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와이드 센터백' 김선호와 '가짜 스트라이커' 원기종의 변칙적인 움직임이 이끌어 낸 후반전 변화 [대전 12R 리뷰]
- 꾸르바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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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안산 원정에서 대전은 마사가 이른 선제골을 넣으며 여유있게 승점 3점을 획득할 것처럼 보였지만, 곧바로 홈 팀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안산은 마치 훈련 중 론도를 하듯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대전의 압박을 떨쳐냈고 상대의 5백을 완전히 후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벤치에서 대기하던 최건주와 아스나위가 경기장에 들어오고 수 분이 채 되지 않아 이 날 컨디션이 유독 좋았던 김보섭과 이상민이 합작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대전은 좀처럼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고 남은 시간 동안 더 이상 실점하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전반전 포메이션)
(후반전 포메이션)
스코어 1-1로 원점이 된 채 맞이한 하프타임 동안 대전은 전반전에서 노출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야 했다. 1) 전반 15분 동안의 볼 점유율을 회복해야 했고, 2) 윙백들이 깊숙하게 올라가 상대 진영에서 볼을 잡는 횟수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었고, 3) 왼쪽에 비해 저조했던 오른쪽 측면 공격을 활성화시켜야 했다.
이민성 감독은 레프트 백 김선호를 변준수가 뛰었던 왼쪽 스토퍼 자리에 투입했고 활동량이 적었던 포파 대신에 오른쪽 윙이 주 포지션인 원기종을 김승섭 옆에 배치했다. 그리고 이진현을 한 칸 내려서 임은수를 보조하도록 했다. 빌드업에서 임은수의 부담을 덜고 중앙지역에서 볼이 더 원활하게 돌기 위한 포석이었다.
재빨리 오류를 수정하자 기대했던대로 경기의 양상이 바뀌었다.
전반 24분 경 최건주와 아스나위의 교체 투입 후 역전된 볼 점유율이 다시 대전의 우세로 전환되었다.
(김선호의 패스맵)
전형적인 장신 센터백 변준수 대신 정발 와이드 센터백 역할을 부여받은 김선호는 직접 볼을 가지고 유의미한 기회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마치 야구에서 루상의 주자들이 투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베이스 씩 이동하는 것처럼 김선호가 왼쪽 측면에서 활동함으로서 민준영의 위치가 반강제적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낳았다.
(민준영의 전반전 패스맵)
(민준영의 후반전 패스맵)
전반전 민준영은 상대진영과 자기진영에서 각각 6대4의 비율로 패스를 시도했지만 후반전에는 7대3 정도로 상대진영에서 더 많은 패스를 기록했고 특히 박스 안에서의 패스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 중 두 번의 키 패스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김승섭과 마사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면 대전은 2+ 골 차이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민준영 to 김승섭
민준영 to 마사
원기종 역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죽어있던 대전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살려냈다. 포파는 중앙에서 상대 센터백들과 싸우면서 팀이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활동폭이 다소 좁았다. 원기종은 가운데에서 머물지 않고 수시로 측면으로 이동해서 마사가 골대를 향해 돌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또 원기종이 혼자서 볼을 지켜낼 수 있는 덕분에 이종현이 뒤를 걱정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고 전반전 내내 볼을 잡으면 좌측에 있는 김민덕과 변준수만 찾던 오른쪽 스토퍼 조유민도 자신감 있게 전진패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조유민의 전반전 패스맵)
(조유민의 후반전 패스맵)
횡패스 대신 직선적인 전방패스가 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종현의 전반전 패스맵)
(이종현의 후반전 패스맵)
이종현은 민준영처럼 박스까지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전반전보다 확연히 활발해진 게 보인다. 백패스가 줄고 크로스가 늘어났다.
드라마를 완성한 김인균의 득점은 결국 조유민에서 시작되어 오른쪽의 이종현과 원기종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이 골이 특히 의의가 남달랐던 건 벤치에서 시작한 원기종과 공민현, 이현식, 김인균 그리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임은수가 합동해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선발로 뛰든 교체로 뛰든 누구라도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집중력과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강한 의지는 팀이 계속 승리해나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충남아산전에서 임덕근의 퇴장과 안산전에서 임은수의 볼 미스 모두 유리했던 경기를 불리하게 만들었지만 팀의 힘으로 극복했다. 대전이 진정한 강팀이 되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