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필리핀 축구는 어디로 가는가

필리핀 축구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어서는 이웃 동남아 국가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그는 꾸준히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으며, 팀들은 기본적으로 윈나우 마인드가 강하다. 좋아서 했다기 보다는, 부족한 저변과 낮은 인기 탓에 어쩔 수 없이 택한 접근법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대구와 UCFC, 비엣텔과 카야의 경기는 이를 단적으로 요약했다. 선수단 퀄리티만 보면 태국 중위권 팀에도 뒤지지 않는 UCFC이다만, 파행적 리그 운영으로 인한 실전 감각 부재는 새 얼굴이 많이 들어왔음에도 조직력을 기를 수 있을만한 충분한 시간적 기회를 주지 못했다. 경기 내내 후방에서 내줬던 넓은 공간은 이의 반증이며, 공교롭게도 대구는 그 공간을 가장 잘 공략해내는 팀이다.

카야 역시도 비엣텔에게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효과적으로 밀어냈던 비엣텔이었으니 카야는 더욱 잘 막아낼 것이라는 건 자명했다. 빠뚬과의 1차전에서 콜플레이 미스를 여럿 보여준 수비진은 이번에도 역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UCFC 보다 사정이 나음에도, 조직력 문제는 분명했다.

필리핀 축구계는 코로나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다. 이웃 국가는 바이러스가 방해해도 어찌어찌 시즌을 진행할만한 자금과 인력, 시설이 존재했으나, 필리핀은 아직 그 셋이 모두 부족하다. 절대 1강 글로벌은 임금 체불 문제로 와해됐고, 그 자리를 메꾼 마하를리카도 아직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페이를 지급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팀이 걸어가는 길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며, 또 역사가 된다. 앙젤레스가 빠뚬전에 기록한 골은 필리핀 팀으로서도, 선수로서도 최초로 기록되었다.

UCFC는 -비록 전력이 약해졌다지만- 궈안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4년 전만 하더라도 필리핀 팀이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아시안컵에 올라갔고, 클럽팀은 아챔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아챔은 금전적인 이득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 레벨 팀들이 어떤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고 어떤 변화를 취하는 지 공부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세계 무대 경험이 부족한 필리핀으로서는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두 팀이 결과에 실망만 하지 않고,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길 바라본다.

ps. 그러니까 다음 경기 포촐로 부가스 선발 좀,,, 3분 출전이 말이 되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