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길 잃은 축구- 나는 왜 축구를 볼까(지금까지의 서울 축구를 보며)

1.

 

"졌다. 또 졌다."

 

인천유나이티드의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다. 요즘따라 이 문구가 자꾸 나한테 온다. 좀 다른 모습으로.

 

"졌는데 또 질 것이다."

 

요즘 서울 경기가 끝나면 드는 생각이다.

 

프런트의 영입 관련, 행보 관련, 감독의 영입 관련, 전술 관련, 선수들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글들이 이미 올 시즌 1바퀴가 돌기도 전에 전부 쓰여졌다. 나도 썼고 나 외에도 썼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게 스마트폰이라 글을 길게 쓸 순 없겠지만, 아마 노트북이라 해도 저 요소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글은 쓰기가 거시기하다. 이미 쓴 것에서 더 진행되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글은 왜 쓰는 걸까. 위 문단의 마지막 문장 때문인 것 같다.

 

2.

"더 진행되는 생각이 없다."

 

난 이게 참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퇴보하는 중이라면 차라리 다음에 이야기할 거라도 있지. 정체된 거라면 쓸 수 있는 건 원론적이고 주변적인 글일 뿐이다.

당연하다. 내가 구단 관계자도 아니고, 구단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까.

원론적인 건 평소에도 썼으므로, 후자인 주변적인 것이라도, 그러니까 저 문장이 도출된 것에 대한 심경에 대해 풀어쓰기로 했다.

 

왜 서울은 멈췄다는 느낌이 있는 걸까.

 

난 이 느낌을 받을 때마다 예전에 볼만찬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이 팀은 재창단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3.

재창단 수준이라는 건 어느 정도인 걸까.

단순한 스쿼드의 영입 방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랬으면 우린 올해 근 몇 년 중 역대급으로 이적시장을 활발하게 보냈다고 하는데 적어도 작금의 순위에 자리잡진 않았을 것이다.

프런트도 사장이 바뀌면서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겨울에도, 여름에도 이적시장에 손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사실 나팔여를 빼면 상당수가 트레이드나 FA 영입이긴 하지만 넘어가자. 나팔여가 싼 것도 아니고.)

그럼 감독, 분명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잠시 예전의 글을 빌려오자면 "3년동안 감독이 6명이 바뀌었는데 2019년 빼면 성적이 개판"이다. 감독 하나만 겨냥하기엔 이 팀의 문제는 상상 이상으로 커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감독도 문제 있다. 다만 감독만 문제는 아니라는 글이다.

 

설라에서는 강버지라 불리면서 기성용 등을 데려올 수 있게 한 강명원 단장에 대해선 BBC, 인맥 있는 유저 등위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위 종류가 아니더라도 귀네슈 시절부터 있던 올드팬들의 지지도 있다. 나는 강명원 단장에 대해선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느낌이고. 서울이라는 구단에 대해 자부심도 있어보이고.

 

4.

근래 긍정적인 이야기들만 모아보면 우리 팀의 순위는 무슨 안락한 순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프런트의 영입 행보, 감독을 지지하는, 나쁜 분위기는 아니라는 선수들, 프런트의 이적시장에 대한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 팬들 사이에 전해지는 프런트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들.

 

근데 성적은 보다시피 12위다.

 

선수 네임드, 감독의 전술, 적극적인 이적시장참여 전부 차치하면 12위가 눈앞에 있다.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어긋난 느낌이 있다.

 

한편 팀의 축구는 예전에 잠히히 라는 펨네 분이 분석해준 대로라면 큰 변화가 없다.

전방에서 지나치게 만들다 힘 다 빼고 후반 막판에 힘 후달리는 축구; 영입된 선수들의 부족한 오프더볼, 기동력이 부족한 중원, 만들어가는 동안 빌드업에 참여도 안 하는데 체력이 늘 부족한 센터백 등.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보는 축구의 느낌은 다음과 같다.

