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과연 K리그에는 스토리가 없을까?
- 순두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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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K리그를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K리그에 스토리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K리그는 1983년에 창단해(당시 슈퍼리그) 지금까지 33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EPL, 프리메라리가와 같은 한국 축구팬들이 흔히 접하는 1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지닌 리그와 달리 말이다.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 안에 스토리가 없을까? 그것은 일반화의 오류이다. K리그 팬이라면 '1998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터진 김병지 골키퍼의 헤딩골, 2013 K리그 포항의 극적인 리그 우승,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등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선수와 선수, 선수와 구단, 구단과 구단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얽히고설킨 스토리가 즐비하다. 지금부터 몇 가지 스토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선수와 구단간 마찰: "서울에서의 심우연은 죽었다."그리고 2016년
(출처: 골닷컴)
서울의 장신 공격수인 심우연이 2009시즌을 끝으로 전북으로 이적하였다. 그 후 2010 시즌 개막전에서 사건이 터졌다.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맞대결에서 심우연이 선발 출전하여 골을 넣게 되었다. 하필 골대 뒤에는 서울의 서포터즈석이었고, 심우연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듯한 세리머니를 취하였다. 심우연의 골을 끝으로 마무리된 경기는 전북의 승리로 돌아갔고,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결승골의 주인공인 심우연은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지난 4년간 서울에서 26경기밖에 나서지 못하여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골 세리머니의 의미는 서울에서의 심우연은 죽었다는 의미다."
전 소속 팀에 대한 섭섭함을 골 세리머니로써 풀어버린 것이다. 그 세리머니의 의미를 알게 된 서울의 팬들은 심우연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그렇게 6년 후, 이번 시즌에서 또 다른 화자 될만한 스토리가 탄생하였다. 바로 서울에서의 심우연은 죽었다던 그 심우연이 다시 서울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팬들은 그에 대한 미운 감정이 남아있을 것이다.
구단과 구단의 마찰, 더비 매치: FC 안양 VS FC 서울, 그리고 깃발라시코
(출처: 이뉴스투데이)
FC 안양과 FC 서울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슈퍼매치, 동해안 더비 못지않은 열기를 보일 것이다. 적어도 서포터스들 간에 있어서 말이다. 두 팀의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되는 배경은 이렇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 FC 서울의 연고지는 안양이었다. 우수한 성적을 통해 확실한 팬층이 확립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2004년, 지금의 안양 팬들을 분노케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서울로의 연고이적을 감행한 것이다. 그렇게 몇 년간 프로구단이 없었던 안양에 2013년 K리그 챌린지가 탄생함과 동시에 FC 안양이라는 시민구단을 창단하였다. 아쉽게도 아직 두 구단 간의 맞대결은 없다. 두 구단의 역사적 사건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더비 매치. 하루빨리 맞대결이 성사되길 바란다.
위 사례처럼 배신감에 의해 형성된 매치와 달리 수원 FC와 성남 FC 간의 일명 '깃발라시코'는 꽤 건전하게(?) 형성되었다. 두 구단의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 시장이 SNS 상에서 썰전이 일어났고, 이재명 시장이 승리한 시의 깃발을 패한 시의 시청에 걸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에 염태영 시장이 지자체의 깃발 대신 구단 깃발로 변경하여 그 제안을 받아들여 '깃발라시코'가 탄생하였다. 양 팀의 팬과 언론은 물론 여론의 관심까지 받으며 KBS1에 생중계되기까지 하였다.
수원 삼성을 너무나 사랑한 故 신인기 사진작가와 에두
(출처: 이데일리뉴스)
신인기씨는 사진작가이자 수원 삼성의 골수팬이다. 창단 첫해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을 자신이 사랑했던 수원 삼성의 사진을 역사 속에 남기기 위해 봉사하였다. 그러던 중 2006년, 그는 위암 말기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위암이라는 병조 차도 그의 수원 사랑을 막지는 못하였다. 링거와 휠체어에 몸을 의존한 채, 수원 삼성의 경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2-3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후반 44분 에두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에두는 골을 넣은 즉시 신인기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세리머니를 하였다. 이후 신인기씨는 세상을 떠났고, 에두 또한 그 시즌이 수원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수원 삼성 측은 신인기씨의 넋을 기리기 위해 그의 사진전을 열었다. 이 스토리를 통해 많은 K리그 팬들이 감동을 받았다.
축구 관련 프로그램, K리그 스토리를 소개하자
(출처: KBS)
이처럼 필연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든, 인조로 만들어진 사건이든, 큰 임팩트를 남겼든 아니든 K리그에도 감동과 재미, 슬픔을 주는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K리그가 스토리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K리그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런 스토리를 소개하는 프로가 많이 없고, 일반인이 그 프로그램을 접할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언론의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와 인터넷, 라디오 등 여러 매체에서 축구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TV에서는 풋볼매거진 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2, 얼마 전 돌아온 비바 K리그가 있다. 인터넷과 라디오에서도 풋볼앤토크, 원투펀치 등이 있다. 대부분이 축구팬들에게 알려져 있고, 인기 있다. 필자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특히 K리그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면 의무감을 가지고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프로그램이 K리그의 발전과 홍보를 위한다면 말이다.
여러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할 언론
위 방송 매체에선 소리와 영상으로써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면 기사, 칼럼은 영상, 사진, 글로써 정보를 전달한다. 최근 사람들이 인쇄 매체인 신문지보다는 인터넷 신문을, 그보다는 동영상을 선호하긴 하지만 여전히 기사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명 포털사이트는 스포츠라는 큰 틀에서도 국내 야구와 해외 야구, 국내 축구와 해외 축구를 구분해놓았다. 이는 국내 축구보다 해외축구를 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국내 축구라는 틀안에서는 국내 축구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풋볼리스트 김환 기자의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과거의 축구사를 추억하는 기사처럼 K리그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그런 기사가 등장하고, 그 기사를 포털에 노출시키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를 추억하는 구단, 연맹 측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축구 관련 프로그램과 언론에게 K리그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구단과 연맹 측에서는 그들의 스토리, 역사를 스스로 알려야 한다. 각 구단은 이미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구단 페이지를 보유하고 있고, 네이버 스포츠, 다음 스포츠와 같은 포털 매체 못지않게 접근성이 높다. 글이든 동영상이든 구단과 연맹 측에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올린다면 기존 팬뿐만 아니라 SNS 사용자라면 모두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보는 인터넷과 달리 SNS는 자신의 친구,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볼 수 있으므로 접근성이 다른 매체보단 더 높은 셈이다.
스포츠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지만 언론과 구단, 협회 측이 얼마나 포장을 잘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극대화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잠겨있던 K리그의 여러 스토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K리그에 스토리가 없다는 말이 안 나올 그날까지,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ㅡ사이트 넘어와서 처음으로 칼럼갤에 글쓰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댓글 18
그냥 가까운 구장 한 번 직관 갔다와보셔요. ㅎㅎ
전 포항팬인데 포항에서 꽤 먼 곳에 살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포항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게 됬는데 그 축구장 특유의 향기와 분위기에 사로잡혀서 실력과 무관하게 (물론 그때 2-1로 포항이 이겼지만ㅎ) 포항이라는 팀을 좋아하게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