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달라진 이동경 강원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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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사이 이동경의 전방압박 움직임은 향상됐다. 이는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이동경이 김학범 축구에 적응한 결과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동경에게 아쉬움이 있었다. 본인의 전방압박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지만 팀을 좀더 도와줘야 할 때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공격국면에서는 경기에 더 많이 관여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는 것.
올시즌 5월 수원전. 투볼란치 김성준과 신형민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상황. 수원의 김민우가 중원 빈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주변에는 이동경이 있다.
수원이 김성준과 신형민 투볼란치 라인을 넘어서서 전진패스를 성공시켰다. 정상빈이 패스를 받는 상황에서 김민우는 여전히 프리한 상태고, 이동경은 수비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상빈의 패스는 측면의 김태환에게 향했지만 이동경이 좀더 팀에 기여하고자 했다면 김민우를 어느정도 견제해 주는 움직임을 취했어야 한다.
올림픽 멕시코 전 5번째 실점 상황. 원두재 원볼란치, 권창훈과 이동경 투공미 시스템.
권창훈이 볼이 움직이는 쪽으로 전방압박을 나가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이동경의 기본적인 수비역할은 좀더 내려와서 원두재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경은 내려와 주지 않았고, 원두재 혼자 멕시코의 미드필더 3명을 맞닥뜨리고 만다. 멕시코가 한국보다 강한 전력의 팀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면 이동경의 수비의시기이 아쉬웠던 장면이다.
중앙에서 움직이는 선수가 이동경이다. 이동경이 후방의 상황을 얼마나 부지런하게 파악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경기들을 찾아봐도 좋다. 이동경이 이렇게 후방상황을 부지런히 살피는 경기는 없었다.
윤빛가람이 공격진영 깊숙히 전진해 있는 상황에서 울산의 공격이 끊겼다. 강원의 역습이 진행되는 찰나의 모습이다.
이동경은 반대편에 위치해 있고, 원두재만이 중원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강원은 볼을 조재완에게 연결하는데, 그 전에 이동경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동경이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스프린트를 하는 모습이다. 이는 이전까지 이동경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도의 수비가담 레벨이다.
이런 수비가담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동경이 얼마나 빠르게 내려와 준 건지
전북의 수원전 쿠니모토의 수비가담 움직임과 비교해 보자.
쿠니모토의 약해진 수비마인드 - https://www.flayus.com/79553263
이동경은 기동력이 부족한 원두재의 후방공간을 커버해 줬고,
윤빛가람 대신 중원의 수비블럭을 형성했다.
그리고 윤빛가람이 내려오자 이번에는 수비가담이 늦은 바코를 대신해 측면에서 수비포지셔닝을 취해주고 있다.
이날 경기 이동경과 바코의 포지션이 뒤바뀔 때가 한번씩 있었는데,
이동경은 바코를 대신해 윙포워드로서의 수비역할도 집중력있게 수행해 줬다.
이 장면에서도 이동경이 후방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왼쪽 풀백 홍철이 끌려올라왔기 때문에 그 뒷공간이 취약해진다. 강원의 선수가 그 공간을 파고들어간다. 하지만 후방 상황을 미리 파악해 뒀던 이동경이었고,
강원 선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었다.
홍철의 뒷공간을 확실히 커버해 줬다.
그리고 앞서 수원전과 멕시코전에서 보여졌던 수비약점을 이동경이 어떻게 극복해 내는지도 보자.
윤빛가람이 한쪽으로 쏠려있고, 원두재가 어쩔 수 없이 전방으로 압박을 나가는 상황이다. 이동경이 지난 경기들과 달리 중원을 보완해 주기 위해 내려온다.
이동경이 내려왔고, 이동경은 역시나 후방 상황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고무열은 빈 공간을 퍼스트터치 후 울산 수비진을 붕괴시키며 골에 가까웠던 슈팅을 시도했다.
김영빈에 대한 압박이 순간적으로 헐거워 졌고, 김영빈이 김동현과 수를 꾀하고 있다. 이동경은 김동현을 마크하고 있는 상황.
김동현이 이동경의 시야 뒷편에서 중원의 빈 공간으로 슬쩍 들어가려고 한다.
이동경은 이전 고무열에게 슈팅을 허용했던 장면에서 강원이 순간적으로 중앙패스를 찔러온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고,
움직임을 멈추고 김동현에게 향할 수 있는 패스의 길을 견제했다. 이동경은 수비국면에서는 확실히 수비하는 데 집중했던 모습.
