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그럼에도 꿈틀거리던 아프가니스탄 축구였으나.
- 아방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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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축구가 국제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게 불과 18년 전이다. 1984년 9월 요르단전 이후 멈춘 아프가니스탄의 축구 시계는, 2003년 1월 스리랑카전 이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공백의 20년' 동안 축구는 억압 받고, 무시 당했으며, 푸르른 축구장의 잔디밭 위엔 선혈이 흩날렸다.
국제 무대에 복귀한 첫 해에는 한 수 아래라 평가받는 상대에게도 패하던 아프간이었으나, 이후 해외 디아스포라 선수가 주축이 되어 전력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과거 투르크메니스탄에 0-11, 몰디브에 1-9로 패하던 아프간은 이제 인도와도 대등히 싸우고 동남아 팀과도 경쟁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다만 대표팀 주축이 해외 디아스포라 선수인 점, 리그는 수도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운영되던 점은 발전을 거듭하던 아프간에게는 큰 고민거리였다.
9년 전, 아프가니스탄 축구협회는 전국에 널려있는 지역 리그를 통합해 프리미어리그라는 이름의 전국리그로 재편했다. 새 리그는 MOBY 그룹이라는 방송 재벌의 도움을 받아 전국으로 방송되었다. 비록 교통의 문제로 인해 홈앤 어웨이제를 시행하지는 못했고 시즌도 짧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재작년에는 리그 최고 유망주로 뽑히던 엠란 왈리자다가 캄보디아 리그로 진출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마케팅도, 상금도, 중계도, 여러 부분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뚜렷히 보이던 리그가 바로 아프간 프리미어리그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은 상당히 주효했다. 삼삼오오 국기를 들고 모여앉아 응원하는 여성들은 아프간 축구장에서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헤라트 스톰이 아프간 여자 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쾌거를 누렸다. 장소는 탈레반 치하 시절 처형장으로 쓰였던 가지 스타디움이었다. 비록 여성과 남성의 관중석은 분리되었고, 여성 선수들은 히잡을 착용해야 했지만, 과거의 퇴보된 여성 인권을 생각하면 이는 획기적인 진일보임이 분명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뚜렷한 발전을 이뤄낸 아프간 축구이나, 안타깝게도 그 앞에 놓인 미래는 매우 암울해보인다. 탈레반은 2-30년 전 아프간을 통치할 당시 갖고 있던 그 수구 사상을 아직 버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어느 정도 강화되었다. 여성들의 외출은 다시 금지되었고, 서양 문물은 파괴되었다. 아프간 축협 수뇌부는 탈레반의 백래시를 우려해 인도로의 망명을 고려 중이다.
지난 10월, 헤라트 스톰의 주장인 사브리아 나우로지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아버지는 '탈레반이 [경기장에서] 사람들을 총살하고, 교수하고, 그 시체는 땡볕에 하루 넘게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밀하셨어요. 하지만 지금 저한테 보이는 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초록 잔디밭 뿐이네요."
지금은 2021년이다.
댓글 14
그저 안타까울 뿐
저 나라에겐 정말 자유와 희망의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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