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버전업이 필요한 닥공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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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2018시즌을 마무리하며 전주성을 지키던 최강희 감독과 작별했다.

그리고 모라이스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북의 브랜드였던 '닥공'과도 작별.

 

모라이스의 축구를 지루하게 느꼈던 전북팬들은 닥공의 향수를 그리워 했고

리그 2연패와 FA컵 우승이란 결실을 거뒀지만 모라이스에 대한 평판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서 전북의 프런트는 2021시즌을 준비하며 그 향수를 채워주기 위해 최강희 감독의 후계자격인 김상식 감독을 선임하는 결정을 내린다.

 

2018시즌까지의 닥공이란 무엇이었나?

강력한 타겟맨, 압도적인 기량의 윙포워드를 주무기로 해서 전방으로 계속 볼을 투입하며 경기를 난전으로 몰아붙힌다.

볼을 빼앗기면 곧바로 강한 압박을 가해 재차 볼을 빼앗아 온다.

롱볼과 강한 1차압박으로 인해 벌어지는 간격과 공간, 엷어지는 후방의 수비라인은 에너지 레벨이 높은 선수들로 하여금 커버하도록 한다.

중간중간 영리하고 기술적인 공격형미드필더를 배치함으로써 세컨볼을 따냈을 때나 역습 때 그들의 창의성을 변수로 활용한다.

그렇게 상대를 무너뜨린다.

 

큰 틀에서 보자면 닥공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2009년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던 국가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의 발탁여부를 저울질하며 이동국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압박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공간으로의 침투움직임이 단편적이다', '크로스 상황에서 니어포스트쪽을 잘라먹으려 하지 않는다'라는 것

이에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 기살리기에 나서며 허정무 감독을 은연 중 질타한다.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동국은 압박움직임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 스트라이커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태클을 해대면 부상위험이 있다'.

 

하지만 좀더 아쉬운 쪽은 이동국이었고, 최강희 감독은 선수의 국대커리어 역시 소속팀에서의 커리어 못지 않게 신경써주는 감독이었다.

이동국은 전방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공간을 누볐고, 전방에서의 압박 역시 강하게 시도했다.

그래서였을까. 2009시즌 21골, 2011시즌 16골, 2012시즌 26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2010시즌은 12골에 그친다.

 

K리그에서 이동국이 보여줬던 압박의 적극성은 뛰어났다고 할 순 없지만 전북의 전술 상 크게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패스가 좋은 수비수들은 더러 존재했지만 후방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형태의 빌드업 전술은 발전하기 전이었고, 수비수들에게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수비수들이 볼을 몰고 전진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하프라인 부근에서 스트라이커가 강하게 압박할 필요성도 덜했다고 할 수 있다.

 

2017시즌까지도 그랬고, 2018시즌 리그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닥공은 그런 바람이 불어옴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전북이 전방으로 볼을 길게 띄어 경합을 붙히면 세컨볼은 피지컬적으로 우수하고 활동량 풍부한 전북의 미드필더가 차지하는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전북이 그 세컨볼을 상대팀에 넘겨줬다 해도 그 시점에만 전북이 강한 전방압박을 펼친다면 상대는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면 확률이 떨어지는 중장거리패스나 롱볼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전북은 상대의 실수를 유발한 후 재차 공격을 가한다.

이걸 경기 내내 반복하며 결국 상대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닥공에는 굳이 최근의 유럽축구처럼 디테일한 수비전략이나 단계별 압박전술이 크게 필요치 않았다.

뒤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빌드업 같은 것도 굳이 필요하지 않았고 일단 볼을 띄우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경기양상으로 만들어 가기 수월했다.

 

2017시즌의 전북을 상대로 한 서울의 공격전개

상대센터백1.gif

 

2021시즌 전북을 상대로 한 서울의 공격전개

상대센터백2.gif

 

하지만 불과 3년 여가 지난 지금의 K리그는 변했다.

2020시즌 K리그 1부 무대에서는 더이상 볼을 걷어내기만 하는 팀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고,

2021시즌은 2부 무대에서도 후방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빌드업 전술이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왠만한 전방압박에는 상대 수비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뒤에서부터 차분히 만들어 나가며 전진한다.

 

인천후방볼소유.gif

 

올 2021시즌 전북은 초반 성적 면에서 상당한 상승가도를 달렸고, 많은 승점을 축적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감이 존재했는데, 전북의 경기 당 슈팅수와 유효슈팅 횟수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성적은 8경기째 무승. 4무 4패.

리그팀들은 시즌 초반을 돌며 나름의 선발라인업을 완성해 나가고, 경기감각과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그만큼 전북을 상대로 점점 자신감있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건 이제 슈팅수만이 아니라 경기주도권마저 확실히 쥐고 경기를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FA컵에서도 전북은 3부팀 양주를 상대로 전반 경기를 장악하지 못하고 비등한 경기를 펼쳤다.

양주는 전북을 크게 두려워 하지 않았고 앞에서 압박하려 했고, 뒤에서 풀어나오며 자신들의 축구를 하려고 했다.

 

이제 전북의 앞선 압박만 벗어나면 이후 상대팀들은 차분히 진영을 재정비하며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경기를 주도하는 만큼 전북은 수비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공격할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마치 우승권 스쿼드를 가졌지만 약팀 스탠스를 취하고 선수비 후역습하는 축구를 하는 듯 비춰질 수 있다.

