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김귀현 인터뷰①] 임자도 소년의 아르헨티나 도전기 (feat. 태극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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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아르헨티나 프로축구선수 김귀현 코치를 인터뷰 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링크 찾아주시면 보다 가독성 좋은 화면으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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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섬진강을 넘어 경상남도 남해로 갔다. 1년 뒤엔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태평양을 넘어 아르헨티나로 갔다.

낯선 땅에서의 뜨거운 경쟁에도 그는 살아남았다. 끝내 프로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인 최초의 아르헨티나 프로리그(수페르리가)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어냈다.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다음은 오만과 이란이었다. 한국인의 발자취가 거의 없는 무대였으나 그는 이겨냈다. '한국인 최초의 오만 프로리그 선수', '한국인 최초의 이란 프로리그(페르시안 걸프 프로리그) 출전 선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을 마치고 대구에서 축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귀현 코치를 본지가 만났다. 김 코치는 자신의 선수생활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1편에서는 아르헨티나와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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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한다.
한국인 최초로 아르헨티나 프로리그에서 뛰었던 김귀현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구 수성구에서 '바모스 축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축구는 언제 시작했나.
좀 늦게 시작했다. 중학교 입학 두 달 전에 경상남도 남해로 축구를 배우러 갔다. 외삼촌께서 잔디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셨고, (잔디에서 운동할 수 있는) 남해로 전학을 가게 됐다.

신안군 임자도 출신이라 그런지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남아있다.
그렇다.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남아있다.

2005년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아르헨티나로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남해에서 아르헨티나의 아르만도 마르티네스 감독님께 축구를 배웠다. 그러다 감독님께서 계약이 종료돼 고국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때 (감독님이) 아르헨티나로 데려가고 싶어한 선수가 몇 명 있었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아르헨티나, 적응이 어렵진 않았나.
많이 어려웠다. 낯설었다. 아르헨티나는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다. 난 영어조차 못했다. 또, 아르헨티나는 한국만큼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인종차별도 심했다.

음식은 입에 맞았나.
음식엔 금방 적응했다.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다. 피자, 파스타같이 누구나 다 좋아하는 음식이 많았다.

*19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 결과 언어, 음식 등 다양한 문화에서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혈통 역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리오넬 메시가 대표적인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인이다.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했는데, 어떤 인종차별을 당했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중국인이라고 놀렸다. 눈을 찢으면서. 날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차이니스"라고 하면서 놀렸다.

아르헨티나는 축구를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축구의 나라인 것 같다. '아르헨티나'하면 축구, '축구'하면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엔 PC방보다 풋살장이 더 많다. 그런데도 풋살장을 예약하기가 힘들었다. 축구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다.

 

 

아르헨티나 시절 센터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다. 둘 다 피지컬이 좋아야 하는 포지션 아닌가.
감독님이 키 이야기를 하시면서 센터백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시더라. 수비형 미드필더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포지션을 바꾸게 됐다.

선수시절 키가 170cm이었던 걸로 알고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치고 큰 편이 아니지 않나. 수비형 미드필더도 센터백만큼 피지컬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내 장점으로 경기를 쉽게 한다는 점과 볼 컨트롤이 부드럽다는 점을 꼽으셨다. 경기장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실제로 선수생활 동안 피지컬에 관한 문제는 없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물론 어려움을 겪었다. 극복하기 위해 활동량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남들보다 두세 발 더 뛰었다. 경기를 쉽게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드리블보다는 패스를 택했다.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날 좋아해주신 것 같다.

아르헨티나의 축구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경기를 정말 많이 한다. 훈련도 많이 하지만 경기를 특히 많이 한다. 한 살 단위로 연령별 리그가 있다. 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한 리그도 따로 있다. 모두가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아르헨티나에도 한국처럼 위계질서나 선후배 문화가 있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충격적이었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모두 평등하게 의견을 나눴다. 코치들도 선수들을 '선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수평적으로 대화를 했다. 감독의 전술에 대해 선수가 반대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정말 충격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KBS, YTN 등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멀리 있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엄청난 부담감을 가졌을 것 같다.

벨레스 사르스필드는 아르헨티나 명문구단이다. 같이 뛴 선수들 중 유명해진 선수는 없나.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었던 오타멘디가 기억에 남는다. 인터밀란에서 뛰었던 리키 알바레스도 기억난다. 유소년 때부터 같이 축구를 했다. 이외에도 세계적으로는 아니지만 남미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많았다.

*1910년 창단된 벨레스 사르스필드는 지금까지 10번의 리그 우승을 거머쥔 아르헨티나 명문 팀이다. 연고지는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서쪽에 위치한 리니에르스다.
*현재 오타멘디는 벤피카에서 활약 중이고 리키 알바레스는 친정팀 벨레스 사르스필드에서 활약 중이다.

