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김원일 인터뷰①] '해병대 신화' 김원일이 말하는 해병대, 그리고 포항

김원일 에이전트님 인터뷰 1편입니다.

해병대 신화 이야기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링크도 많이 찾아주세용~!

감사합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391690&memberNo=65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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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현실을 목도한다. 주관식 문제를 찍었는데 맞춰서 간신히 1등급을 받는가 하면, 군대에서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를 맞선임으로 만나기도 한다.

 

드라마 '사랑했나봐'

 

2013년 겨울, 왕관의 형상을 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왕좌의 주인을 가리는 경기가 열렸다. '동해안 라이벌'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운명처럼 맞붙은 것이다. 1위 울산과 2위 포항의 승점차는 단 2점. 두 팀 중 한 팀만이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었다. 차갑던 동해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홈 팀 울산은 시종일관 수비에 집중했다. 원정팀 포항은 경기를 주도했으나 골을 넣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이 모두 지나갔으나 전광판엔 여전히 0 대 0의 스코어가 적혀 있었다.

이대로 끝나겠다 싶을 때, 포항 김원일의 골이 터졌다. 경기장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포항의 우승.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이명주(좌)와 김원일(우)

 

해당 경기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같았던 것은 극장골 때문만이 아니었다. 극장골의 주인공 김원일의 인생 역정도 한 몫 했다.

김원일(35)은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근무한 해군 예비역이다. 현역 군 복무는 축구선수(혹은 운동선수)에게 경력단절과도 같은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다. 김원일은 달랐다. 대학교를 다니던 도중 현역으로 입대했다. 그것도 귀신마저 잡아낸다는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전역한 지 5년만에 포항의 K리그 우승을 이끌어냈다.

'존버(열심히 버티다)'와 '떡상(엄청난 상승)'이라는 주식 용어가 있다. 김원일의 선수 인생은 그야말로 '존버'와 '떡상'의 서사였다.

이쯤되면 축구선수 김원일의 서사가 궁금해질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제는 축구 사업가가 되어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전직 축구선수 및 해병대 용사 김원일과의 인터뷰다.

 

 

ps1. 막상 김원일은 포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3시즌 마지막 경기를 꼽지 않았다. 이 역시 드라마같은 일이다.

ps2. 인터뷰 1부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김원일의 해병대 생활 및 선수생활 전반기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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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를 어떻게 시작한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김포에 있는 이회택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어렸을 적 축구를 하기 위해 걸어서 김포 공설운동장에 가던 기억이 난다.

처음부터 중앙 수비수로 뛰었나.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격수로 뛰었다. 중학교 때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중앙 수비수로 경기를 뛴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현역으로 해병대에 입대했다. 해병대에 입대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교 때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군대를 가려고 했는데 마침 김포에 해병대 주둔지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병대 주둔지와 가깝게 지냈다. 모교인 통진고등학교가 해병대 주둔지와 담벼락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거부감이 없었다. 학창시절 종종 버스에서 군인들을 마주쳤던 기억도 난다.

해병대 근무를 하면서 보람찼던 일은 없었나.
포항에서 군생활을 했지만 포항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김포로 파견을 가기도 했고, 전방으로 초소 근무 파견을 가기도 했다. 배를 타고 제주도 방어 사령부에 가기도 했고, 과학화 훈련을 위해 강원도에 가기도 했다. 김포에 갔을 땐 육공 트럭을 타고 내가 다녔던 학교를 지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군생활을 똑같이 했다. 누구나 하는 군생활을 똑같이 했다는 것이 보람찼다.

난 '자기가 하는 군생활'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무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 혜택을 본 친구들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한다. 상무팀에 가는 친구들은 군대를 간다는 이유로 불평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러기보다는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으면 한다.

 

포항 시절 해병대와 함께 사진을 찍은 김원일(출처 : 풋볼리스트)

 

해병대는 일반 군대에 비해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힘든 건 없었나.
워낙 어릴 때부터 숙소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활하는 건 재밌었다. 물론, 힘든 건 힘들었다. 특히 암기가 힘들었다. 호국훈련 나갈 때 사열을 하면 군장의 무게가 얼마인지, K2소총은 몇 미터를 나가는지 등을 외워야 했다. 총의 길이나 국군 도수체조같은 것들도 암기해야 했다.

축구선수를 지망했으나 군대에 가게 된 이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입대를 하게되면 마음이 굉장히 편할 것이다. 처음 1년 동안은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책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는 1년을 보내기 바란다.

