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대한민국:브라질 평가전 후기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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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한국 선수들의 몸짓에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단순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본선을 확정 짓고 난 다음의 진지한 평가전이었고, 상대인 브라질도 꽤나 진심으로 경기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

긴장하는 게 당연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월드컵 예선에서 어느정도 완성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받던 포메이션이었다.

정우영이 원볼란치에 위치했고, 왼쪽 공격형미드필더에 백승호, 오른쪽 공격형미드필더에 황인범이 위치했다.

 

하지만 브라질 선수들의 공략은 수준이 달랐다.

브라질 특유의 3자 움직임으로 중원공간을 공략했다.

특히 원볼란치 정우영의 왼쪽 공간이자 백승호의 뒷쪽 공간이 주되게 공략당했다.

수비 부분을 보자면, 이 포메이션은 실패했다.

 

전술밸런스가 흔들렸기 때문에 선수들의 긴장감이 더해졌을 수도 있다.

 

전반 20분경 벤투는 4-2-3-1 포메이션으로 수정했다.

정우영과 백승호가 투볼란치에 서고, 황인범이 중앙공격형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그러면서 중원수비가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았고, 수비밸런스가 어느정도 맞춰지자 공격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이 흐름에서 전반 30분 황의조의 동점골도 터졌다. 이후 전반 37분경까지도 경기흐름이 괜찮았다.

 

이용은 선제골과 역전골 과정에 관여됐다.

선제골 장면에서는 황희찬과 이용의 수비공간 간수가 조화롭지 못했고, 브라질 왼쪽 풀백 산드로에게 왼쪽 하프스페이스를 너무 쉽게 돌파당했다. 

PK를 내준 장면에서도 좀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나 싶고, 이후 발을 뻗는 장면에서의 판단도 결과적으로 아쉬웠다. 

이용은 이날 뒷공간을 수차례 허용했고, 상황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

특히 이용의 뒷공간 허용은 리그에서도 계속 노출되는 문제 중 하나다.

 

정우영은 다른 선수들보다 긴장하는 시간이 길었다.

상황판단을 제대로, 혹은 빠르게 하지 못하면서 볼을 많이 뺏겼다.

수비국면에서의 포지셔닝도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수비판단의 과감성은 부족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긴장했고 선수들마다 나름의 실수가 있었지만

베테랑이기 때문에 두 선수에게 좀더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팀에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고 그래서 아쉬웠다.

정우영은 후반 중반이 지나면서야 다소간 긴장이 풀렸다.

 

세 번째 실점은 김영권의 PK 헌납.

네 번째 실점은 수비진영에서 황인범이 연달아 볼을 제대로 처지하지 못하면서 허용.

다섯 번째 실점은 수비간격을 촘촘히 유지하지 못하고,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수스에게 돌파를 쉽게 허용했다.

실점장면은 대체로 선수 개개인의 실수나 상대적인 기량차이에서 발생됐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부분들은 최대한 보완해야겠지만 실점장면을 제외하고 나면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한 이후 큰 틀에서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고

나름의 희망도 엿보였다.

 

몇 몇 선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황인범 역시도 이날 전반 긴장했다. 후반 경기력이 훨씬 좋았다.

그리고 부상 이후 풀핏이 아니다. 컨디션이 회복된다면 좀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국대에서 전보다 성숙하고 절제된 플레이를 펼쳤다.

얼마전까지 경기가 안 풀릴 때 손흥민은 내려와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자처했지만 사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날 손흥민은 동료들을 믿고 가능한 한 기다렸고,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하며 동료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살려주려 했다.

그런 과정에서 한번씩 공간이 났고 좋은 슈팅을 시도했다.

황희찬도 본인이 해줘야할 플레이를 해줬다. 피지컬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주려 했고, 황의조의 골을 만들어 냈다.

 

골키퍼 김승규의 퍼포먼스도 괜찮았던 것 같다. 창의적인 패스와 좋은 선방을 보여줬다.

