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인상깊었던 김상식의 울산전 전반전 지공 수비 시스템
- Muni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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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볼란치를 사용한 4-3-3
vs
투볼란치를 사용한 4-2-3-1
이러한 구도는 대개 433의 중앙미드필더 2명이 4231 투볼란치를 압박하고, 측면 공격수들이 상대 풀백 앞에 위치해서 압박을 가하는 형태가 매우 일반적이다.
(출처 : zonalmarking)
하지만 김상식의 울산전 수비 플랜은 달랐다.
울산 볼배급의 핵심은 4231의 박용우, 원두재이기에 이 선수들로부터 빌드업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는 점을 가장 큰 목표로 뒀다.
송민규-구스타보-한교원 쓰리톱을 중앙으로 매우 좁게 두고, 쿠니모토-백승호 좌우 메짤라와 김진수-이용 풀백을 이용해 측면을 틀어막는 플랜이였다.
이러한 포메이션과 더불어 김상식이 의도한 수비전술을 3줄요약 해보자면
1. 항상 송민규-구스타보-한교원이 박용우-원두재를 마킹한다.
2. 원두재-박용우 중 한 선수가 센터백 사이로 깊숙하게 내려가는 것은 굳이 막지 않는다.
3. 원두재-박용우를 거치지않고 상대가 측면의 풀백에게 패스를 건네도록 유도하고, 메짤라와 풀백이 협력해 수비한다.
이 시스템은 풀영상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금부터는 경기화면을 통해 김상식의 준비성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경기시작 15초만에 전북의 컨셉이 보인다. 송민규-한교원은 김태환-설영우가 아닌 원두재-박용우를 마크하고 있다.
-다시 울산의 지공 상황. 원두재가 쓰리톱의 마크를 피해 아래로 내려가지만, 마크맨은 따라가지 않는다. 쓰리톱은 여전히 박용우를 가두는 모습.
원두재가 오른쪽에 넓게 벌린 김기희에게 패스를 주자, 송민규가 따라가는데 여기서 교묘하게 박용우에게 가는 패스길을 막으면서 사이드로 유도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구스타보는 계속해서 박용우를 따라다니고 다시 송민규가 올라와 박용우를 마크하자 구스타보는 마크맨을 원두재로 교체했다.
결국 얻어낸 조현우의 패스미스. 지공 수비를 성공시킨 대표적인 예시다.
-이 움짤 시작부분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는 선수가 박용우인데, 송민규는 박용우를 마크하지 않고 다시 원두재를 가둔다.
설영우에게 패스 되는 순간 이용과 백승호가 압박하고 여기에 한교원이 잠시 마크를 풀고 측면 숫자싸움을 늘리러 오는 모습.
숫자 싸움에서 밀린 설영우가 리턴패스하자마자 한교원은 원두재를 향한 길목을 막기 위해 자리로 복귀하고, 구스타보가 압박해서 볼을 탈취한다.
물론 류재문이 얼척없는 볼 컨트롤로 상대에게 볼을 헌납했지만 전북의 지공 수비 시스템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갈 점은
기본적으로 투볼란치는 2명, 쓰리톱은 3명이기때문에 이렇게 순간적으로 한교원이 측면을 도와주면서도 볼란치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송민규-구스타보
쿠니모토-류재문-백승호-한교원
이런 442시스템을 순간적으로 만들 수가 있다. 반대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
-송민규가 한쪽 센터백을 압박하더라도, 구스타보와 한교원이 투볼란치를 1대1로 마킹한다.
결국 김상식 감독의 의중대로 투볼란치를 거치지않고, 센터백의 롱볼을 유도하는 장면.
물론 아쉽게도 김진수가 공을 받아내지는 못하면서 소유권을 얻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장면은 투볼란치에 대한 마킹을 풀고 압박을 가했다가 임종은과 바코가 압박을 잘 이겨내는 모습. 그리고 이 경기 지공 수비 전술의 첫 실패 장면.
사실 송민규가 앞쪽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원두재와 박용우 사이에 머물렀어야했지만 송민규마저 튀어나가버렸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투볼란치가 활짝 열린 거의 첫번째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단번에 오세훈의 득점으로 이어졌으나, 오프사이드 판정.
울산 투볼란치의 볼 전개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다.
-여전히 원두재를 가두는 구스타보와 한교원. 그리고 설영우가 볼을 잡아도 한교원은 원두재에게 가는 패스길을 더 신경쓰는 모습.
-투볼란치를 쓰리톱으로 여전히 막다가 갑자기 원두재가 오버래핑을 해버리는 장면인데, 사실 울산은 이러한 장면을 많이 만들었어야했다.
원두재가 계속 갇히니까 답답해서 오버래핑해버린 것 같은데 사실 김상식의 수비 전술을 파훼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투볼란치 중 한 명이 저렇게 갇혀있지않고 조금만 자유롭게 움직여도 전방의 숫자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 전북의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빠르게 MB가 투볼란치 중에 한 명을 올려서 전북이 쓰리톱으로 맨마킹하는 걸 흔들어놨어야했는데, 이 장면 말고는 전반전에는 울산 투볼란치가 영락없이 갇혀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송민규의 득점 이후 울산의 지공 상황. 송민규가 신났는지 순간적으로 박용우를 마크하지 않고 놓치자, 뒤에 류재문과 백승호가 다급하게 빨리 따라붙으라고 손짓한다. 사실상 송민규가 열어준 울산의 투볼란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장면으로 역시 2가지를 알 수 있는데
1. 팀 전체가 울산 투볼란치를 상대하기 위한 전술을 많이 연습했다는 것.
2. 송민규의 수비 센스는 역시 한교원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해보인다는 것.
-전반 종료까지 약 10분 남은 상황. 여전히 울산의 투볼란치는 갇혀있기만 하다. 임종은이 답답해서 움짤 초반부에 김태환에게 내려와서 받아가라고 손짓한다.
지금까지 전반전 김상식의 울산 상대 지공 수비 시스템을 중심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요약을 해보자면,
1. 투볼란치의 볼 배급을 막기 위해 쓰리톱을 좁히고 측면으로 공을 유도해 메짤라와 풀백이 협력수비하는 시스템, 매우 인상적이다.(후반엔 많이 옅어졌지만)
2. 송민규의 수비는 한교원에 비하면 여전히 아쉽다. 한교원이 공수만능 짬밥킹 윙어 소리를 듣는 이유가 있다.
3. 울산의 대처가 다소 늦었다. 물론 후반에는 대응을 어느 정도 했지만, 전술적으로 홍명보는 김상식에게 전반전에는 열세인 것이 틀림없었다.
p.s. 메짤라와 풀백을 활용한 수비장면까지 다 넣고 싶었는데 저도 인간인지라 넘나 번거로운 것...
암튼 매우 재밌는 경기를 펼쳐준 두 팀에게, 그리고 좋은 수비 시스템을 전반전에 선보인 김상식에게 박수를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