오타멘디는 사르스필드에서도 잘했나.
오타멘디는 원래 잘했다. 근데 약간 운이 좋았던 게, 처음엔 네 번째 수비수였다. 주전 두 명에 후보 한 명, 그 다음이 오타멘디였다. 그러다 한 명은 경고누적으로, 한 명은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그렇게 주전으로 올라서서 계속 잘하다가 맨시티도 가고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2010년 벨레스 사르스필드와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기분이 어땠나.
1차 목표(프로 계약)을 이루게 됐다. 그 누구도 못한 걸 해냈다는 생각에 너무나 행복했다.

계약은 했으나 비자 문제로 프로 경기를 뛰지 못한 걸로 안다.
프로계약을 하면 소득자가 된다. 때문에 프로 비자를 따로 발급 받아야 한다. 그런데 비자가 나오질 않았고 데뷔를 할 수 없었다. 비자가 나오지 않아 3개월에 한 번씩 배를 타고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를 오가야 했다.

 

 

아르헨티나가 행정이 느린 편인가.
정말 느리다. 그때 아르헨티나 리그에 아시아 선수가 거의 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행정착오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무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먼저 아르헨티나에서 가치를 증명받고 유럽으로 가고 싶었다.

마스체라노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광이다. 다부지고 거친 축구를 많이 해서 그런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마스체라노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그의 소속팀인 리버 플라테 경기를 많이 보러 갔었다. 정말 잘하더라. 열심히 하기도 하고. 그러다 코린치안스(브라질), 웨스트햄을 거쳐 리버풀까지 갔다. 성장과정을 지켜본 선수다보니 애착이 간다. 마스체라노처럼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2011년 3월 27일 올림픽 평가전 중국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태극마크를 단 기분이 어땠나.
태극마크를 다는 건 모두가 꿈꾸는 일이다. 영광스러웠다. 그리고 그때까지 내가 축구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신 적이 없었다. 중국전을 통해 아버님께 처음으로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김귀현은 중국전에 선발출전해 후반 6분까지 활약하다 근육경련으로 정우영(당시 교토 상가, 현재 알 사드)과 교체됐다.

 

올림픽 예선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찾은 50여명의 임자도 주민들에게 큰 절을 한 게 이슈가 됐다.
임자도는 인구가 많지 않은 외딴 섬이다. 그러다보니 애뜻함이 컸다. 각자 일이 있는데도 버스까지 타고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평가전엔 소집됐으나 런던 올림픽 본선엔 소집되지 못했다. 올림픽에 가지 못 한 게 아쉽진 않나.
선수로서는 너무나 아쉬웠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뛴 것만으로도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아버지께 축구선수로서의 모습을 처음 보여드린 경기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기가 됐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2012년을 끝으로 아르헨티나 생활을 끝마쳤다. 아르헨티나를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분이 지금 페루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계신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님이다. 그 분이 사르스필드에서만 4시즌 동안 감독을 하셨는데, 이건 대단한 거다. 아르헨티나에선 못하면 감독을 바로바로 바꾼다. 근데 가레카 감독은 거의 매번 우승(4시즌 중 3시즌 리그 우승)을 했다.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은 2015년 페루 대표팀에 부임했다. 페루는 가레카 감독의 지휘 속에 36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2019년엔 코파 아메리카에서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팀이 너무 강하다보니 내가 뛸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프리시즌 전에 "다른 거 안 바란다. 한 경기만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기회를 주려고 하셨는데 스포츠 비자 문제로 오랫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던 게 컸다. 결국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고, 2012년을 끝으로 아르헨티나를 떠났다.

대구FC에 복귀한 직후인 2013시즌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1년 뒤인 2014년엔 꽤 많이 뛰었다(18경기). 골도 넣지 않았나.
2013년은 동계훈련에서 부상을 당한 게 컸다. 2014년엔 최덕주 감독님과 정정용 수석코치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경기를 많이 뛸 수 있었다. 데뷔골도 넣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뛰다보니 팬들도 좋아해주셨다. (대구FC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 있는 팀이다.

2014년 10월 26일 고양Hi FC를 상대로 K리그 데뷔골이자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기분이 어땠나.
그날 가족들이 경기장에 와 있었다. 경기 전부터 뭔가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대1로 앞선 상황에서 수비적으로 많이 도우라는 지시를 받고 교체 투입됐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공격적인 위치에 가 있더라. 아마 골을 넣어서 가족들에게 세레머니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하다. 수비하라고 넣어주셨는데(웃음).

*고양Hi FC와 대구FC의 경기는 대구의 4대2 승리로 끝이 났다. 김귀현의 쐐기골은 후반 41분에 터졌다. 후반 45분 추격골을 터뜨렸던 주민규(당시 고양, 현재 제주)는 2021년 11월 8일 현재 21골로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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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713877&memberNo=6525744

댓글 1

best 센터서클 작성자 2021.11.11. 18:37
제 포스트는 수익 창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best 센터서클 작성자 2021.11.11. 18:37
제 포스트는 수익 창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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