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대전의 오프 더 피치, 축구 이외의 새로운 상품으로써의 가능성

요즘 대전 하나 시티즌의 ‘오프 더 피치’가 참 재밌더군요. 과거 FC 서울의 인앤아웃 서울이나 최근까지만해도 시행되던 포항 스틸러스의 라이브 시리즈가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꾸준히 진행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한 경기를 조명하는 콘텐츠는 참 귀합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대전이 시즌 중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 라운드 영상을 업로드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락커룸 대화 장면이나 경기 도중 급박한 상황에서의 자극적으로 비춰질 장면 하나하나가 어쩌면 구단이나 선수 및 종사자분들이 불편해할만한 요소가 있기에 환영받을 콘텐츠가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진행한다는 것은 현장 종사자분들의 동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영상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민성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인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니까요. 아래 사진에서처럼 락커룸 대화에서의 자극적인 장면은 분명 노출될 위험이 있고 이는 본인 이미지에 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충분히 수긍하고 카메라에 담는 것을 허용했다면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마도 이민성 감독님께서 팬친화적이고 프로 스포츠팀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래 장면은 직전 라운드 영상에서 캡쳐했지만, 과거 영상을 보면 그러한 스탠스를 분명히 느낄 수가 있는데, 바로 대전의 콜리더분의 질타와 함께 이민성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했던 코멘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쟤네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화이팅해주는데 너네는 뭐야. 왜 우리팀 선수가 넘어지고, 행동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 한 팀 아니야?” 뭐 이런 늬앙스의 언급이었습니다. 매번 영상에서 한 팀을 강요하는 일관적인 모습과 함께 위의 코멘트는 꽤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궁금해하는, 듣고싶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물론 자극적이지 않은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가령 우즈벡 출신의 알리바예프와 브라질 출신의 파투 선수가 올림픽 기간에 각국의 출전 선수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이민성 선수가 박진섭 선수를 놀리는 장면 등 축구 경기이지만 축구 이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볍게 담을 수 있습니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장이 되겠지요. 특히나 브이로그가 대유행인 시대에 축구 경기 당일의 일상적인 장면을 담는 것은 한 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한 경기에 담긴 많은 장면을 보는 것은 팬들에겐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으나 현장 종사자에겐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경기에만 신경써야 하는데 신경써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점점 더 풀타임을 소비하는 고객은 줄어들고 있고, 충성스러운 고객을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라이트 혹은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 시대에  이제 축구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외의 것까지 담아서 짧게 보여줄 수 있는 다큐 형태의 콘텐츠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