뿐만아니라, 이 경기 이동경은 어느 경기보다 볼을 가진 선수들에게 손짓을 많이 했던 경기였는데
홍철에게 원두재에게 패스를 하라고 하는 모습
김민준에게 패스를 하라고 하면서 본인은 미리 전방공간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는 모습. 이 장면도 그간 이동경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평소의 이동경이었다면 별 제스쳐 없이 천천히 공격을 올라갔을텐데 이제 공격의 템포를 올리기 위해 본인이 미리 움직여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장면에서도 원두재를 향해 김기희에게 패스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경기 내내 지속됐고, 이동경은 볼을 한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요구했다.
여기서도 홍철에게 원두재에게 패스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원두재에게 패스가 향하자 앞쪽 강원 수비수들의 위치를 미리 체크하며 압박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공간에 포지셔닝하려 한다.
이동경에게 패스가 향했고,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해 뒀기 때문에 이동경은 전방을 살필 여유를 갖을 수 있다. 윤빛가람이 강원 수비수 한 명을 끌고 움직여 들어간다.
윤빛가람의 움직임 덕분에 힌터제어를 향할 수 있는 패스의 길이 열렸고, 이동경은 이 패스길이 열리는 타이밍을 침착하게 인지하고 패스를 시도한다.
비록 힌터제어가 오프사이드에 빠져있었으므로 이 패스시도는 무산됐지만 이동경이 윤빛가람의 가짜움직임을 활용한 첫 번째 플레이메이킹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기를 읽는 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이야기한 이동경이었는데 특히 이 연속된 장면은 최초의 패스흐름부터 포지셔닝과 플레이메이킹까지 가장 그 이야기를 가깝게 실행한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동경이 강원의 중원공간이 비어있다는 걸 인지하고
그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패스해 줄 수 있는 선수를 찾는다. 이 장면에서는 이동경이 원하는 위치(붉은원)로 들어와줄 만한 선수가 없었지만
이동경이 공간을 먼저 찾아 움직이려는 의도가 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의미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 3자 선수로서의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은 이동경이 잘 보여주지 못했던 움직임인데 이날 이동경은 이 움직임도 시도했다.
원두재가 패스를 받기도 전에 이동경은 힌터제어의 위치를 확인한다.
이동경은 원두재가 힌터제어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타이밍에 제 3의 선수로서 움직임을 실행한다. 임채민이 힌터제어에게 밀착마크해 있는데
이동경의 움직임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탓에 힌터제어에 대한 마크를 풀고 이동경의 움직임의 막기 위해 움직인다.
순간적으로 힌터제어가 프리해 진다. 힌터제어는 이동경에게 원터치패스를 시도했고 이 패스는 실패했지만 여기서도 이동경의 달라진 모습이 엿보였다.
볼이 없을 때 이동경의 침투속도도 달라졌다. 이동경은 그동안 형식적인 침투움직임을 취할 때가 많았는데
상대를 방심시켜 놓고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여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특히 골장면에서는 패스 후 곧바로 뛰어들어가 정확한 슈팅까지 시도했는데 이동경의 적극성과 체력적인 잠재성이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동경은 경기직전까지도 지친 몸을 끌고 최선을 다해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드러눕는다.
그동안 풀타임 소화했던 경기가 얼마나 있었을까 싶은 이동경인데
이동경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활동량과 수비기여도를 보여주며 강원전 풀타임을 소화해 냈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스스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등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그간 경험해 보지 못했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던 경기였음에도
흔한 다리경련 없이 끝까지 버텨냈다는 것인데
김학범의 체력훈련을 견디고 올림픽에서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이동경의 체력적인 잠재성에도 흥미가 간다.
올림픽에서의 활약과 그에 따른 주목도 때문에 어떻게 보면 스스로 안주할 수도 있었을 법한 상황이었다는 생각인데
오히려 이동경은 올림픽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동기부여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이제 더 높이 올라갈 준비가 된 게 아닌가 싶은데 분명 울산에서의 입지는 전과 달라질 것이고,
이동경이 이런 계기와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지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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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나 신체도 축구에서 당연히 중요한 요소지만, 똑똑하고 부지런하게 뛰는 걸로 충분히 매력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축구를 사랑하게 만드는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