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2018시즌 닥공과 후니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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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김도훈 감독은 자신의 축구스타일을 팀에 입히는 작업을 하더니
후반기 들어서는 꽤 모양새가 갖춰지고 팀스타일에 어울리는 선수의 선별작업도 어느정도 완수됨.
후니볼은 당시 가장 세련된 형태의 빌드업 전술을 선보였는데
드디어 골키퍼가 빌드업에 참여를 하고,
센터백들이 본인들 진영 엔드라인 부근에서 좌우로 쫙 펼쳐선 다음 상대의 전방압박을 무마시키는 플레이를 펼침.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개념을 더 주입하는데
그동안 한국 축구에 부족했던 '트랜지션(좌우전환)'과 '공간창출'이란 개념을 실현해 내기까지 한다.
특히 박용우와 믹스의 전술이해도가 매우 높았고,
이근호와 한승규는 공간이해도 기본적으로 높았던 선수들로서
이 선수들은 후니볼을 정말 잘 구현해 냈던 선수들.
그리고 또 한 선수 더. 센터백 리차드는 이런 전술에서 후방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해내는데
앞에서 움직이는 선수들의 상황을 판단해 내고, 적절한 전진패스를 투입하는 플레이에 있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함.
그런 와중 울산은 32라운드에서 전북을 마주치게 되는데..
새로운 전술트렌드를 몰고 온 후니볼에 최강희 감독도 부담이 좀 있었던 거 같음.
전방압박에도 불구하고 후방에서 잘 풀어나오는 울산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승부만 해도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전북은 이 경기 유독 전방압박을 자제했던 모습.
하지만 전북은 맨마킹을 기본으로 한 전진압박에 특화됐던 팀으로서 존디펜스? 지키는 수비?에 대한 개념은 좀 부족했던 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음.
이날 전북은 중원을 손준호-홍정호-임선영으로 구성. 중원수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라인업.
하지만 보다시피 전북 선수들은 맨마킹에는 누구보다 강했지만 공간을 지킨다라는 개념이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볼과 울산선수를 따라 움직이는 현상을 보였고, 따라서 울산이 이들을 한쪽 사이드로 몰고자 하면 그걸 쉽게 해낼 수 있었음.
전북의 3명의 중앙미드필더가 한쪽 쏠림에 따라 전북의 중원이 상당히 허해짐을 볼 수 있음.
울산이 반대전환을 하는 와중에도 전북 3명의 미드필더는 아직 반대로 이동하지 못한 모습. 또다시 세 선수가 우르르 이동하는 걸 볼 수 있음.
박용우와 이근호가 전북의 헐거워진 중원공간으로 이동해 들어오고 리차드가 볼을 잡고 있는 상황. 여기서 이근호는 박용우에게 패스를 하라고 손짓하고 있음.
리차드의 패스가 박용우에게 전달됐고, 여기서 김민재의 위치를 보면 김민재 역시 반대방향으로의 이동이 느렸기 때문에 이제 박용우는 이근호에게 패스를 한 후 김민재와 최보경의 사이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됨.
움짤 용량 때문에 올리지는 못하는데
실제로 이 장면 이후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과 박용우의 슈팅까지 깔끔하게 이어짐.
다른 장면을 보겠음.
이 장면에서는 리차드를 압박하기에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중원이 헐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음. 홍정호가 믹스와 한승규를 견제할 수 있는 포지셔닝처럼 보임.
하지만 공간보다 맨마킹에 치우치는 전북의 컬러가 여기서도 드러나게 되는데 홍정호가 한승규의 등뒤를 바짝 좇는 모습.
그리고 한승규는 볼을 가지고 있는 리차드를 향해 믹스에게 패스하라고 지시하고 있음.
믹스에게 볼이 투입되고 믹스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김인성의 센스있는 원터치패스로 한승규의 골이 만들어 짐.
