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K리그가 판타지리그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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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포츠 팀의 구단주가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메시, 호날두처럼 슈퍼스타가 가득한 팀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상상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은 지극히 한정적입니다. 대신 우리는 게임을 통해 그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피파 시리즈, 넥슨의 피파 온라인, 혹은 SI의 풋볼 매니저 시리즈 등도 이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다른 '게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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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리그(판타지 스포츠) : 참가자는 가상의 구단을 만듭니다. 대신 각 구단이 영입하는 선수들은 실제로 존재하며 이들의 현실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운드마다 점수가 정해집니다. 그 점수의 합으로 승부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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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이 직접 운영하는 판타지 프리미어리그의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구단의 수장이 되어 제한된 상황 하에서 손흥민 선수와 호날두 선수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흥민, 호날두 선수를 포함한 선발 라인업을 직접 짭니다. 그리고 이들의 실제 경기 통계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고 그 결과에 따라 승부가 정해집니다.

 

 

image.png.jpg

판타지 프리미어리그 인터페이스 (출처 : PL)

 

 이 게임은 고도의 그래픽을 요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누구나 쉽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 프리미어리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으며 '판타지 스포츠의 본좌'라고 할 수 있는 미식축구의 판타지 풋볼 역시 NFL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ESPN 같은 방송사도 판타지리그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거창한 그래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제일 중요할 뿐입니다.


 오죽하면 저 같은 보통 사람도 판타지 스포츠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중반부터 2020년까지 K리그 판타지리그를 운영했습니다.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도의 그래픽 요건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MS OFFICE의 Excel을 활용했습니다. 물론 이 게임을 영리적으로 운영할 수 없으며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저도 판타지리그에 참여하고 싶을 뿐이었고 저의 판타지리그를 찾는 사람들도 그랬을 뿐입니다.

 

K리그가 판타지리그를 한다면

 

 하지만 저는 2021년 시즌 이후 이 판타지리그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직접 판타지리그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유튜브의 판타지리그 언급을 취합하고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판타지리그는 일종의 구단주 놀이. 실제 경기를 보고 분석을 일상처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축구를 분석할 수 있는 매력, 그런 관심을 만들자. 물론 판타지리그는 우리 나라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 하지만 실제 우리 나라 많은 팬들이 실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판타지 게임을 많이 즐기기 때문에 친숙도가 있다... 판타지리그 런칭을 계획하고 있다.

 

 K리그가 얼마나 이 판타지리그에 진심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연맹의 발언대로 판타지리그는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2016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판타지볼을 운영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KBS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대작전'이라는 코너를 런칭하며 KBL, KBO 선수를 다루는 판타지 스포츠를 진행했고 소소한 관심이 있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https://youtu.be/-2trlgqa2n8

 

 막상 판타지리그를 진행하다보면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게임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참가자를 모집해야 하고 그 참가자가 시즌 끝까지 계속 참여해야 합니다. 저 같은 사람 말고 K리그가 판타지리그를 진행하는 모습을 환영하고 그 상황을 보고 싶지만 그 여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임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선수의 데이터까지 체크할 정도면 유저는 매니아 수준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판타지리그의 진입장벽만 높은 것도 아닙니다. 엑셀 수준으로 작업해도 되지만 판타지리그의 운영은 그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판타지리그도 다 같은 판타지리그가 아닙니다. 먼저 연맹이 판타지리그를 하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섞어서 만들어도 되지만 판타지 스포츠를 실시하는 주체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PL식 판타지 프리미어리그

 그냥 뽑고 싶은 사람 뽑고 라운드마다 자신의 점수를 이 게임에 참여하는 타 유저들 전부와 비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40점을 얻을 때 내가 50점을 획득한다면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지만 30점 밖에 받지 못한다면 보통의 성적보다 뒤쳐지게 됩니다.

 

 물론 한정 없이 올스타만 골라서 뽑으면 유저가 뽑는 팀들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의 퍼포먼스에 따라 그 선수의 몸값이 부여되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스쿼드를 꾸려야 합니다. 최종 성적은 라운드마다 쌓은 누적 포인트가 높은 순대로 결정됩니다.

 

2) NFL식 판타지 풋볼

 각 라운드마다 주로 Head-To-Head로 진행합니다. 이는 쉽게 생각하여 1대1 경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주로 40점을 얻었는데 특정 유저가 50점을 획득했다고 이긴 것도 아니고 30점을 수확했다고 지는 것도 아닙니다. 특정 라운드에서 50점을 받았는데 1대1 상대가 51점을 챙긴다면 그 라운드에서 패배한 것입니다. 반면, 30점에 불과하더라도 상대가 29점을 따내면 그 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는 시스템입니다. 평균과 무관하게 단순히 상대보다 우위에 있으면 승리를 쟁취합니다. 매 라운드마다 상대가 바뀌고, 시즌이 끝날 때 승수가 가장 높은 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합니다.

