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대전하나시티즌 스카우팅 리포트 2021: 이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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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니지먼트

선임 발표 당시에는 이민성 감독이 '기업구단' 하나시티즌의 목표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임자가 맞는지 의심하는 시선으로 가득했다. 프로 레벨에서 온전히 한 시즌 이상 팀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을 향한 자연스러운 의구심이었다. 국내외 프로팀과 연령별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해오면서 이장수와 윤정환, 김학범 등 주로 규율을 강조하고 강한 기질을 가진 '올드스쿨' 지도자를 보좌했던 점도 우려스러웠다. 자신의 견해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는 젊은 선수단과 권위적이고 경직된 리더쉽의 화학적 결합이 파국으로 치닫는 사례를 심심찮게 봐왔기 때문이다.

이민성 감독이 냉소적인 여론을 뒤집고 사실을 바로잡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민성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팬들에게도 신뢰받을 수 있었다. 동계훈련 기간 투숙한 호텔의 피트니스 센터로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는 선수들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함께 움직였고, 트레이닝 세션 전후로는 선수들과 잦은 스킨쉽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훈련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애썼다. 선수와의 대화 창구를 상시 열어두고 의견을 수용했다. 강원에서 임대 온 마사가 면담에서 4-1-4-1의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뛰길 요청하자 바로 다음 경기에 반영했다.

선수단에 잉여 자원이 생기는 걸 막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이민성 감독은 스쿼드 뎁스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선수들이 훈련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자신이 경기에 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걸 입증하면 언제든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랐다. 실제로 리그와 FA컵 두 대회에서 네 번째 골키퍼 김태양과 01년생 포워드 박예찬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1분 이상의 플레잉타임을 얻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선수들은 팀에 합류한 그 주에 바로 출전명단에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이민성 감독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서 최대한 많은 옵션을 확보해두는 걸 선호했다.

육성에서도 성과를 냈다. U-22 룰을 형식적으로만 따르는 몇몇 감독들과 달리 선수에게 최소 45분을 보장해줬다. 주전 센터백 이지솔이 올해까지 22세 이하 대상이어서 부담이 적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윈 나우'를 외치는 팀에서 신상은(16경기 2득점)과 임덕근(11경기 1도움), 전병관(7경기 1득점), 강세혁, 김선호, 김세윤, 김지훈, 변준수, 이호빈(이상 한 경기 출전) 등 9명의 U-22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나눠주는 결정을 내린 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U-22는 아니지만 신인 골키퍼 이준서 역시 9경기에서 단 7실점만 허용하는 등 김동준의 공백을 더할나위없이 메웠다.

스탭들의 업무 편성에서는 최근 축구계의 분업화 흐름에 어느 정도 맞춰가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분야를 직접 관리하는 걸 선호하는 유형. 팀 훈련에서 선수들의 판단 미스와 나쁜 습관들을 일일이 교정해주고 경기중에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나와서 90분 내내 선수들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김태수 수석코치가 벤치에서 일어나 감독 대신 선수들 위치를 조정해주는 건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만 볼 수 있다. 인창수 코치에게 벤치 권한을 대폭 양도하는 정정용 감독보다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직접 제어하려는 안익수 감독의 성향에 더 가깝다.

2. 전술

2-1. 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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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는 5-3-2와 같은 백 파이브 기반의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위에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투톱을 배치(5-2-1-2)하거나 원톱 좌우에 윙어를 기용(5-2-3)했다. 때때로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만 두고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을 나란히 세우는 공격적인 조합을(5-1-2-2) 쓰기도 했지만 밸런스 문제로 자주 보긴 힘들었다.

하반기에는 4-1-4-1 등 백 포 계열의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전문 윙어 자원이 부족해 오른쪽 측면에선 이현식과 공민현, 원기종이 돌아가며 선발로 뛰었다. 상대(특히 김천상무)에 따라 공중경합 능력이 뛰어난 임은수와 박진섭이 투 볼란치를 보는 4-2-3-1도 가동했다. 리드를 지키고 싶거나 투톱을 쓰는 팀을 만나면 박진섭을 내려서 5-4-1로 변화를 줬다.

 

 