 

지난 브라질 전에서 동기부여가 됐던 선수가 김진수였다면

이번 브라질 전에서 동기부여가 된 것처럼 보였던 선수는 홍철이었다.

홍철은 최근 리그에서 좋은 폼은 아니다. 전반전 경기력도 아쉬웠다.

하지만 후반전은 좀 달랐다. 브라질 선수들에게 어느정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뭔가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전반과 후반 가장 달리 반응했던 선수다.

 

백승호는 자기 기량만큼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빌드업과 기본적인 상황에서의 전술이해도가 아쉽고, 이번 경기에서도 주변 상황을 미리 체크하지 않으면서 압박에 당하는 약점을 한 차례 노출했지만

상대 선수 2~3명에게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그 압박을 기술적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백승호는 경기에 비중있게 관여하면서 공격을 유려하게 풀어주는 미드필더가 아니다. 그러기에는 오프더볼 움직임과 플레이메이킹 모두 아쉽다.

그래서 남들은 어려워 하는 압박상황에서 볼을 잘 키핑해주는 역할의 미드필더로 봐야한다.

이날도 플레이메이킹은 사실상 정우영, 황인범에게 위임하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프라이부르크 정우영의 원포인트 활용도 눈여겨 볼만 하다.

정우영은 압박전술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선수다.

팀이 같이 압박을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잘 판단해서 압박을 시작하고, 압박의 방향도 적절하게 결정한다.

압박을 나갈 때는 본인 시야 뒷편에 위치하는 상대 선수의 공간을 죽이면서 압박하러 나간다.

황인범과 이재성도 압박지능은 우수하지만 압박국면에서 보여지는 정우영의 또다른 장점은 스피드다.

정우영은 압박을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의 선수고, 팀이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해서 볼을 빼앗을 필요가 있는 경기상황에서 가치가 있는 선수다.

 

브라질전 후반 중반 백승호 자리에 황인범이 옮겨가고, 정우영이 세컨탑에 위치했는데

이건 벤투 감독이 지고있는 상황에서 압박의 강도와 효과성을 높여 적극적으로 볼을 빼앗고 공격의 기회를 늘리기 위한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프라이부르크 정우영 투입 이후 볼란치 정우영의 수비국면에서 역할도 달라졌다.

손흥민 압박전술 이후 한 차례 볼란치 정우영의 움직임을 지적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이때부터 볼란치 정우영은 팀이 압박을 나갈 때 같이 올려붙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손흥민의 전방배치도 이런 목적의 선상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볼란치 정우영 만큼은 사실상 대체할 선수가 마땅찮다.

백승호가 멘탈 면에서 더 안정됐고 그래서 볼을 더 잘 지키나 플레이메이킹이나 전술이해도가 부족하다.

이번에 새로 발탁된 김동현은 적어도 수비포지셔닝이나 전술이해도 면에서는 정우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지만 운동능력, 체력 면에서 다소 아쉽다.

손준호는 기동력과 체력에서 좋지만 신체조건과 수비포지셔닝에서 아쉬움이 있다.

결국 기술, 전술이해도, 신체조건, 운동능력, 수비력, 큰 대회 경험 등을 종합해 보면 정우영을 대신할 수 선수가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누군가 두각을 나타내길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정우영이 멘탈 면에서 자신감과 안정감을 최대한 빨리 찾길 기대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이 향후 보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멘탈과 수비일 것이다.

긴장하지 않고 본인들의 기량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게 우선 중요하다.

그 이후에야 축구컨셉이나 전술도 의미가 있다.

 

선수 개개인의 수비역량도 올려야겠지만 수비국면에서의 선수들 간 호흡, 전체적인 수비조직도 좋아져야 한다.

한국의 수비진은 월드컵 기준으로 본다면 대체로 수비력이 약하고,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격진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미드필더와 공격진의 도움이 필요하고, 수비조직성이 강하게 갖춰져야 한다.

