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장용익 인터뷰③] 오만 생활 끝으로 선수 은퇴 → '즐거움·팀·목표' 강조하는 지도자로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641936&memberNo=6525744

인터뷰 3편(마지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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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과 태국, 포천을 거친 장용익의 마지막 행선지는 오만이었다. 그는 오만 프로축구팀 알 루스타크에서 8개월 동안 뛰며 중동 축구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이나 태국과는 많이 다른 곳에서 그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전까지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축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오만 생활을 마친 후 귀국한 장용익은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자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국, 오만 무대에서 입단 제의가 왔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운동을 할 때마다 무릎에 물이 차올랐다.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음을 깨달은 그는 은퇴를 택했다.

은퇴 후 장용익은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인천에 위치한 김형일FC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는 바로 즐거움과 팀, 그리고 목표다.

인터뷰 3편에서는 선수 장용익이 겪은 오만에서의 생활과 감독 장용익이 걷는 지도자로서의 길을 다뤘다. 인터뷰를 통해 선수 장용익이 전하는 오만 이야기와 감독 장용익이 전하는 지도자 이야기를 모두 접할 수 있기 바란다.

 


 

포천시민축구단에서 공익 근무를 마친 뒤 중동의 오만으로 갔다. 오만으로 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공익 근무 때문에 태국을 2년 반에서 3년 정도 떠나 있었다. 2018년 전반기를 한국에서 보내고 후반기에 (태국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국엔 나를 아는 분들이 있으니까. 근데 대우가 이전같지 않더라. 아무래도 공백기가 있었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다.

한국에 있는 팀으로 이적할 생각도 해보며 고민하던 찰나에 에이전트가 오만 리그에서 뛰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보더라. 오만 근처엔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나이에 마지막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더라.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오만,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나.
정말 너무 힘들었다. 음식, 종교, 문화, 운동 환경, 스타일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오만에서 생활하며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

 

오만 그리고 알 루스타크

중동의 부국 오만은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나라다. 한국 축구팬에겐 '오만 쇼크'로 잘 알려져 있다. '오만 쇼크'는 2003년 열린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오만을 만나 1대3으로 패한 사건을 말한다. 이외에도 오만은 아시아의 축구 강국을 상대로 이변을 수 차례 만들어냈다. 2021년 열린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일본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알 루스타크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서쪽에 위치한 도시 '루스타크'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이다. 장용익은 이 팀에서 8개월 동안 활약하며 오만 프로축구리그를 경험했다.

오만은 이슬람 국가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진 않았나.
오만에 간 후 한동안 잠을 못 잤다. 시차적응이라기보다는 여러가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팀에서 뛰다 보니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그래서 좀 늦게 잠에 들 때가 꽤 있었는데, 아침마다 꾸란(이슬람 경전) 관련한 노래가 동네에 울렸다. 창 밖을 보니 하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걸어가더라. 영화에서 볼 법한 모습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원정 경기라 버스를 이용해 이동을 해야 했는데, 우리 팀 버스가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버렸다. 급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다같이 기도를 하더라. 기도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외에도 많았다. 한 번은 '다들 (경기장에) 나갔나' 싶어서 나도 경기장에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경기장에 아무도 없어서 라커룸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옆 방에서 다같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 오만만의 문화가 돋보이는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몇몇 식당에 포크나 수저가 없었다. 그래서 식당 측에서 일회용 식기도구를 사다 주기도 했다.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팀에서도 훈련이 끝나면 몸 보신 차원에서 고기 요리를 줬었는데, 그때도 개인적으로 수저와 포크를 챙기고 다녀야 했다. 나중엔 미리 부탁을 해서 수저와 포크를 받았다.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같이 먹을 땐 덜어 먹어야 했다. 현지 문화에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에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을) 한 번 도전해보기도 했다.

도전 결과가 궁금하다.
쉽게 말해서 도전'만' 해봤다. 우리는 수저, 젓가락이 더 편하다(웃음).

오만 축구의 스타일은 어땠나.
스타일이 유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을 '잘'차는 선수들은 크게 없었다. 대신 피지컬이 굉장히 좋았다. 키 큰 친구들이 많았다. 체력도 좋더라. 한국에서는 내가 체력훈련을 하면 상위권을 차지했었는데, 오만 친구들은 지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리고 지도자들이 공을 잘차는 선수들보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더라. '어, 이 친구는 뛰어도 되겠는데?'하는 선수는 기용하지 않고 다른 선수를 선발로 내보낸 적도 있었다.

