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이재성]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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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났다. 유럽 진출이라는 아름다운 꿈이 냉정한 현실로 확 뒤바뀐 순간이 있다. 킬 클럽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다. 전북현대가 반짝거리고 깨끗한 신도시라면 킬은 정감 가고 오래된 작은 시골이었다. 전북에선 선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아주 잘 갖춰진 클럽 하우스에서 생활했다. 킬은 아니었다. 내가 사용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 예를 들면 샤워 공간이다. 전북에는 냉탕과 온탕이 온도에 맞춰 아주 잘 준비되어 있어 훈련을 마친 후 곧장 탕으로 들어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킬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도 나는 샤워실을 가장 먼저 체크했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문을 열자, 이럴 수가. 커다란 대야 하나가 물도 없이 구석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냉탕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얼음을 박스에 담아 대야에 여러 번 옮겨야 했다. 온도도 나의 손에 의지해 맞췄다. 이런 수고로움이 굉장히 낯설고 어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