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길 잃은 축구] 되풀이하며 말하는 동안, 원래의 위치도 앞으로 옮겨진다
- 잼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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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말을 3년 전부터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말이 처음 나오던 2018년 당시, 최용수 전 감독 시절부터 지금까지 감독이건 선수이건 이 팀에 오는 선수들마다, 혹은 소속된 선수들이 이 말을 한다.
처음에야 이 말을 봤을 땐 멋지다, 원래의 서울 = 멋진 것, 등 다양한 긍정적인 생각들이 부상했다.
그러나 저 말이 3년째, 아니 올해까지 합치면 4년째 등장하니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2018년 당시 원래라고 할 수 있는 범위(넓게 치더라도 2016년)에서 뛰던 선수들 다수는 우리 팀이 아니고, 남은 선수들도 이젠 중고참인 선수들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미안하지만 영광의 시대에 해당되지 않는 선수들이다.
그들의 원래는 2016년까지의 황금기가 아닌 그 이후 부진하던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
(물론 기성용, 지동원은 K리그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다른 궤도의 영광을 만들어가는 선수였으므로 이들은 해당되진 않는다, 심지어 기성용은 황금기의 반석인 귀네슈 시절의 중심 막내 중 하나였다)
나는 더 이상 (황금기를 경험한 멤버들이 아닌 이상)이들이 원래 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 그 시절을 경험한 선수들만을 특별취급하자는 게 아니다. 단, 그 시절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은 선수들의 입에서 나오는 "원래의 서울"이라는 말이 망연하기만 하다.
그걸 말하면서 팬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믿음을 버리면 좋겠다.
그걸 그 시절 밖의 사람들이 말하는 건 기만이고, 거짓된 희망이다.
그들(감독, 선수 전부 포함이다)의 입에서 나오는 원래의 서울은 그들의 "원래"가 아니다.
"우리는 (전성기가 대단했던)서울이다 "라는 "원래"로 팬들을 속이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들의 "원래"는 서울의 암흑기다.
그러니까 원래로 돌아가자 말하지 말고 현실을, 스스로 과거에게 빚을 지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과거를 벗어나라, 거짓된, 너희 것이 아닌 과거 안으로 숨지 마라
제발
남들은 더 이상 보지 않는 황금기(혹은 누군가에겐 암흑기)과거를 우리 팀만 보는 프레임이란
그저 비참하다
지젝의 정체된 회상, 그러니까 추억 속에 멈춘 이들을 꼬집는 말로 글을 마치겠다
"The only thing I’m afraid of is that we will someday just go home and then we will meet once a year, drinking beer, and nostalgically remembering “What a nice time we had here.” Promise yourselves that this will not be the case."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 당신들은 수십 년 후 그땐 우리는 순수하고 아름다웠지 하면서 맥주를 홀짝이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