 

 

오만에서 약 1년(8개월) 정도 있었다. 기억나는 선수가 있나.
'하리카'라는 이름을 쓰는 형제가 한 팀에 있었다. 나에게 잘해준 선수들이다. 형제 중 동생이 오만 국가대표인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있을 당시엔 연령별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뽑혔었다.

주장을 맡았던 형도 기억난다. 나이가 많은 형이었다. 집에 초대해서 음식도 해주고 그랬다. 아무래도 나에게 호의적으로 해줬던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팀 주장이 장용익 선수를 집에 초대했을 때의 사진

이후 부상으로 인해 은퇴를 택했다. 힘들진 않았나.
은퇴를 마음먹고 친한 친구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더 이상 날 부르는 팀이 없다면 깨끗하게 포기하겠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만, 태국 등에서 제의가 왔다. 복귀를 위해 병원도 다니고 재활도 해봤다. 당시 내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다. 수술은 복귀까지 시간이 많이 들기에 수술이 아닌 재활을 택했다. 그런데 계속 무릎에 물이 차더라.

오만에서도 한 경기를 뛰면 이틀 정도를 쉬었었다. 한국에 들어온 후 몸을 만들기 위해 주위 팀들을 찾아가서 운동을 했었는데, 아마추어 팀이랑 경기를 뛰어도 무릎에 물이 차더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상태를) 속이고 갔다가 팀에 민폐를 끼치기는 싫었다. 그래서 내려놓게 됐다(웃음).

자신의 선수 생활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달라.
7점? 7점이면 많이 주는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인가.
부상도 있었고... 열심히는 했지만 좀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7점을 주게 된 것 같다.

그럼 100점 만점에 7점을 주는 것인가.
아, 100점 만점이었나? 그렇다면 70점을 주겠다(웃음)

모자랐던 30점이 아닌 채워진 70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선수 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서 어른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보다 잘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 프로 생활을 9년 정도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로서의 꿈이 있었나.
'지도자를 하게 된다면 이런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다만 은퇴 직전까지는 '아직 지도자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축구 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선수 때도 했었다.  고등학교에서 코칭스태프를 맡던 선배, 친구들이 레슨을 부탁한 적이 있어서 휴가를 이용해 축구를 가르쳤었다. 그러다 은퇴 후 김형일FC로 오며 처음으로 팀을 맡게 됐다.

김형일FC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센터장으로 있는 김준일 코치가 친구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축구를 했다. (김)형일 형님은 인천 부평고등학교 대선배님이시다. 같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서 합류하게 됐다.

지도자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주제다. '훈련 시간이 기다려지는' 팀을 만들고 싶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어떤 단계든 똑같다. 훈련 시간을 기다리고, 훈련을 하며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물론 장난치면 안된다. 뚜렷한 목표를 성정하고 진지하게 축구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행복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도록 가르치고 싶다. 내 경험 상으로도 즐겁게 해야 능률이 오른다. 김형일 대표님과 함께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즐기는 축구)에서 마음이 맞았기 때문이다.

김형일FC의 지도 철학은 무엇인가.
나중에 잘할 수 있게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가르치자는 것이다. 화려한 축구를 가르치는 분들도 계시는데, 우리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서도 잘할 수 있도록 가르치자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화려한 축구를 추구하시는 분들의 철학과 '색깔'도 당연히 존중한다.

예전에 레슨을 진행하며 느낀 게 있다. 초등학교 단계에선 큰 친구 혹은 빠른 친구 한 명으로 축구를 하는 팀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는 다 같이 하는 플레이, 팀이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 패스 플레이를 주문한다. 당연히 드리블도 하고 돌파도 해야겠지만, 함께하는 플레이도 정말 중요하다.

김형일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파이터'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만 훈련할 때는 코치들에게 정말 편하게 해주고 아이들에게도 진심을 다하신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느라 바쁜데도 일주일에 네 번 하는 선수단 훈련 중 세 번 정도를 오신다. 별 일이 없으면 다 오려고 하신다. 그런 부분에서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도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신다.

 

김형일

선수 시절의 김형일은 '글레디에이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중앙 수비수였다. 대전과 포항, 전북 등 K리그를 대표하는 팀들을 거치며 과감하고 거친 수비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수비는 전북 팬들을 지금도 가슴뛰게 만든다.

현재의 김형일은 해설위원 및 각종 축구 콘텐츠 패널로 영상 매체에 출연하고 있다.

선수 시절의 김형일

 

축구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금 가르치는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하는 건데, 운동하는 게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일이 돼버린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노동을 하게 된다. 하는 동안에는 정말 즐겁게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즐기면 실력도 빨리 는다. 덧붙여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감 있게 즐긴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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