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김원일 인터뷰②] '해병대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feat. 제주, 김포)

김원일 에이전트님 인터뷰 2편입니다.

재밌는 이야기 많으니

링크 많이 찾아주셔요~~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392776&memberNo=65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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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우리는 보통 고구려의 전성기를 광개토태왕이 등장한 5세기로 알고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광개토태왕은 백제와 후연을 공략해 대대적인 영토확장을 이뤄냈다. 광개토태왕의 아들 장수왕은 백제의 수도 한성(서울)을 점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고구려가 중국 통일왕조인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을 무찌른 것은 7세기의 일이다. 그렇다. 고구려는 7세기에도 굳건했다. 전성기를 맞이한 이후에도 300년 가까이 동북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지킨 것이다.

심지어 고구려는 멸망한 뒤에도 건재했다. 멸망 30년만에 대조영이 만주에서 발해를 건국하고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했다. 이후에도 만주에서 건국한 숱한 나라들이 고구려의 후계자를 자처했다. 고구려는 한반도에서도 그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 왕건이 고구려의 이름을 따 고려를 건국한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북한 역시 Korea를 공식 영문 명칭에 집어넣어 고구려 계승을 표방하고 있다.

 

살수대첩을 묘사한 그림. 고구려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깃들어 있다.(출처 : 우리역사넷)

 

이제 김원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축구팬들은 그가 선수로서 정점을 찍은 순간을 2013시즌으로 알고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김원일은 해당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어내는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준수한 수비와 강력한 한 방은 2013시즌 K리그 베스트11 선정으로 이어졌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K리그 베스트11 선정이었다.

그러나 김원일의 전성기를 2013시즌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해병대 신화'는 결코 짧지 않았다. 김원일은 2013시즌 이후에도 수 년간 K리그를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다. 특히 2017시즌에는 제주로 이적해 팀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그는 건재했다.

 

 

선수 은퇴 이후에도 김원일은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그는 이제 회사(OFL 스포테인먼트)를 운영하는 경영인이 되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포항의 김원일 뿐 아니라 제주의 김원일과 김포의 김원일까지 알아야 '해병대 신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인터뷰 2편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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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시즌이 끝나고 포항 스틸러스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제주로 가게 된 사연이 있나.
나는 지도자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였다. 황선홍 감독님은 내 스타일을 좋아하셨고 날 중용하셨다. 반면에 최순호 감독님과 최진철 감독님의 경우 나와 스타일이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2016시즌엔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개인 성적도 좋지 못했다. 마침 당시 제주를 맡고 계시던 조성환 감독님께서 날 원하셨고, 나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이적을 결심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축구선수 김원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의 선수였나.
차단하는 능력은 누구보다 좋다고 생각을 했다. 파울이나 인터셉트 등으로 상대를 막아내는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투쟁적으로 하는 걸 원하는 지도자 분들은 날 중용하셨던 것 같다. 황선홍 감독님과 조성환 감독님이 그랬다.

그러나 요즘 들어 중앙 수비수들에게 요구되는 '밑에서부터의 빌드업'은 어려웠다. 상대 수비 뒷공간에 긴 패스로 경합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지도자는 날 중용했으나, 밑에서부터 예쁘게 풀어나가는 걸 원하는 지도자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지도자 자신만의 지도철학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선수로서 내가 맞춰야할 부분이다. 내가 부족해서 맞추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감사드린다.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할 때에도 다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난 선수가 경기를 뛰지 못해도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이었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항이 성남을 만났다. 비기면 강등 플레이오프에 가는 상황이었다. 일반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지 않고 주도적으로 서포터즈석에 가서 팬 분들과 함께 경기를 봤다. 그런 부분에서 팬들이 날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당시 김원일은 서포터즈 사이에 있었다.

 

포항에선 백4에서, 제주에선 백3에서 뛰었다. 달랐던 점이 있었나.
이적 첫 해엔 제주가 공격적인 백3 전술을 썼다. 신인 때 포항에서 사이드백을 봤었던 나는 제주에서 오른쪽 중앙수비를 맡았다. 선수 구성이 좋았고 전술 합이 잘 맞았다. 중앙 수비수 파트너인 (조)용형이 형이나 (권)한진이가 커버를 들어오면 내가 벌렸고, 윙백 (안)현범이는 윙처럼 올라갔다.

조성환 감독님과 스타일이 잘 맞아서 열정적으로 했던 것 같다. 포항에서만큼이나 제주에서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백4와 백3 중 뭐가 더 좋았나.
재미있었던 건 백3였고, 경기력이 더 좋았던 건 백4였다. (공격적) 백3를 하면 공격에도 참여하고, 크로스도 올리고, 끈끈하게 수비를 할 수 있어서 재밌었던 것 같다.

제주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한 경기만 뽑기는 좀 그렇다. 2017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세 경기 연속으로 우리 선수들이 퇴장을 당했다. 10 대 11로 싸워야 했는데 결과는 우리가 가져갔다. 그것도 클린시트로. 그 때의 승리들이 보람찼다. (제주는 2017년 7월 22일부터 9월 2일까지 포항, 대구, 인천, 강원, 전남, 광주와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승승무승승승. 포항전에선 이찬동이, 인천전에선 이은범이, 전남전에선 윤빛가람이, 광주전에선 이창민이 퇴장당했으나 제주는 짠물수비로 승점을 챙겼다. 제주의 당시 여섯 경기 득실점 기록은 11득점 3실점이다.)

