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김학범 감독은 왜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했을까?

3E2A4ADD-9728-45A9-8C89-75833B332183.jpeg

 

뉴질랜드 전 패배 이후 김학범 감독이 대회 준비 기간 도중 선수단 버스에 에어컨을 틀지 못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이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어난 바 있었습니다. 

 

전에도 한 번 논란이 일어나긴 했지만 뉴질랜드 전 패배 이후에 논란이 심화되었고 이에 대해 저는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운동생리학 측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순응(acclimation)’이라는 용어에 대해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명을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인간은 일정 기간 동안 일정한 자극이나 스트레스(환경의 변화, 인위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순응(acclim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떠한 자극에 대한 적응을 마치게 됩니다.

 

비슷한 자극(온도)에 계속 영향을 받게 되면 결국 그 자극에 대한 충격(체온 변화)도 완화되면서 신체가 받는 스트레스는 감소하게 됩니다. 

 

그런 비슷한 자극에 지속적인 운동을 더하여 단련이 된다면 발한역치(심부온도가 상승하여 땀의 분비가 급격히 증가했을때의 체온)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땀을 일찍 흘리는 반응이 나타나 체온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열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지구력과 운동 수행 능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이러한 순응의 과정을 거치며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는 대회 개최지 혹은 대회 개최지와 비슷한 기후를 띄는 곳에서 장기간 훈련을 진행합니다. 순응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려드릴 부분이 더 있긴 하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진단을 할 때는 이 정도만 알아두셔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의 훈련 세션에서만 자극을 받는다고 해서 완전히 ‘순응’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체는 ‘비슷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야 순응을 하는 것이지 각기 다른 자극을 들쭉날쭉하게 받게 되면 순응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외부의 더운 기운에 노출되었다가 에어컨에 찬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발현하는 냉방병이 그 예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냉방병 역시 순응의 과정이 완전히 마쳐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순응을 하려면 하루 일과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을 차지하는 훈련 과정 이외에 휴식 시간과 취침 시간에도 비슷한자극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실전에서 맞이할 실질적인 기온과 비슷한 수준의 온도를 계속해서 유지해줘야순조롭게 순응할 수 있겠죠? 이러한 부분 때문에 많은 운동생리학 전문가들(피지컬 트레이너, 주치의, 지도자 등)은 기후적응 훈련 시 실내 온도를 외부 기온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외부 기온과 실내 온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면 감기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져 선수들의 컨디션에 지장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럼 훈련장과 숙소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는 왜 에어컨 설정 온도를 조절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에어컨 가동 자체를 금지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체는 변화한 온도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서 대략 3-4시간 정도가 필요합니다. 선수들이 외부온도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은 훈련 시간이기 때문에 훈련 직전에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는 외부 온도에 적응해야할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훈련이 끝난 직후에는 선수들이 외부의 기온에 적응이 된 직후이기 때문에 버스 내부 에어컨의 가동으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있을 시 순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의무팀장을 역임한 최주영 씨 역시 선수들이 버스에 타기 직전에 잠시 에어컨을 틀어놓았다가 선수들이 버스에 탑승했을 때는 에어컨을 끄고 버스 내부의 냉기를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었습니다. 이번 건 역시 비슷한 방법을 채택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기후 순응 방법은 김학범 감독이 특별하게 시도한 것이 아니라 운동생리학 측면에서 봤을 때 아주 일반적인 컨디션 조절 방법입니다. 축구계에서도 이미 오랜 기간 중용된 방법이었고 최근까지 매번의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중용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 쌍팔년식 아니냐는 의문도 많이 제기되곤 했습니다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운동생리학 측면에서 검증된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따라서 뉴질랜드 전의 패배 요인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사실 현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비판점은 이외에도 충분히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김학범 감독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게 한 것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4

best 오르샤즘 2021.07.24. 22:47
나도 이거 그때 찾아봤었는데 예전에도 보통 중동원정같은데 현지 도착해서 생활할때 에어컨 컨트롤을 한거 같더라고
물론 습도가 좀 더 높다지만 일본원정가는데 한참전부터 한국에서 에어컨 막으면서 현지적응훈련을 한건 학범슨이 살짝 오바한거 아닌가 생각됨
best 오르샤즘 2021.07.24. 22:47
나도 이거 그때 찾아봤었는데 예전에도 보통 중동원정같은데 현지 도착해서 생활할때 에어컨 컨트롤을 한거 같더라고
물론 습도가 좀 더 높다지만 일본원정가는데 한참전부터 한국에서 에어컨 막으면서 현지적응훈련을 한건 학범슨이 살짝 오바한거 아닌가 생각됨
댓글
꼬꼬방 작성자 2021.07.24. 23:42
 오르샤즘
대체로 인체가 순응을 하는 시간이 2주 이상이기 때문에 그 점에 따라 한참 전부터 적응 훈련을 한 것 같음.
댓글
죽은토끼 2021.07.25. 00:12
제목만 보고 꼰대인 줄 알았더니 충분히 이해 가는 내용이었네
댓글
내일로미루자 2021.07.25. 03:23
온도 습도에 적응시키겠다고 스트레스를 주면서 체력훈련이 미쳐있어서 정작 경기는 절반만 뛰면 퍼지는 체력만 남겨서 문제지 ㅇㅇ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7 김태환악개 5090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00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455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09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25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586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794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178 27
인기 살아계신 형님이 풀어주는 썰타임 (K4리그 위주) 비바고양 106 7
인기 엉따 핸따 켰다 2 투페이스 52 3
인기 오늘은 성남 마지막 승리로부터 101일째 되는 날 1 오리지널스 20 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41 0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19 4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89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30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65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38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도움이필요한동혁 162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71 1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41 6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97 4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감자감자감자 183 1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3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6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1 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140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1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5 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고독한아길이 149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와룡이나르샤 119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9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