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오늘 김상식의 전술적 성장에 관하여.txt(장문)

다른경기들은 그렇다치고, 이번 시즌 울산과의 다섯번의 맞대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음.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가장 큰 어려웠던 점, 그리고 경기 흐름에서의 대부분 패인은 전반전 하프스페이스 공략이었음.

비겼었던 두번의 경기는 그렇다 치고, 졌었던 두번의 경기(리그, 아챔)의 흐름은 유사했음. 하프스페이스 공략당해 김민준의 드리블 돌파 선제-바코의 드리블돌파 선제골.

바코의 파괴력도 그렇고, 김상식이 많이 고민했던 것은 

이러한 하프스페이스를 어떻게 잠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경기 내내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수비를 강화할 것인가?

이번 경기에서 전북의 전형은 4 3 3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쿠니모토-류재문-백승호 식으로 기본적인 수비대형이 이루어졌음. 그런데 수비할 때 정확하게는 4 4 2에 가까운 수비대형이었는데, 송민규와 구스타보가 전방압박을 담당하고, 김진수는 전진하지 않고 하프스페이스를 틀어막고, 그리고 그 비어있는 왼쪽 공간을 쿠니모토에게 맡기는 식이었음. 전북의 왼쪽이 계속해서 공략당했던 것은, 전방압박을 원두재가 오른쪽으로 뿌려주는 롱패스를 못막았기 때문이었음.

그런데 원두재 쪽에서 살아나오는 패스줄기는 일종의 실패이기도 헀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센터백 라인이 달랐다는 데에 대처하는데 꽤나 큰 차이가 있었음. 이는 후술.

하프스페이스 공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김진수는 거의 전진하지 않았음. 이용은 빌드업과 크로스를 위해 비교적 앞으로 전진했음. 그러나 김진수는 특히 수비 시에 상당히 안쪽에서 하프스페이스를 계속해서 막고, 거의 전진하지 않고 그 비어있는 공간을 사실상 쿠니모토 혼자서 수비하게 되었음. 안쪽으로 파고들면 그때 김진수와 센터백이 백업을 가는 식이었지, 절대 먼저 김진수와 윙, 쿠니모토가 적극적으로 붙어 수비하는 식이 아니었음. 그러다보니 안쪽의 공간이 잘나지는 않았고 울산의 선택지는 크로스였음. 실제로 크로스할 공간은 많이 나오기도 했고. 바코는 유의미한 드리블돌파를 하지 못했고, 윤일록도 오른쪽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하프스페이스를 잘 공략해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음.(물론 이동준 투입후에는 생각보다더 강하게 안쪽까지 공략당했고 이는 계산 밖의 일이었을것.) 

이렇게 크로스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지난 아챔 8강 경기와 이번 경기의 센터백 차이가 나타나는데,

김민혁- 홍정호 조합이

홍정호- 구자룡 조합이 되었다는 점이었음.

알다시피 구자룡이 발밑은 안좋긴 하나 공중볼에선 강함. (그래서 전반 초반에 센터백쪽에서 공이 제대로 전달이 안됐음) 오세훈 하나만큼은 매우 잘 틀어막을 수 있었음. 홍정호는 커버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으로 수비를 할 수 있었고, 홍정호가 공중볼 경합을 하고 김민혁이 커버를 하던것에 비해 공중-지상 모두에서 더욱 안정적인 조합이었음. 

물론 2골을 실점하기는 헀지만, 맥없이 하프스페이스가 털리진 않았다는 것, 그리고 크로스를 상대적으로 열어주고 구자룡으로 공중볼을 대처할 수 있게 되어 센터백라인에서 안정감을 찾았다는 것.. 그게 이번 경기의 김상식의 가장 주요한 전술적 성장과 승리가 아닐까 싶음. 

교체도 완벽했던게, 기동력이 느린 두 윙어를 기동력이 상당히 빠른 윙어로 교체하면서 울산의 뒷공간에 계속해서 부담을 주고 김태환의 강력한 전진을 막는 공수 양쪽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음. 중앙 미드필더의 3명의 밸런스를 유지해서 하프스페이스를 틀어막던 것을 계속해서 유지한 것이 주효했음. 류재문의 폼이 좋고 나쁘고는 별개로. 전체적 밸런스를 절대로 깨트리지 않았음.

정리하자면, 지난 시즌동안 김상식이 확실히 전술적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 내년에도  감독직을 맡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물론 결과가 또 달라지면 당연히 아웃을 외치겠지만, 지금까지 김상식의 전술적 성장은 꽤나 고무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팀레전드가 잘하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