당시엔 한 명이 퇴장을 당해도 백3 세 명만 단단하게 수비하면 실점을 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승리하면 팬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항상 중앙 수비수 세 명이 모여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경기 끝나고 셋이서 별다른 이야기 없이 눈 마주치고 고생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줄 때가 기억에 남는다.

 

2017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의 백3 권한진(좌) 김원일(중) 오반석(우). 경기장에서는 좌측부터 오반석-권한진-김원일 순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7시즌 우라와 레즈 원정경기에서 두 팀간에 충돌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한다면?
서로 매너가 부족했던 것 같다. 우라와의 경우 패자에 대한 승장의 매너가 있는 법인데 그 매너가 부족했다. 우리 역시 승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당시 제주 선수들이 아챔 경험이 많이 없었다. 해외 원정 경기 경험도 많이 없었다. 사이타마 시내에 가니까 우라와 선수들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더라. 우라와의 팬샵도 있었다. 스타 선수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를 하기 위해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압도당했다. 그렇지만 경기를 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마키노라는 선수가 우리에게 도발을 했다. 일본 국가대표팀 출신 선수인데 특이하더라. 후에 알아보니 예능에도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선수였던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마음을 가라앉혔어야 했는데 도발에 넘어가서 안좋은 모습들을 보여줬다. 제주 구단과 감독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출처 : K리그

 

제주에서 뛰다가 김포로 갔다.
내가 축구를 시작한 곳이 김포공설운동장이다. 지금의 김포FC(김포시민축구단의 후신)는 다른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지만, 내가 김포시민축구단 입단을 결심했을때만 해도 김포공설운동장이 홈구장이었다. 이곳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1년여만에 은퇴를 했다.
1년은 아니고 6개월 동안 뛰다 은퇴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리그가 미뤄지는 바람에 리그 경기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부상 때문에 은퇴한 것인가.
그렇다. 종아리가 안 좋았다. 제주에 있을 때부터 날 괴롭혔다. 난 축구를 할 때 120%씩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조절이 잘 안 된다. 나 스스로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로 120%씩 쏟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럴 바엔 은퇴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포시민축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김원일(출처 : 대한축구협회)

 

가장 합이 잘 맞았던 중앙 수비 파트너는 누구였나.
포항에서는 (김)광석이 형이랑 잘 맞았고, 제주에서는 (조)용형이 형, (권)한진이, (오)반석이랑 합이 잘 맞았다. 백4 체제에선 광석이 형이랑, 백3 체제에선 그 세 명이랑 잘 맞았던 것 같다. 특히 제주에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합이 잘 맞았다.

가장 막기 힘들었던 공격수는?
김신욱. 정말 막기 힘들었다. 만약 김신욱 선수가 더 일찍 해외에 나갔더라면 내가 선수생활을 더 오래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골도 덜 먹었을 것이다. 막다 보면 "얘는 뭘 해도 못막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 이동국과 데얀도 막기 까다로웠다.

 

김신욱과 김원일 (출처 : 뉴스원)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내가 다른 성공한 선수들처럼 대학교와 프로에서 경기에 쭉 출전했다면 대표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그러나 남들과 다르게 한 단계 아래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프로로서 경기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국가대표를 향해 한 단계 성장할 기회는 있었지만 절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기만 해서 업그레이드를 못 하지 않았나 싶다. 선수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잘하는 것은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날 인정했다면, 그를 통해 발전했다면 대표팀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K리그에서 10년 동안 축구를 한 것 같기도 하다.

스포트라이트 받는 선수들이 내게 고민상담을 신청하면 이렇게 말해준다. "네가 잘하는 건 잘한다고 이야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너무 겸손한 것도 좋지 않다. 현재를 즐겨라." 난 선수시절 그렇게 많이 즐기지 못했다.

은퇴 후 근황이 궁금하다.
에이전트 업무를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잘 육성해서 프로선수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외에도 최근 신광훈, 임상협 선수의 포항 입단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신광훈, 임상협 선수가) 편안하게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 사무실이 김포에 있다.
어릴 때부터 이곳 김포에서 축구를 했다. 김포 지역 유소년 선수들에게 양질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게끔 돕고 싶다.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경기장 안팎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

 

사무실 안의 모습

 

에이전트 일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굳이 내 직업을 에이전트 하나로 고정하고 싶진 않다. 여러가지 일들을 같이 하고 있다. 에이전트 일은 우리 회사에서 하는 업무 중 하나다. 에이전트 업무를 하는 것은 선수시절부터 에이전트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지도자를 하는 정통적인 길보다도 에이전트의 길을 가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떤 일을 하나.
에이전트 업무와 함께 축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김포 지역에서 트레이닝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싶다. 어릴 때부터 관리를 받으며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축구 교육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후배들의 나침반이자 길잡이가 되고 싶다. 후배들도 나이를 먹는다. 내가 선배를 보고 배운 것처럼 후배들이 날 보고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 모두 각자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고 있을텐데, 내가 먼저 경험한만큼 그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싶다.

(후배들이) 지도자를 하고싶어 할 수도 있고, 해설위원을 하고싶어 할 수도 있다. 자격증을 따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30대부터는 진짜 고민을 많이 한다.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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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해병대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치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는 고구려의 기상처럼 말이다. 그가 써내려가는 그만의 서사가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김원일이 나아갈 길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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