 

"분명 이것 저것 들어갔는데 변화가 없어"

 

변화가 없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사랑해야 할 축구가 아닌,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모레와 글피가 같은 축구.

"정체된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중력적으로 끌려오는 문장 두 개.

 

"이 팀은 재창단 수준으로 뒤엎어야 한다."

"졌고 다음에도 질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한 축구를 왜 나는 보는 것일까.

희망적인 글은 쓰지 않을 것이다.

 

 

 

 

댓글 10

best BROedgar 2021.07.23. 10:43
솔직한 심정으로 이젠 그냥 팀 자체가 롯데화된 거 같기도 합디다. 그냥 뭔 발버둥을 치고 무슨 수를 쓰든 지구가 망해도 안 될 팀 있잖아요. 서울이 그런겁니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리빌딩 하나는 탁월하게 잘 한다고 평가받던 감독, 수석코치로는 기가 막히게 평가가 좋았던 감독들을 선임했어요. 그리고 결과는 뭐.. 셋 모두가 졸장으로 강등된 채 끝났습니다. 서울도 요새 보면 비슷한 느낌이에요. 막말로 서울로 오기 이전의 황선홍이나 박진섭, 내지는 2018년 서울 복귀 이전의 최용수가 욕먹을 감독이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냥 총체적으로 다 문제인 팀이어서 누가 와도 Fc화되는 게 아닐는지
리얼돌1호기 2021.07.23. 10:29
난 감독만 제대로 데려오면 많은게 바뀔거라 확신함
아니면 감독이 확 바뀌거나
댓글
핑크추어 2021.07.23. 10:34
 리얼돌1호기
솔직히 누구??... 한국 감독중에 누가 있나
댓글
찰리박과수삼공장 2021.07.23. 10:32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댓글
잼아저씨 작성자 2021.07.23. 10:33
 찰리박과수삼공장
난 그저 흰 개를 볼 뿐…
댓글
best BROedgar 2021.07.23. 10:43
솔직한 심정으로 이젠 그냥 팀 자체가 롯데화된 거 같기도 합디다. 그냥 뭔 발버둥을 치고 무슨 수를 쓰든 지구가 망해도 안 될 팀 있잖아요. 서울이 그런겁니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리빌딩 하나는 탁월하게 잘 한다고 평가받던 감독, 수석코치로는 기가 막히게 평가가 좋았던 감독들을 선임했어요. 그리고 결과는 뭐.. 셋 모두가 졸장으로 강등된 채 끝났습니다. 서울도 요새 보면 비슷한 느낌이에요. 막말로 서울로 오기 이전의 황선홍이나 박진섭, 내지는 2018년 서울 복귀 이전의 최용수가 욕먹을 감독이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냥 총체적으로 다 문제인 팀이어서 누가 와도 Fc화되는 게 아닐는지
댓글
잼아저씨 작성자 2021.07.23. 10:45
 BROedgar
솔직히 전
작년에 돌았던 이 ㅈ같이 성적도 못 내는 상황서 파워싸움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그런 인원이 남아있는 이상 이 팀에서 희망을 보긴 어려울 거라 예상합니다
댓글
멩스크 2021.07.23. 10:45
선수단만 생각했을때 컴터로 비유하자면 좋은 부품 막 모았는데 그게 인텔과 암드 막 섞인 느낌? 호환될리가 없지. 욘스1기 끝나는 시점에서 팀이 계속 멈춰있는 것 같음 어느순간 너무 뒤쳐져있어
댓글
Ashel 2021.07.23. 12:29
핵심 선수 팔면 새팀 돼. 겁나서 못한 거고, 팬들의 패악질이 방해한 거지
댓글
Ashel 2021.07.23. 12:31
 Ashel
누굴 말하는지 알지? - 전북 좌파[걔들이 날 무지 실어해. 쌍식이랑 정혁 욕해서]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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