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골때녀' 조작 논란과 그럼에도 그녀들이 제시한 가능성

골때리는 그녀가 요즘 핫하다. 챙겨보는 정도는 아니지만 유튜브 클립 영상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연 선수들 라인업을 보면 그녀들의 직업군은 각양각색이다. 시즌1에는 국가대표 출신과 그 가족들로 이루어진 팀들도 있었고, 외국인들로만 이루어진 팀, 그리고 모델, 아나운서 등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꾸려진 팀들간의 맞대결은 축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다.

여자라는 공통 분모가 이어져 축구는 잘 모르지만 그녀들의 도전기와 성장기를 지켜보는 여성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동생과 어머니가 그렇다. 아마 이러한 지표는 9.5%에 달하는 시청률과 얼마전에 터진 조작 논란이 보증할 것이다. 언젠가 ‘골때녀’를 보고 단순히 축구라는 콘텐츠가 ‘축구를 잘하는 것’을 초월하는 다른 많은 재미를 선사할 수 있고, 그 안에서 프로 구단의 방향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줬다.

공교롭게도 글을 쓰려고 생각을 하던 찰나에 터진 조작 논란은 안타깝지만 오히려 프로구단이 취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힌트를 제시해주고 있다. ‘골때녀’의 주작이 논란이 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자면 공정해야할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감독으로 구성된 인물들이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거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들이 어떤 비판과 반대를 했을지는 모르고, 몰랐을 수도 있지만 상황은 벌어졌다.

하지만 ‘골때녀’의 카테고리는 스포츠가 아니라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예능’이다. 단순히 각본을 짜고 조작을 한게 아니라 득점 순서를 달리 해서 더욱 극적인 요소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 제작진의 의도일 것이다. 예능에서 필요한 것은 스포츠의 가치를 선보이는 것보다 재미를 보증한 시청률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작을 가지고 문제를 야기하는 이들의 논리나, 조작을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 모두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극적인 연출보다 축구 경기 그 자체와 그녀들의 성장기 등을 담은 자연스러운 스토리마저 재미있을텐데 굳이 연출을 가한 것은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예능으로써 ‘골때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방송을 통해서 프로 구단이 얻었으면 하는 것은 축구의 본질인 ‘승리’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취사할 수 있는 요소를 잘 담은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이다.

골때녀 시즌1에서 모델로 이루어진 팀 ‘구척장신’의 최용수 감독은 그녀들의 투혼을 보면서 FC 서울 선수들보다 낫다고 말했고, 모델 한혜진의 끈기를 보고 왜 자신의 분야에 높은 위치에 있는지 알 정도라고 칭찬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경기장 밖에서나 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 도중에도 훈련 장면을 오버랩하면서 성장 과정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연출해 감동을 배로 늘려준다. 바로 이런게 예능 혹은 다큐에서만 할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프로 축구 경기와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물론 경기를 임하는 데 있어 프로 선수들의 무게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겠고, 과정보다는 당연히 결과가 중요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여건이 된다면 그녀들의 성장과정을 골때녀라는 예능을 통해서 담은 것처럼, 한 선수와 한 구단의 서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담아냈으면 좋겠다. 최근 많은 구단들이 다큐 형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데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이외에도 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수단을 시도해봤으면 한다.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골때녀’라는 하나의 중립적인 플랫폼이 여러 팀들의 이야길담는 것처럼 티비에서 K리그 팀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담아내는 콘텐츠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조작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골때녀라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좋은 콘텐츠이자 축구의 본질을 넘어선 또 다른 재미를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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