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짧은 글) K리그의 딴짓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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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는 기존 K리그의 질서와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축구계에 신선한 사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지껏 K리그가 한 마케팅은 주로 경기와 연동됩니다.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그곳에서 뛰는 선수, 경기장이 있는 연고 지역 등이 그 지점에서 나온 것입니다. 마스코트는 엄밀히 말해서 축구에 필요한 존재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그것은 고객들이 K리그를 이용하면서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이제 드디어 K리그도 딴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K리그는 이 마스코트 마케팅으로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고 지역 내 다른 스포츠 구단이나 주체들을 수시로 만나 콜라보레이션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스코트인 유티는 지역 내 프로스포츠 구단 마스코트와 회동을 가졌습니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SSG 랜더스의 홈경기를 찾으며 자신과 팀을 홍보했습니다. 시즌 중에 선수 등이 하기 힘든 일을 마스코트가 대신 하고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COPOVIhl_FD/?igshid=1ahyq05m0y4rk
혹은 FC 서울의 씨드처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마음 먹고 해야할 것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씨드의 외형을 둘러싼 논쟁이 있는데 그 밈을 반영하여 FC 서울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스코트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더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딴 짓을 통해 K리그는 더 자유롭고 시류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K리그의 인기를 확장하려는 의도에 부합하는 여건입니다.
축구와 관련된 인프라가 있고 K리그가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하면 K리그의 경기, 선수, 그리고 마스코트와 관련된 것들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K리그가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당연히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합니다. 여기서 '좋은' 콘텐츠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지속성'도 그에 못지 않게 필요합니다. 좋은 경기와 좋은 선수는 있지만 리그와 구단이 그 좋은 콘텐츠를 계속 묶어놓을 수 없습니다. 경기의 재미는 생각보다 일관적이지 않고 좋은 선수는 다른 팀이나 국가에 갈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이 지나 은퇴하게 될 것입니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위해 구단은 유스 육성 전략을 펼치기도 하고 스타디움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지속성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CSR 활동 등 지역 밀착 정책을 이행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스코트 같은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절대 아니라는 법은 없지만 각 구단이나 주체는 마스코트와 관련 자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습니다. 선수가 떠나고 전력이 요동칠 수 있지만 적어도 구단은 마스코트 같은 IP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단은 이 자산을 여러 상황과 장르에 위화감 없이 투입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마스코트 반장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 내 명소나 K리그 내 경쟁 구단에 파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선수라면 쉽게 하기 힘든 이벤트를 마스코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포항 스틸러스의 쇠돌이처럼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거나 대구 FC의 빅토처럼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특히 마스코트는 애니메이션 같은 것에도 투입할 수 있고 가상 세계나 증강현실 등 새로운 세상에도 적합한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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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화한다는 것은 모두 이제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식대로 했다면 마스코트 마케팅을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마스코트 반장선거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정말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당장 축구와 연관성이 없어보여도 K리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 시도가 축구의 가치처럼 보이는 것을 위협할 수 있지만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다 같이 토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