 

 이 체계는 주로 NFL에서 다루는 판타지 풋볼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PL에서도 이 시스템을 지원하긴 합니다. 이 체계에서 경쟁 상대는 모든 유저가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입니다. 6~12개 팀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그 그룹에서 경쟁을 합니다. 선수도 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고 드래프트를 거치게 됩니다. 각 그룹의 참가자는 한날 한시에 모여서 드래프트를 진행하고 지명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그룹에 특정 선수는 한 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정 어떤 선수를 데리고 오고 싶다면 다른 팀과 트레이드를 해야 하거나 그 선수가 자유계약 명단(FA)에 있어야 합니다.

 

image.png.jpg

출처 : NFL 판타지 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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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방식의 판타지리그는 유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냥 영입하고 싶은 사람 데려오면 됩니다. 제한 규정을 준수하더라도 내 의지대로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체계에서는 개인 자격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든 리스크는 유저 혼자 감당해야 하지만 그만큼 유저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 역시 낮아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처지면 초반이더라도 쉽게 게임을 포기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해야 주최 측에서 판타지리그를 후반까지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드래프트와 Head-To-Head가 섞인 판타지리그는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판타지리그 시스템에서는 유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타 구단에 있는데 그 팀의 구단주가 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 반응하지도 않는다면 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그것 없이도 하려는 사람은 계속하지만 이 판타지리그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려면 결국 판타지리그 시스템 이외에 교감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다만, 이들을 상대로 호구를 조사하고 친목을 조장하는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잠수'를 방지하는 선에서 그 유저의 존재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시즌 초반 이후에 각 팀 간 전력 차가 나뉘는데 첫번째 방식처럼 절대 평가로 진행하면 결국 잘 나가는 소수의 유저만 이 게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Head-To-Head의 방식이라면 상대성의 원칙에 따라 물고 물리는 접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유저의 이탈을 감속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모아서 하게 되면 두번째 방식의 판타지리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고 당장 NFL 판타지 풋볼을 매년 개최하는 모 커뮤니티도 계속 잘 운영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판타지리그를 운영하면서 첫번째 방식을 차용하다가 두번째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K리그에서 판타지 스포츠를 하게 된다면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식 판타지리그와 다르게 전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형식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차용한다고 하더라도 세일즈를 위한 포인트를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판타지리그는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굳이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제가 판타지리그를 진행하다보면 생기는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관리자는 저 혼자였기 때문에 20~40여 명에 달하는 참가자들과 그 구단을 모두 관장해야 했습니다. 참가자는 각자 자기 할 일만 처리하면 됐지만 관리자는 모든 참가자들의 계획을 최소한의 실수로 보조해야 합니다. 먼저 팀명이나 팀 엠블럼에 타인에 대한 비하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존재했고 통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판타지리그가 기반을 두었던 곳에서 영구밴을 당하는 유저도 생기면서 그에 대한 대책도 모색해야 했습니다. 이는 어느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 같은 단체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사항입니다.

 

 또한, 판타지리그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세팅하는 것도 엄청난 고생입니다. 다행히도 연맹은 다이나믹 포인트라고 좋은 제도를 K리그에 도입하고 있지만 득점에 몇 점을 부여하고 무실점에 어느 정도 가중치를 줘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충분한 참가자를 모셔와야 하는 것과 함께 참가자가 걱정하지 않을 만큼 시스템을 완비하는 점 역시 완수해야 합니다. 이 역시 K리그가 판타지리그를 런칭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몫입니다.

 

 그냥 '판타지리그'를 했다 이런 시도에 의의를 둘 것이 아니면 성공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첫 술에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대규모의 판타지리그 시스템을 구축해서 성공한 사례가 희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업체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고작 30~40명을 상대로 한 것이라 이렇게 대형 프로젝트에서 업적을 세울지 불확실합니다. 단기간에 판타지리그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목표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연맹이 판타지리그에 오랜 시간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실패하더라도 계속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이것은 취준생이 구직을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어지는 기회가 줄어들지만 적어도 판타지리그에 투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K리그는 노하우가 쌓이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오랜 시간 기회가 주어져서 좋은 콘텐츠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 5

SCIVATION 2021.10.27. 14:33
예매 시스템같은걸 하나로 묶은다음에
판타지리그로 포인트 쌓으면 그만큼 할인해주고 그러는 방식이 되게 좋을것 같은데
일단 예매 시스템이 하나로 묶이지 않은게 조금 아쉬움
댓글
티로맨 2021.10.27. 14:36
epl 저긴 후원도 빵빵하던데
k리그는 어케할지..
댓글
D.Lillard 2021.10.27. 14:41
이거보고 느바판타지 하고싶어져서 야후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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