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승리수당과 인천 생존왕의 관계
- 달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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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천 생존왕의 비결로 승리수당 뿌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음.
근데 들어보면 승리수당 주니까 인천 선수들이 무시무시하게 뛰었다는 해석이 많음. 근데 자세히 보면 인천의 막판 승리수당은 팀 상승세의 방점이지 그것이 모든 이유는 아님.
그 근거로는
1. 인천은 꼴찌로 내려가도 멘탈이 무너지는 팀이 아님.
이건 기자들이 잡담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다른 강등권 팀들이 승점에 허덕일 때, 훈련장에 가면 분위기도 어둡고 굉장히 조급하다고 하는 평가가 많음. 당장 답답한데, 길이 보이지 않으니까 힘들어 한다는 건데.
인천은 꼴찌로 쳐저도 분위기가 어둡거나 답답해 하지 않는다고 함. 아마 매년 반복되는 일이니까, 내성이 생긴 거라고 보는데, 이게 중요한 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고 반등 시기를 기다린다는 거 자체가 꼴찌 팀에게는 굉장한 반등 요소임. 왜 병법에서도 기다리다가 움직일 타이밍에 딱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하잖어. 근데 인천은 그 여유를 잃지 않는 팀임. 이건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임.
2. 여름이적 시장에서 완전 영입보다는 임대계약으로 데려옴.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어서 이지만, 이게 굉장히 선수들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됨. 우선 여름이적 시장에서 임대로 나가는 선수들은, 원 소속팀에서 입지가 불안한 애들임. 주전도 아니고 벤치도 아닌 경우 혹은 붙박이 벤치. 이런 애들은 당장 자기 가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함. 그냥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금만 더 하면 가치가 올라가는 애들임. 얘네들한테 중요한 것은 실적임.
근데 원 소속팀에서는 실적낼 기회가 없음. 그러니까 임대를 나가는데, 얘네들은 임대를 나가서도 실적을 못 내면 그냥 망하는 상황임.
근데 인천은 꼴찌팀이니까 자기가 임대로 가면 바로 주전 보장인 상황임. 근데 거기서 실적까지 내면 원소속팀에서 위상이 달라지거나, 다른 팀으로 가도 더 좋은 조건에 계약 가능함.
결정적으로 인천은 상대 구단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아니면 완전 영입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음. 이러면 임대상 입장에서는 더 사기가 올라감. 당장 임대올 때는 모르는데, 팀 상승세에 함께 있다 보면 선수도 분위기에 휩쓸리거든. 팬들이 자기 이름 불러주고, 자기도 대접을 받으니까.
거기다 나중에 시즌 막판에 가면 다시 원소속팀에 가서 주전경쟁 펼치는 시나리오와 이미 팀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는 시나리오가 두 개 다 앞에 있으면, 금전적으로 큰 이득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선수는 고민할 수밖에 없음.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로 선수들 사기가 올라감.
3. 인붕이들이 변태들임.
인유팬들만의 이야기가 아님. 인천 지역 스포츠팬들은 변태기질이 너무 많음.
한국 스포츠 시장에서 팬들을 모으는 것은 보통 성적임. 성적이 구리면 팬들이 떠나감. 심지어 그 극성인 롯데팬들조차 비밀번호 찍던 시절에는 69명이 입장한 전설적인 사례도 있음.
근데 인붕이 이 변태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팀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경기장에 모임. 아니 오히려 팀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더 똘똘 뭉침. 이건 종목을 막론함.
선수단은 꼴찌로 떨어져도 사기를 잃지 않고, 임대생들은 올라갈 이유만 가득 차있는데, 팬들은 나락으로 떨어지면 더 똘똘 뭉친다.
이거 팀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 관중 수 떡락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부러우면서도 이해가 안됨.
근데 이거는 삼미 시절부터 인천시민의 종특임.
4. 그리고 기타 요건
뭐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단 이탈에 따라 낮아진 조직력이 다시 올라가는 시점 도래 및 일단 팬들 말을 들어주는 구단도 생존왕으로 살아남았던 인천의 요소임.(손수호 변호사도 이 이야기는 함). 게다가 어찌어찌 올린 분위기를 인천은 선수단 전원이 공유하는 팀임. 어느 팀이라고는 말 안하겠지만, 강등이 확정된 경기에서 실실 웃을 정도로 와해되는 팀도 있는 것이 현실임. 그 팀에서는 선수들이 팀 강등 당해도 상관없다. 난 이적하면 되니까라는 마인드가 가득하다는 글이 펨코에서 엄청 많았음.
5. 여기에 방점을 찍는 승리수당
솔직히 승리수당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음. 승리 수당도 이겨야 받는 건데, 팀 전체에 우리는 안될거야 라는 의식이 팽배하면 승리수당도 힘을 못 씀. 왜냐면 이긴다라는 생각 자체를 안하니, 승리수당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버리기 때문임.
하지만 반대로 어? 되잖아! 하는 순간이 도래하면 바로 승리수당은 초버프 스킬이 되어버림.근데 아까 말했듯이 인천은 꼴찌로 떨어져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는 팀임. 여기에 임대생들이 들어와서 성적을 내야 할 당위성이 빵빵함. 거기에 팬들은 더 똘똘 뭉쳐. 여기에 조직력까지 올라가. 이제 팀 내에 분위기가 슬슬 때가 왔다라는 분위기가 돌기 시작함.
이제 승리수당이 일을 하는 시기임. 이 때 필요한 것은 딱 하나 1승임. 왜냐면 1승을 하는 순간 승리수당이 손에 들어오거든. 숫자로는 단순히 1승이고 단순히 승점 3점이지만, 이 1승으로 승리수당이 꿈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림.
분위기가 올라가고, 조직력이 올라가고, 이겨야 할 당위성은 가득한데, 돈까지 들어오면? 말 그대로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가 되어버림.
일단 여기까지 적는데, 많은 애들이 인천이 생존왕이 된 이유를 돈에서만 찾는 경우가 많음. 특히 최근에 더 그러는데, 개인적으로는 승리수당을 아무리 많이 줘도, 1승에 대한 희망을 버린 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됨. 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임.
그리고 승리수당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게 축구면, 이미 분위기 바꿔도 한참 전에 바꿔야 할 팀도 있음. 그리고 있었음. 근데 아님.
중요한 것은 이전에 빌드업을 착실히 해야 한다는 거임. 그리고 마지막에 승리수당을 땋하고 걸어야 하는 거임.
그래야 모든 것이 맞물리면서 성적으로 나오는 거임. 돈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팀은, 돈을 걸었는데도 망하는 사례를 확인하기를 바람.
댓글 10
근데 왜 시즌 시작만하면 넘어지냐고
그 당시에는 어렴풋이 그런가보다 했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좋네.
그 당시에는 어렴풋이 그런가보다 했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