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97년생 볼란치 백승호, 원두재,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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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유연하고 기술적이다. 볼키핑이 뛰어나다.
다름슈타트에서 전북 넘어올 때 체력 부분에서 향상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더 초과해서 올라온 거 같고,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거 같다.
경기운영능력과 플레이메이킹, 오프더볼에서의 공간창출능력은 생각보다 발전이 더디다.
반대편을 체크하지 않은 상태로 볼을 받는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잔발 밟는 능력이 좋지 않아 개인으로서 패스를 뿌려주는 템포도 조금 쳐진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경기관여도가 떨어지고 팀의 공격속도를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패스, 국면을 확 전환시키는 패스가 잘 나오지 않는다.
창의적인 패스, 킬패스가 생각보다 경기 중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패스길이 열려있을 때 그곳으로 직관적인 패스를 할 수 있는 센스는 있지만
패스길이 닫혀있을 때 패스길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와 경기조립능력은 부족하다는 거.
그래서 다음 플레이를 미리 설계해 놓기 보다 일단 볼을 잡아놓고 전방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많다는 거,
같은 전북 소속인 김진규와 비교하면 속도감있는 전개가 잘 안 나온다는 거.
다름슈타트에서 수비포지셔닝과 커버링이 먼저 발전했었는데 그래서 개축에서도 이 부분이 오히려 더 도드라지는 거 같다.
다만 순간적으로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는 수비에 대한 판단이 조금 늦고,
공간을 만들면서 전술적인 경기운영으로 공격해 들어올 수 있는 팀을 상대할 때 대응능력이 부족하다.
헌신적인 경기태도와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자신만의 차분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멘탈 면에서의 강점이다.
슈팅은 백승호의 장점인데 향후 좀더 높은 위치에서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장점이 더 발휘될 수 있을 것 같다.
공중볼경합 시 낙하지점을 포착하는 능력은 조금은 더 발전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정리해 보면, 그래서 백승호는 3선 볼란치가 현재로서는 가장 어울려 보인다.
김보경과 비교하면 플레이메이킹이나 오프더볼에서 차이가 있고,
김진규와 비교하면 플레이템포와 패스의 기민함에서 차이가 있다.
벤투가 백승호를 황인범 위치에 실험하지 않고, 정우영 위치에 기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원두재
경기운영, 후방플레이메이킹, 앞선 선수들의 수적우위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이 좋다.
강도 높고 정확한 중거리패스 능력은 이런 부분에서의 퀄을 더 높여준다.
그래서 빌드업과 플레이메이킹에 대한 이해가 높은 동료들이 있다면 그들의 플레이를 더 수월하게 해줄 수 있다.
압박 상황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능력은 좀 아쉽다. 유연성과 민첩함이 부족한 데서 오는 핸디캡인 것처럼 보인다.
주변 동료들과 볼을 빠른 템포로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주변에 엇박을 놓는 팀원이 한, 두 명 존재하거나 논리에서 벗어난 좋지 않은 흐름의 패스를 받았을 때는 쉽게 당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실수가 나온다.
롱킥의 속도와 정확성, 공중볼에서의 높이는 장점이다.
반면 수비 시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과 상대팀의 볼흐름을 읽는 능력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수비포지셔닝이 좋지 않은 상황들이 있다.
공간을 내준 뒤 상대선수를 막고자 할 때
뒤로 돌아뛰는 속도, 방향전환 시의 유연성 부족 또한 원두재의 수비 퍼포먼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곤 한다.
센터백으로는 불안하고, 90분간 빈도 높게 강한 전방압박을 펼치는 팀에게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거 같다.
김동현
다음 플레이를 미리 생각해 놓는 습관과 창의적인 경기운영, 정확한 판단의 수비포지셔닝은 볼란치로서 김동현의 뚜렷한 장점이다.
또 감독의 성향과 요구에 따라 좀더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도 하고, 좀더 도전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도 하다.
전술이해도가 높아 경기 중 자신의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나 융통성있게 팀에 기여할 수도 있고,
특히 상대팀 크로스 상황에서 박스 안을 보호하고 센터백들의 빈 공간을 커버하는 데 능하다.
박진섭, 김남일, 김학범, 김병수, 최용수 감독 밑에서 활약했는데 이 감독들의 요구에 모두 맞춰서 플레이했고, 중용됐다.
피지컬적인 면에서는
백승호만큼 유연하거나 민첩하진 못하지만 원두재보다는 유연하고 민첩하다.
폭발력있는 기동성과 경기 중 체력회복력, 힘은 아쉽다.
유일하게 남기일 감독 밑에서만 중용되지 못했는데 남기일 감독의 축구는 이런 피지컬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축구다.
2부에서는 박투박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꽤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1부에서는 민첩함과 체력 부분에서의 부족함이 드러났고
김병수 감독이 일시적으로 더 높은 위치까지 움직이게 하며 활용 극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1부에서는 3선 볼란치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상대 공격흐름을 읽는 능력으로 말미암아 기동력의 부족이 어느정도 상쇄된다.