 

7라운드.PNG

이는 수원을 3:1로 제압했던 올시즌 7라운드 전반전 경기내용이다. 전북이 앞서고 있는 것, 전북이 강팀이라는 전제를 뒤엎듯 수원의 볼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걸 볼 수 있다. 참고로 올시즌 수원은 볼점유를 높게 가져가는 강원과 달리 가능하면 수비 성공 후 빠른 템포로 공격을 시도하는 팀이다.

 

김상식 감독은 닥공을 넘어 화공 축구를 약속했지만 먼저 볼을 차지할 수 있어야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전방압박과 단계별 수비전술은 현재 리그의 빌드업 수준을 잡아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울산전.PNG

전북의 4-1-4-1 포메이션에서 앞선 공격형미드필더 이승기와 김보경을 상대로 울산은 윤빛가람-원두재-고명진이라는 3명의 미드필더를 내세워 전북이 자신들을 쉽게 압박하지 못하도록 했다. 전북은 2골을 내줬지만 2골을 얻어내며 스코어 상 동률을 만들었지만 전반 내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울산에 끌려다니는 경기를 해야만 했다. 울산은 그럼에도 전반 중후반 이청용을 투입해 또다른 방식으로 중원을 장악했는데 이렇게까지 하자 전북은 아무런 대응도 못했고, 후반에도 별다른 해결책을 가지고 나오지는 못했다. 울산이 3번째 득점 이후 수비라인을 내리며 다소 수비적인 스탠스를 취했기 때문에 전북도 공격이 어느정도 가능해 졌지만 울산이 이동준을 투입하며 역습에 성공했고, 그렇게 경기결과를 갈렸다.

 

최강희 감독 시절에도 때로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 팀들을 만났을 때다.

일본의 빌드업 플레이에 전방에서 압박하지 못하고 중원의 공간들을 내주며 고전한 바 있던 전북이다.

이때 최강희 감독의 해결책은 급조한 수비전술보다는 에너지 레벨을 한층 더 극대화한 터프한 전방압박과 강력한 바디체킹이었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최강희 감독이 성공했던 경기에서는 이 전략이 잘 먹혀들었고, J리그 팀들은 사기가 꺾여 무너지곤 했다.

특히 풀백 최투지 최철순의 수비형미드필더 기용은 이런 전략에서 빛을 발하기도 했다.

 

김상식 감독은 최근 경기결과 좋지 못한 것에 대해 '체력'의 문제를 피력하는데 그 말대로 체력적인 부분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닥공의 색채를 살리려는 전북이라면 그런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휴식기에 체력을 충전하고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후반기 전북의 경기력이나 경기결과는 살아날 것이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좀 넘겨주더라도 상대가 실수했을 때 그 기회를 살려 공격해 가는 전북의 공격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다만 후반기 중반을 지나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다시 체력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전북 핵심선수들의 나이는 많은 편에 속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또 최근 전북은 수비전술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빌드업 전술에서도 부진함을 보이고 있다.

방향성이 불명확하고, 선수들 간의 간격은 벌어지며, 오프더볼에서의 움직임도 모라이스 때와 비교하면 그 유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상대가 실수한 틈에 순간순간 선수들의 퀄리티로서 득점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 또한 불안한 부분이다.

 

전술이 전부는 아니다. 팀의 경기력과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들은 많고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굳이 유행하는 전술이 아니더라도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전임 감독과 다른 감독들을 경험한, 또 빌드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고 싶은 선수나 유럽축구의 트렌드에 민감한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감독의 역량을 비교를 할 것이고, 만약 선수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감독에 대한 신뢰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걸 감안해야 한다.

김도훈 감독 시절의 울산과 김병수 감독의 강원, 최근 박건하 감독의 수원처럼

국가대표팀이나 유럽진출을 목표로 하는 젊은 선수들의 구미가 당길만한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하나의 영입전략일 수 있다.

 

지도자들에게 점점 더 다양하고 높은 역량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어쨌든 전북이 닥공 브랜드를 되살리고 그 정신을 공고히 하고 싶다면 2018버전의 닥공을 최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리고 내년 혹은 더 장기적으로는 거기에 맞는 새로운 선수들도 미리부터 수혈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댓글 15

best
삭제된 댓글입니다.
best 아방뜨 2021.06.01. 14:46
양평 -> 양주요!

신객은 신이야..
신객 작성자 2021.06.01. 14:44
 상식이없노
감사
댓글
박건하 2021.06.01. 14:44
혹시 오류인지 FA컵 양평이라 양주로?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6.01. 14:46
 박건하
오키 수정
댓글
best 아방뜨 2021.06.01. 14:46
양평 -> 양주요!

신객은 신이야..
댓글
-_- 2021.06.01. 14:50
김상식은 진화할 수 있다!
댓글
꾸르바수드 2021.06.01. 15:00
경합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고 전환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타깃과 솔로 플레이로 30m 이상 볼 운반할 수 있는 윙을 보유했었던 전북에 낯선 위기일 듯.
댓글
한쿄원 2021.06.01. 15:02
이 글 읽어보니

김상식이 더 형편없어 보이는건 왜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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