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2022 충남아산FC GK HOME KIT(마킹: 21.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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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에 살지도 않고 기존 응원팀이 없지도 않았던 내가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처음 찾은 날을 떠올려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FC서울을 좋아하는 나는 아산에 사는 대학교 룸메이트를 방학 때 만날 계획을 짰다. 주세종과 이명주가 보고 싶어서였다. 축구는 잘 모르지만 자신이 나고자란 고향을 좋아하고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면 더 의미있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참에 연고팀을 통해 개축에 끌어들이고 싶기도 했고..
나와 그 친구는 경기장에서 즐거워했지만, 정작 아산 연고 구단에 빠지게 된 건 아산시민인 그가 아니라 아산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집이 있는 나였다.
2018년 8월의 그날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았던 시점에서 아산 무궁화의 해체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2018시즌 후 해체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팀의 두 선수가 커리어에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관심은 해체 반대운동으로 갔고, 거기서 아산에 살면서 축구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2018년 말부터 2019년까지 FC서울의 개인 지지자인 나는 다른 구단 팬과 교류할 수도, 그게 따스할 수도 있다는 걸 여러 차례 깨닫게 됐다. 해체 반대문을 친필로 적어 SNS에 올리는 운동에 함께했고 온라인 서명에 이름을 적어넣었다.
다음 해엔 아산의 서포터즈 아르마다 분들께 고맙다고 티켓을 한 장 받기도 했다. 거기엔 서로를 응원하는 글들이 있었다.
국내축구에 입문하고 치고받아가며 싸우는 일만 가득했던 내 입장에선 많은 위로를 받는 경험이었다.
2019년 말, 한 해를 내내 끌어오던 아산시민구단 문제가 창단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2부리그에선 이례적으로 6천 명이 넘게 찾은 홈경기에서 충남도지사와 아산시장은 같이 창단을 선언했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축하를 하고 싶어서 기말고사가 코앞임에도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그러나 최종전 당일 아침에 시-도의회 통과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기사가 올라왔고 경기장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건넬 수 없었고, 종료휘슬 이후 서포터즈석에서 사람들이 우는 걸 지켜봐야 했다. 오늘 이후로 운동장이 텅 비고 선수단은 죄다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무슨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박동혁 감독과 몇몇 선수들도 연신 눈물을 닦던 것으로 기억한다.
팀이 작고 도시가 대도시가 아니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살짝 밖에 있다고 해서 함께해왔던 축구와 계속 같이 가고픈 마음이 지워져선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울음을 잊지 않고 싶었다.
몇 번의 잡음이 있었지만 눈물짓던 사람들이 원한 '내일의 축구'는 충남아산FC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고, 나는 이미 응원하는 팀이 있는데도 이 팀의 경기를 챙겨본다. 올해는 목표를 달성해서 시끄럽지 않은 비시즌을 맞았으면 좋겠다. 올해를 기점으로 운영주체들에게 인정받는 구단이 돼 오래도록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더 큰 꿈을 꿨으면 한다.
2018년 8월 주세종을 보러 간 날,
아산 무궁화의 선발 골키퍼는 박주원이었다.
아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던 내가 이 팀의 팬이 되고(뭐 라이트팬도 팬이니까요) 그해 전역한 주전 골키퍼가 같은 입지와 등번호로 되돌아온 걸 보면 여기까지 오는 데 뭔가가 달랐대도 이렇게 될 일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주세종이나 친구가 아니었대도 이 팀 축구를 보기는 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는 소린데, 보통 그걸 운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