2-2. 볼을 소유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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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의 팀에서 선수들은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볼을 따내기 위해 계속해서 고강도 달리기를 해야한다. 후방에서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하프 스페이스에 끊임없이 볼을 투입해 지상과 공중에서 경합상황을 만들어낸다. 대전의 공격패턴은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형태가 많다. 전방에서 발밑으로 볼을 받으면 홀드 업 후 2선에서 박스로 침투하는 미드필더 또는 오버랩하는 윙백을 향해 전진패스를 시도한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은 제2, 제3의 움직임을 취해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트린다.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법을 아는 마사가 합류하고 경합 능력과 볼을 지키는 기술, 연계 플레이 모두 훌륭한 공민현이 원톱으로 뛰기 시작한 뒤로 경기당 득점수가 이전보다 늘어난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빌드업이 시작되는 지점은 주로 이지솔과 서영재 쪽이었다. 이지솔은 볼을 직접 가지고 나와서 대각선 패스를 보냈고 서영재는 일대일 상황에서 드리블로 돌파하거나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을 운반했다. 대전이 주 포메이션을 4-1-4-1로 바꾸고나서 서영재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상대 수비는 리그에서 열 번 째로 드리블 성공횟수가 많은 서영재와 세 번 째로 많은 김승섭을 동시에 대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두 선수는 일대일 능력은 물론 연계 플레이도 겸비해서 볼을 잡았을 때 상대 입장에서는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경기가 끝나고 대전 선수들의 패스 매트릭스를 살펴보면 서영재와 김승섭 둘이서 주고받은 패스횟수가 다른 두 명끼리의 조합들보다 매번 월등히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볼과 사람이 왼쪽 통로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반대쪽 측면 선수들이 자유로워졌고 이민성 감독은 이 현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플레이메이커 이현식은 창의적인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다가도 왼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면 달려들어서 직접 마무리해야 했다. 29R 전남전 결승골과 승강 PO 1차전 선제골 모두 아군의 크로스를 원터치로 마무리한 득점들이었다. 라이트백 이종현도 사이드라인에 머물기보다 박스 근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반대편(보통 박진섭)에서 넘어오는 패스나 상대가 걷어낸 볼을 잡아서 슛을 시도하는 빈도가 높았다. 이종현의 장점은 다른 측면 수비수처럼 크로스나 대인마크, 태클이 아닌 박스 안과 바깥 어디에서 볼을 잡아도 득점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2-3. 볼을 잃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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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션이 상대에게 넘어갔을 때 즉각적이고 강도높은 반응을 강조한다. 미드필더나 풀백이 전방에서 볼을 잃으면 상대 역습을 의식해서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보다 그 자리에서 소유권을 회복하는 걸 우선시한다. 7R 서울 이랜드전 원기종의 골과 PO 안양전 바이오의 두 번째 골은 각각 박진섭과 서영재의 '카운터 프레싱'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다만 볼을 가지고 있는 상대 선수로부터 직접 빼앗기 위한 태클이나 무모한 도전은 지양한다. 전방압박의 목적은 어디까지 상대의 전환 속도를 늦추고 아군 대형이 갖춰지기 위한 시간을 버는 데 있다. 볼을 잘 다루는 상대 수비수가 탈압박에 성공했을 때 그 선수를 막느라 다른 선수를 놓치게 되는 연쇄작용으로 팀의 압박 모델이 붕괴되는 걸 이민성 감독은 극도로 경계한다.

안병준 같이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되는 키 플레이어에 한해서는 대인 마크도 혼용하지만, 원칙적적으로는 지역 방어 형태로 수비하며 오프사이드 트랩도 즐겨쓴다. 이 원칙은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상대가 깊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시도할 때 대전 수비는 킥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와서 상대 공격을 종료시킨다. 뒷공간이 노출되는 걸 의식해서 수비라인이 내려앉는 걸 싫어한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 공간에 볼이 투입되느니 뒤를 주는 게 낫다고 여긴다. 그 때문에 스코어를 리드하고 있어도 가능하면 앞에서 수비하기를 원한다. 수비라인 뒤로 넘어가는 롱볼은 가속도와 태클에 강점이 있는 김민덕과 판단이 빠르고 스위핑이 안정적인 김동준의 개인능력에 의지한다.

3. 시즌 성과

정규시즌 17승 7무 12패 승점 58점을 획득하며 1위 김천(승점 71)과 2위 안양(승점 62)에 이은 리그 3위에 랭크되었다. 시즌 목표로 김천상무와 타이틀 경쟁 내지는 2위로 PO 직행을 노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팀 득점 및 PA 내 슛, 키 패스, 드리블 횟수 모두 리그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공격에서의 지표는 훌륭했지만 실점이 많았고 특히 공중볼 경합 성공률에서 부진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팀 퍼포먼스가 꾸준하지 못했다는 점. 3라운드 로빈에서 연승을 이어가며 김천을 추격하다 부천 원정에서 4-1로 참패하는 등 고비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승점을 떨어트렸다. 역전승은 적은 데 비해 역전패 혹은 선제골 넣고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는 많았다. 90분 동안 벤치의 대처가 시의적절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포스트시즌 들어가서 팀이 더 단단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남과의 준 PO에서는 큰 위기없이 0-0 무승부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PO 안양 원정에서는 이종현의 실수로 조나탄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정규시즌처럼 무너지지 않았고 하프타임 전에 스코어를 따라붙더니 교체 투입된 바이오의 연속골로 경기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강원과의 승강 PO 역시 완벽한 경기준비로 1차전 무실점 승리를 챙겼고 2차전에서도 0-1로 앞서며 7부 능선을 넘었다. 다만 이지솔의 불운한 자책골 이후 손도 쓰지 못하고 자멸하는 팀의 고질적인 문제를 중요한 경기에서 또 한 번 노출했다.

여러모로 지도자의 자질을 평가해보자면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고 말할 수 있다. 팀에 명료한 콘셉트를 입히고 자신의 철학을 일관되게 밀어붙여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비조직을 정립하지 못했고 경기가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을 때 과감한 변화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임기응변 또한 보기 힘들었다. 초보 딱지를 뗀 두 번째 시즌에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더 완성된 축구를 준비해오길 기대한다.

 

 

댓글 2

양혜지 2021.12.23. 06:24
고퀄 닥추 ㅊㅊㅊ 확실히 매경기 영상에 라커룸 대화가 같이 나오니까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 전략도 쉽게 알 수 있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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