또, 운동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밖에 만날 일이 없지 않나. 부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 온 친구도 있고, 공부를 진짜 잘해서 외국 대학에 다니다 온 학생도 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살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부대 사람들은 축구를 잘하면 좋아한다. 자기 장점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다시 선수를 하고 싶다면 마음을 잘 잡아야 한다. 군생활의 절반 정도는 마음 편하게 지내고, 전역이 다가올 때 마음을 잡은 상태로 몸관리를 하면 좋은 찬스가 오지 않겠나.

실제로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내용의 메세지들이 많이 온다. 언제라도 보내주면 내가 아는 한에서 알려주고자 한다. 사람들은 보통 군대를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라는 생각으로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역을 하고 숭실대에 복학한 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다. 포항에 입단할 때 기분이 어땠나.
걱정이 앞섰다. 멤버가 좋다보니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에서 2년 동안 군생활을 했기에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도 받았다.

 

포항에서의 김원일

 

롤모델로 생각했던 선수가 있나.
신인 때는 (김)형일이 형을 좋아했다. 멋있어보였다. 김형일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외에도 포항 선배들 누구에게나 다 배울점이 있었다. 전통이라는 게 바로 그런 데서 나오는 것 아니겠나.

포항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경남과의 2012시즌 FA컵 결승 홈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당시 포항은 연장 후반 14분 '가을전어' 박성호의 극장골에 힘입어 1 대 0으로 경남을 눌렀다.) 그 우승이 없었다면 2013시즌 더블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3on1nK06Pg

 

왜 그렇게 생각하나.
그 때가 고비였다. 황선홍 감독님도 직전에 맡은 팀인 부산 아이파크에서 준우승만 몇 번 했었고, 우리도 감독님이 바뀌고서 처음으로 우승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우승을 못 하면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그 때 우승해서 힘을 받았고 2013년도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우승 DNA'가 생긴 건가.
그렇다. 만약 그 때 고꾸라졌으면 계속해서 준우승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2013년 12월 1일 열린 울산과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극장 결승골을 넣었다. 골이 들어갈 때 기분이 어땠나.
기분이랄 게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멋있게 득점을 한 게 아니라 공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되다 골이 들어갔다. 포항의 팬, 선수, 관계자, 지도자 등 모두의 절실함이 담겨 '전달, 전달, 전달'돼 내 발밑에 떨어졌던 것 같다.

 

 

무조건 이겨야 우승인 경기였다. 이길 거라는 예감이 들었나.
90분 내내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다. 울산 쪽에서는 계속해서 시간 지연을 했다. 시간이 지연되다보니 마지막에 찬스를 잡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상대가 시종일관 잠그는 축구를 했기 때문에 찬스가 득점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다르게 생각하면 오히려 상대가 계속 잠그다보니 우리에게 찬스가 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2016시즌 우라와 레즈와의 홈 경기 후 해병대 관중들과 '팔각모 사나이'를 함께 부른 영상이 화제가 됐다. 팔각모 사나이 노래를 들을 때 기분이 어떤가.
포항 홈경기에는 항상 해병대 장병들이 응원을 온다. 와서 '팔각모 사나이'같은 군가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예전에 내가 (스틸야드에) 갔을 땐 과자도 많이 나눠주고 그랬다.

다른 선수들은 ('팔각모 사나이'를) 그냥 군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군생활을 하며 불렀던 노래다. 그래서 군가를 부르면 힘이 난다. 경기를 하면서도 군가가 들리면 힘을 받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UhSIVf8_I_I

 

해병대에 있을 때도 포항 경기를 보러 갔나.
그렇다.

그 땐 포항에 갈 거라고 예상했나.
포항에 갈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친구들과 선배들이 부러웠을 뿐이다. 내가 그곳에서 뛰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최근 포항에서 함께 뛰었던 조찬호 감독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조찬호 감독님은 나와 함께 '포만감'이라는 모임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나와 축구 철학이 맞고 대화도 잘 통하는 분이다. 선수시절부터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해주시고 계신다. (황)진성이 형도 마찬가지로 조언자의 역할을 해주시고 계신다.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꾸미고 있는데, 이 곳이 단순한 사무실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전술 및 훈련에 대해 이야기하고 축구정보를 공유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포만감'은 어떤 단체인가.
'포항에서 만나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의 약자를 따서 만든 모임이다. 전•현직 포항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다. 만나서 축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앞으로 연말에 멤버들끼리 좋은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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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은 팀의 더블을 이끈 천금같은 극장골을 넣은 후에도 두 시즌간 포항에 헌신했다. 포항은 제철의 도시인 동시에 해병대의 도시다. 강철같이 단단한 그의 수비와 해병대와 함께한 그의 경험은 그야말로 포항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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