미리 읽고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바디체킹을 가할 수 있는 타이밍을 얻는다.
좋은 수비포지셔닝으로 말미암아 김동현을 상대하는 팀들은 좀처럼 중앙패스길을 도모하지 못한다.
김동현이 뛰는 경기에서 높은 확률로 상대팀의 중앙공격 빈도가 떨어진다.
행여 무리하게 시도하고자 하면 김동현은 이런 패스를 잘 읽고 커팅해 낸다.
셋 중 원볼란치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뽑으라면 김동현이다.
다만 체력부족으로 후반 말미에는 이런 수비국면에서의 장점이 다소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예상치 못한 압박 상황에서 볼을 지키려는 대응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대 기준으로는 장점이라고까지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고자 한다면 이런 부분에서 더 발전할 수 있어야 할 거 같다.
종합
개인적으로 현재 백승호는
피지컬적으로, 기술적으로 두드러지는 면모를 보이고
이로써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팀에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은 하지만
수적우위 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하면서 공격을 푸는 그런 경기운영이나 후방에서의 플레이메이킹능력이 부족한 선수기 때문에
한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
이런 부분에서 능력을 갖춘 선수로는 울산 원두재, 강원 김동현 외에도
울산 박용우, 이규성, 인천 이명주, 포항 신진호, 김천 이영재, 수원FC 김건웅, 서울 기성용 등이 있는데
더러는 더 어린 선수 중에도 이런 부분에서의 능력을 이미 갖춘 선수들이 보임.
또 더 앞선에서 뛰기에도 플레이메이킹이나 오프더볼에서의 공간창출능력을 갖고 있지 못해서
아마 생각만큼 이재성이나 황인범, 심지어 한승규 정도로도 뭔가 결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할 공산이 큼.
이건 유튜브로 찾아볼 수 있었던 백승호 예전 경기들,
바르셀로나 B팀, 페랄라다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아마 경기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로나, 다름슈타트 때도
백승호가 가진 센스나 기술에 비하면 킬패스, 어시스트성 패스가 생각보다 거의 안 나왔다는 걸 알 거임.
전북에서도 더 올려서 활용한 경기들도 있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김보경, 이승기 등이 보여주는 플레이들과 비교해도
이때 기대만큼 공격적으로 임팩트 주지는 못했었고.
다만 그래도 백승호를 좀더 기대를 하는 게 있는데 그 이유는,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기술이 가장 우수해 보이는 선수이기 때문.
프로에 일단 입성해서 자리잡기까지는 경기운영과 수비가담 면에서 기본을 채워야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시 피지컬과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받혀줘야 한다는 생각.
백승호가 이런 피지컬과 기술적인 면에서 더 올라가기 위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
더 정교하고 빠른 압박을 구사하고, 그 압박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이 긴 팀을 상대할수록
경기운영이나 플레이메이킹보다 그걸 버틸 수 있는 피지컬과 기술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현대축구 흐름을 보면서 점점 강하게 들고 있고 작년보다 이 생각이 더 강해지는 거 같음.
그리고 경기운영이나 플레이메이킹, 공간이해도는 피지컬과 기술이라는 재능에 비하면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큰 능력들.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 축적된 경험치를 어떻게 스스로의 경기하는 방식에 반영하느냐에 따라서
나아질 수 있는 부분들. 특히 저 위에 열거한 K리그 볼란치 중에도 뒤늦게 눈이 뜨인 선수들이 있음.
백승호가 저런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면 아마 지금 가진 피지컬과 기술도 또 더 퀄리티있게 활용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예를 들면 볼 없을 때 움직임이 더 활발해 진다던지, 패스의 강약조절도 더 목적성을 갖는다던지,
아니면 상대를 속여서 패스길 만드는 데 기술을 활용한다던지 하는.
백승호, 원두재, 김동현 모두 전성기를 목전에 둔 나이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소속팀 주장단이 되어서 경기 외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향후 또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변화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거 같음.
국대에서는 정우영 자리에 손준호도 경쟁이지만
백승호, 원두재 계속 소집하려 하고 있고, 들리는 얘기로는 김동현도 레이더망에는 있다고 하니
국대에서의 입지 변화도 계속 지켜보면 재밌을 듯.
댓글 20
한살 어린 이승모가 계속 중미로 있었다면 저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네
한살 어린 이승모가 계속 중미로 있었다면 저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네
순간적인 상황 판단에 맞춰 메이킹 하는 능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
한마디로 템포를 자기가 주도하거나(사리치) 그 템포에 맞춰 유기적으로 기점 역할(이규성)해주는 모습은 많이 약한듯
더 올라가려면 조립할 줄 알아야 하긴 함
수비능력:원두재>김동현>백승호
공격시 움직임: 백승호>김동현>원두재
볼소유:백승호,김동현>원두재
이렇게버니 동현이도 어린나이에 참 많은 감독들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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