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부천FC경기 관람 후기 (feat 부산 첩자 발견함)
- 길리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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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 하나도 없는데 리뷰탭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굳이 말해도 비판적인 내용밖에 할 말이 없다만 부천 팬도 아닌데 욕하기 좀 그래. 아무튼 주말에 심심해서 보러 갔어. 지각해서 전반 40분부터 봄.
부천 경기는 매년 몇 번씩 보러갔는데 가변석 세운 후엔 처음왔어. 가변석 예쁘게 잘 만들었더라. 다만 괜히 돌아가게 사이드 출입구는 왜 막아놨는지 모르겠어.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예매했는데 맨 앞자리가 남아있더라고. 여기 시야방해석이라 자리가 남았나 싶었는데 역시나 난간이 시야 조금 가리더라. FC안양 가변석이나 FC서울 스카이펍은 예매할 때 알려주는데 조금 아쉬웠어.
내 주위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근처 아저씨들 분위기 안 좋았어. 예를 들어 "누구누구는 다른 팀에서 제일 못하던데 우리팀에선 에이스한다, 우리가 얼마나 못하니까 이러겠냐" 그런 말들이 들리더라. 신세한탄 하는 소리라고 해야하나 뭔가 재밌었음. 원래 부천가면 몇몇 서포터들이 쌍욕을 경기장 전체에 울려퍼지게 소리질러서 가기 꺼려졌는데, 코로나 이후 그런 거 못하게 하니까 그건 좋았어. 위에 아저씨들 정도만 말하면 얼마나 좋아.
경기 보다가 좀 이상한게 내 우측 관중이 소리내는 게 좀 이상하더라고. 상대팀이 잘하면 "어...어.."하는게 아니라, "오!! 오!!"이러는 느낌? 머리에는 부천FC에서 무료로 나눠준 썬캡 쓰고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안병준 골 넣을때 "나이서!"이러는 거 보고 부산 팬인 거 확신했음. 내가 그래도 골 넣어서 너무 좋아서 그러려니하고 그 순간은 넘어갔어. 사실 부산도 이번 경기 직전 시점에서는 끝에서 2위잖어.
근데 이 부산 첩자가 분위기 탔는지 대놓고 부산 응원하고 하더라. 내가 원정 응원하면 안 되는 거 모르나 싶어서 "저기요."라고 말을 걸었는데, 얘가 귀라도 먹었는지 내 쪽으로 고개 돌리지도 않고 경기장만 보더라. 내가 얼굴 내밀고 썬캡으로 걔 눈 앞에 휘둘러서 눈치를 못 챌수가 없게 만든 다음에 "조용히 좀 합시다"하고 넘어갔음. 걔는 그 지경이 되어도 못 본척 못 들은 척 하더라.
웃긴 건 못 들은 척 하면 끝까지 그러던가 그 이후로 경기 끝까지 잠잠했음 ㅋㅋㅋ 득점 찬스 때 중간에 한번 웅얼웅얼 대긴 했는데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그 정도야 넘어가줄 수 있지. 조금 귀엽더라 ㅋㅋㅋ
부천FC 5연패 중이고 K리그2에서도 압도적인 꼴찌라 경기 끝나고 나서 분위기 흉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선수들에게 박수쳐주더라. 서포터석에서도 어떻게 하나 봤는데 나는 욕하거나 야유하는 사람 보지 못했어.
가변석이 경기장 내에 있으니 이렇게 퇴장하는 거 보는 사람도 있더라고.
내가 부천 팬은 아니지만 고개숙이고 아무 말 없이 들어가는 선수들이 많아서 좀 안쓰럽더라.
아무튼 재밌었다. 이번달에도 한 두번 더 올 것 같음.
나는 집이 가까워서 자전거 타고 왔지만 주차 3시간 무료더라. 부천 근처에 살면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