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버스 세우기' 전술은 생각보다 효용적이지 않다 (feat. 데이터 포털) [대전 28R 리뷰]

갈길 바쁜 대전이 타이틀 경쟁에서 다시 한 번 뒤쳐졌다. 이민성 감독의 경기계획은 적어도 전반전에 한해선 나무랄 데가 없었다. 첫 15분 주도권을 부산에 주고 다음 30분 동안 몇 차례 역습을 성공시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골과 다름없는 장면도 있었다. 한 번 넘어온 분위기는 계속 대전에 머물렀고 후반 시작한 지 10분만에 박진섭이 0의 균형을 깨트렸다. 모든 것이 이민성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4-1-4-1 포메이션에서 박진섭을 한 칸 내린 5-4-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고 이진현 대신 수비 범위가 넓고 태클에 능한 임은수를 투입해 리드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선택 직후 안병준이 동점골을 넣었고 대전은 남은 시간 내내 추가 실점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몇 가지 통계와 그림을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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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되찾은 위치(전반)

 

첫 45분 동안에는 볼 소유권을 회복한 지점들의 분포가 꽤 이상적이었다. 박스 앞 '포켓 존' 반경 약 5미터 내에서 세컨볼에 대한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았다. 표시된 점들이 중앙 지역과 파이널 서드에서도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센터백 이웅희(33번)가 중앙 지역에서 네 번이나 볼을 획득한 게 인상적이다. 한 번 상대 진영까지 올라가면 수비라인을 쉽게 내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리커버리(후반).jpg

▲ 볼 되찾은 위치(후반)

 

수비 인원을 더 보강했는데도 전반전보다 지표가 더 나빠졌다. 포켓 존에서 나오는 주인없는 볼은 대부분 부산 선수들의 차지가 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지솔의 장악력이 뚝 떨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클리어링(전반).jpg

▲ 볼 클리어링(전반)

 

박스 깊숙한 곳에 투입되는 볼을 잘 걷어냈다. 짧은 시간 동안에 연속해서 세트피스 위기를 맞았는데도 센터백 두 명만으로도 흔들림없이 버텨냈다.

 

 

클리어링(후반).jpg

▲ 볼 클리어링(후반)

 

마지막 35분 내내 대전 사이드에서 볼이 머물고 부산의 무수한 크로스 시도가 있었는데도 오히려 클리어 횟수는 감소했다. 센터백이 한 명 더 추가되었는데도 말이다.

 

 

부산 슛(전반).jpg

▲ 부산 슛 시도(전반)

 

60%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부산은 45분 동안 겨우 두 번밖에 슛을 하지 못했다.

 

 

부산 슛(후반).jpg

▲ 부산 슛 시도(후반)

 

대전이 골문을 완전히 걸어잠궜는데도 부산은 더 쉽게 더 좋은 위치에서 슛을 할 수 있었다. 레프트 백 박민규(3번)와 라이트 백 최준(21)이 박스 안에서 한 번씩 슛을 했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공격에 참여했고 대전은 상황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서영재(전반).jpg

▲ 서영재 패스맵(전반)

 

악순환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알다시피 서영재는 대전 빌드업의 시발점이다. 또 경기당 키패스 부문에서 리그 3위에 랭크될만큼 마지막 패스 또한 위협적이다. 서영재가 하프라인을 넘어가서 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골을 넣고 이길 확률도 올라간다. 전반전 서영재는 활발히 움직이며 중앙 지역에서 많은 패스를 시도했고 파이널 서드에서 코너킥 포함 네 번의 패스를 박스 안에 있는 동료에게 연결했다.

 

 

서영재(후반).jpg

▲ 서영재 패스맵(후반)

 

예상대로 후반 들어와서는 볼을 잡은 시간이 적었고 패스를 시도한 위치는 자기 진영 깊숙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전방에서 파투가 볼을 잡아도 최준과 박정인을 의식해서인지 좀처럼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결국 파투가 드리블로 전진해도 후방 지원을 받지 못하니 역습이 지연되고 상대 박스 안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김승섭(전반).jpg

▲ 김승섭 패스맵(전반)

 

김승섭(후반).jpg

▲ 김승섭 패스맵(후반)

 

서영재와 함께 왼쪽 공격(사실상 대전 공격의 8할)을 주도하는 김승섭 역시 연쇄작용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반전에 엔드라인 근처에서 약 6번의 크로스를 시도한 반면 후반전에는 1회에 그쳤다. 골대와 먼 위치에서 볼을 받고 패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백패스도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파투로 인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김승섭의 강점(왼쪽에서 중앙으로 좁히면서 슛 혹은 툭 차놓고 왼발 크로스 이지선다로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부산전 무승부의 교훈은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다. 골대 앞에 버스를 세운다고 실점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오히려 상대 팀의 진입을 수월하게 함으로서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 부천 원정에서 이른 실점 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대참사가 벌어졌다면, 이번엔 엉덩이를 뒤로 빼기만 한 나머지 다 잡은 경기를 놓치고말았다. 결국 균형감각을 절묘하게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되겠다.

 

 

 

 

 

 

댓글 2

SKT 2021.09.05. 00:29
경기 끝나갈때 자꾸 ㅜ
댓글
꾸르바수드 작성자 2021.09.05. 00:34
 SKT
안병준 딱 한 번 놓쳤는데 가차없었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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