윙포워드 손흥민과 황희찬, 나상호 같은 선수들은 수비 시 전방압박에는 강점을 보여주지만

예전 박지성, 이청용, 윙포워드 버전의 이재성, 권창훈 등에 비하면 수비진을 능숙하게 보호해 주는 윙포워드들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은 수비적으로 좀더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수비가 잘되야 공격도 잘될 수 있다.

 

이미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확정 지으면서 차후 수비력을 향상시키는 데 비중을 두겠다고 했다.

 

그동안 월드컵 예선에서 상대했던 팀들과 비교하면 브라질을 비롯 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평가전 상대들은

플레이의 템포와 운동능력, 기술 모두 월등한 팀들이다.

멘탈 면에서, 수비적인 면에서 다른 차원의 도전에 놓여있다.

 

향후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평가전 경험을 통해 멘탈 면에서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

강팀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수비적으로 얼마나 향상될 수 있을지 앞으로 평가전에서 지켜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댓글 9

best 문크예거 2022.06.03. 23:48
어제 브라질전은 무엇보다 긴장하고 흔들리는 멘탈이 안타까웠음. 그래서 마냥 까지 못하겠던데. 이럴 때 2002 홍명보, 2006 이운재, 2010 박지성, 2018 기성용처럼 주장이나 고참이 다독여주고 단결시켜줘야 되는데, 솔직히 손흥민은 예전만큼은 아니라지만 본인부터 부담감을 느끼고, 김영권은 생각보다 리더십이 있는 선수는 아닌 거 같아 분위기 이끌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해보이는데...
best 아수라발발타 2022.06.03. 23:43
1 정우영 템포가 유독 느렸던 이유는 중동리거인것때문인지 아니면 가장 힘든자리라 그런지 궁금함
2 황희찬 공격은 과감했지만 수비력에서는 좀 많이 아쉬움
3 백승호 지금보면 작은 육각형이라 수미 중미 공미 세울수는 있지만 아직도 어디가 진짜 포지션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느낌
best 아수라발발타 2022.06.03. 23:43
1 정우영 템포가 유독 느렸던 이유는 중동리거인것때문인지 아니면 가장 힘든자리라 그런지 궁금함
2 황희찬 공격은 과감했지만 수비력에서는 좀 많이 아쉬움
3 백승호 지금보면 작은 육각형이라 수미 중미 공미 세울수는 있지만 아직도 어디가 진짜 포지션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느낌
댓글
남대천이왕표 2022.06.04. 09:27
 아수라발발타
정우영이 요즘 기복이 줄어서 잊혀졌지만 예전 별명이 정기복일정도로 경기력 편차가 컸던 선수임 브라질 전은 상대 압박까지 겹쳐서 경기력을 찾지 못한듯
댓글
best 문크예거 2022.06.03. 23:48
어제 브라질전은 무엇보다 긴장하고 흔들리는 멘탈이 안타까웠음. 그래서 마냥 까지 못하겠던데. 이럴 때 2002 홍명보, 2006 이운재, 2010 박지성, 2018 기성용처럼 주장이나 고참이 다독여주고 단결시켜줘야 되는데, 솔직히 손흥민은 예전만큼은 아니라지만 본인부터 부담감을 느끼고, 김영권은 생각보다 리더십이 있는 선수는 아닌 거 같아 분위기 이끌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해보이는데...
댓글
펨코is저능아 2022.06.04. 07:32
 문크예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민재가 짬 좀 차면 그런 역할 해줄거같음
댓글
goodplum 2022.06.04. 12:18
 부산빠냥꾼
약간 침착함이 부족하긴 해
댓글
비밀번호확인 2022.06.04. 01:13
난 황희찬 공격적인면에서 확실히 재능을 보여줬는데 수비적인 부분이 아쉽던데
댓글
아로오링오 2022.06.04. 14:19
정우영은 매번 이렇게 긴장해버리면 팀 전체가 무너지는데... 대안도 없는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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