또 다른 장면
홍정호가 센터백으로 돌아갔고, 이제 최보경이 수비형미드필더 포지션에 뜀. 임선영이 박용우를 압박하고 있고, 최보경은 이근호를 맨마킹하는 중. 전북의 중원에는 공간이 좀 보이는데 박용우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냐면
백패스를 하고 앞으로 전진. 사실 일반적인 수비전술이었다면 최보경은 이근호를 맨마킹하기 보다 붉은 원 정도의 위치에서 수비블럭을 형성해야 함.
임선영은 다시 공을 향해 움직이는데
결국 최보경이 아닌 손준호가 박용우를 막으러 가는데 또 한교원도 박용우를 추적. 사실 또 일반적인 수비전술이었다면 한교원은 박용우를 포기하고 상대의 반대전환을 견제하기 위해 믹스가 서있는 방향을 막아서거나 하는 행위를 취해야 함. 손준호 역시 본인이 움직이기 보다는 최보경으로 하여금 앞으로 나가게 하고 본인이 본인 자리를 지키는 게 보통.
박용우가 사이드로 패스를 하고 더 앞으로 전진하는데 결국 한교원과 손준호가 또다시 한쪽 사이드 방향으로 확 쏠린다는 걸 알 수 있고,
뒤에 믹스는 넓은 중원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음.
한교원이 박용우를 따라 올라가는 데 그러자 황일수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모습
전북의 중원은 또다시 헐거워졌고, 믹스가 패스를 달라고 손을 들고 있음.
리차드가 전진하고 믹스가 리차드에게 패스. 리차드 앞에도 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
손준호가 더 빨리 최보경쪽으로 이동해서 블록을 형성해줬어야 하는데 전북의 중앙미드필더들은 수비블럭을 형성하고 간격을 유지하는 걸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거 같음. 결국 리차드로부터 주니오에게 연결될 수 있는 패스길이 열림.
그리고 주니오의 슈팅과 김인성의 골.
자신의 전술이 먹혀들어가는 데 고무된 까닭일까. 꽤 상기된 것처럼 느껴지는 김도훈 감독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를 지배하고 경기를 리드했던 울산이지만 그래도 닥공의 화력만은 여전했고, 그 화력까지 통제하는 데에는 실패.
결국 사이좋게 2:2로 경기가 끝났고, 이 경기 결과로 전북은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음.
돌이켜보면 이날 경기는 개축 전술사에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북이 닥공 체제로 장기집권하는 동안 이런 전북의 약점을 파고들만한 역량을 갖추는 팀이 K리그에는 없었음.
선수들의 전술과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우선되어야 하고, 감독 역시 그런 선수들을 조련해서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공부와 경험이 부족한 감독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2018시즌 승점 63점에 2위에 그쳤던 울산이었는데
이듬해 2019시즌 김도훈 감독은 승점을 79점까지 챙기면서 승점만 따지면 전북과 동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림.
최강희 감독은 떠났지만 어쨌든 새로운 트렌드를 입혀 전북과 나란히 서는 데까지 성공은 했던 거지.
그리고 2019시즌은 병수볼이 득세를 하기 시작하던 시즌인데
후니볼보다 더 복잡한 체계를 갖고 수적우위와 공간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했던 강원이 여전히 전방압박과 맨마킹에 특화되어 있던 전북에 유독 강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거라 생각이 듦.
김도훈 감독에게 아쉬웠던 중요 승부처에서의 과감한 승부수나 임기응변, 교체카드의 활용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래도 2020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며 김도훈 감독 역시 끝에는 큰 성과를 하나 거두기에 이른다.
한승규를 중용하지는 않는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한승규의 국대길을 터준 사람이 아닐까 생각도 들고,
또 원두재, 김태환, 윤빛가람, 김인성 등 다수의 선수를 국대에 올렸다는 데서 나름 개축의 축구트렌드에 새 장을 열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음.
댓글 16
2020년까지 보여준 축구는 정말 개축이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시사점 같은 느낌이었음.
펩태완이 다른 선수는 몰라도 박용우는 신병들어와도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인터뷰한게 확 와닿음
2020년까지 보여준 축구는 정말 개축이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시사점 같은 느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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