 올해에는 10경기 5득점을 기록하며 그 약점을 극복한 모습입니다. 사실 이 선수가 얼마전까지 심각한 부상으로 긴 재활을 거쳤다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대단한 일인데 이쯤되면 정신력도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판 반 득 역시 이번 겨울에 FA가 됩니다. 게다가 선수 본인도 딱히 재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없어보여요. 소속팀 SLNA FC도 많이 가난한 편이라서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어차피 나갈 거 이번 여름에 이적료라도 받고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헌신적인 태도와 공격력을 겸비한 윙어가 필요한 팀이라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모하마두 수마레 (26, 말레이시아)

비록 감비아에서 귀화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한 'Harimau Malaya'의 일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난 AG 때문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파위 라시드보다 훨씬 중요한 중요한 선수입니다. 왜냐하면, 말레이시아의 공격은 수마레 없이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마레 자체도 위협적이지만 팀원들과의 협력플레이가 특히 뛰어난 선수인데 시선을 끄는 미끼 역할부터 연계플레이에 전천후 능력까지 갖춘 말레이시아 공격진의 핵심 그 자체입니다.

멘탈도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파항 FA에서 뛰었는데 소속팀이 급여를 제대로 지불해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묵묵히 헌신했던 대인배입니다. 물론, 나중에 FIFA를 통해 소송도 걸어서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그전까지 헌신해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내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임금체불을 용서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소송을 걸 필요가 있었죠.

그리고 수마레 역시 올 연말에 FA가 됩니다. 다만, 소속팀이 말레이시아의 절대 1강 조호르 다룰 탁짐이라서 여름 이적시장을 노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고요. FA가 되는 이번 겨울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동료들과의 팀플레이가 최대 강점인 선수인만큼 영입을 하려면 빠르게 데려와서 팀원들과의 소통체계를 미리 만들어놓아야 할 것입니다. 직접적인 피니셔보다는 다른 선수들에게 버프를 걸어줄 수 있는 도우미가 필요한 팀에게 추천하는 선수입니다.

4. 수파낫 무에안타 (18, 태국)

사실상 현 동남아시아 공격유망주들 중 압도적인 원탑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야퐁 푸에온 - 키아티삭 세나므엉 - 티라실 당다로 이어지는 태국 대표팀의 공격수 계보의 후계자로 꼽을만한 선수입니다. 15살에 태국 1부리그에 데뷔해서 골까지 넣은 이후, 태국은 물론 아시아 레벨에서까지 최연소 기록은 모두 갈아치우고 있는 '태국의 손흥민'입니다. 일단은 스트라이커지만 스피드와 기술이 좋아 윙어로서도 굉장히 유용한 자원입니다.

다만, 올시즌에는 2골에 그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수파낫 무에안타를 지금 영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수파낫 무에안타의 재능과 잠재력은 이미 성인 무대에서도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부진은 일시적인 슬럼프일 뿐입니다. 게다가 오는 5월 31일에 FA로 풀리기 때문에 이적료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태국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최고의 유망주를 무료로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보통 태국 선수들이 연봉보다는 이적료가 문제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입니다.

멘탈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2019년에는 태국 U19 대표팀이 AFC U20 챔피언쉽 본선진출에 실패할 위기에 처하자 A대표팀의 니시노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쪽으로 갔습니다. A대표팀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자진해서 U19 대표팀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그리고, 2020 AFC U23 챔피언쉽에서는 바레인전에서 2골을 넣으며 맹활약했지만 "4번의 찬스 중 2번밖에 살리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이 선수가 얼마나 어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추천 한번씩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