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유사칼럼] 자국 축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 적게 주면서, 비난은 브라질 축구팬 이상으로 하는 한국 축구의 서글픈 현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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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축구’ 자체를 못 즐기는, 아니 즐기지 않는 나라다. 대한민국 내 축구 인기는 없다시피 하기에 축구로 온 나라가 열광하는 그림은 월드컵을 제외하면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마저도 국가대표팀 또한 고충이 있다. 그들은 한국 국가대표팀은 항상 이기길 바라고, 유럽에서 인정받는 축구선수가 나와야만 한국 축구를 주목하며 그 선수가 국가대표의 중심으로서 항상 잘하기만을 바란다.

그들은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축구팬’임을 호소하지만 우리에겐 PL 득점왕이 있으니 반드시 1승 이상은 기본으로 하며 월드컵 16강은 당연히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당연하듯이 한다. 그러다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실수하는 선수가 있으면 해당 선수의 SNS에 악플을 무차별적으로 게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를 아득히 넘으며 사이버 불링으로 선수의 축구 인생까지 망치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지성 없는 광기에 무서움을 느낀다. 2017년 러시아와의 평가전 자책골을 기록한 후 인터넷에서 전방위적으로 비난을 받은 영향으로 마음의 병이 생기며 치료를 받고 결국 은퇴까지 한 김주영,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수비 실수를 저지르며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준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형을 청원하며 상당수의 인원이 동의했던 장현수의 사례는 자칭 한국 축구를 응원한다는 축구팬 '호소인'들의 상식 없는 광기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 팬이라 주장하는 몇몇 사람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젖어 있다. 그들은 평소 축구를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신들의 대표 팀은 언제나 브라질처럼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또 자국 리그는 외면하면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길 갈망하고 선수들이 목표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그들을 범죄자보다 더욱 혹독하게 비난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태도가 굉장히 정당한 것이라고 믿는다."

훗날 해당 글은 한 누리꾼이 허정무 前 감독을 옹호하기 위해 핌 베어벡이 한 명언으로 둔갑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필자는 해당 글이 국내축구 팬 커뮤니티에서 반향을 일으킨 이유에 주목한다. 평소 축구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있더라도 자국 리그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국가대표에 대해서만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국 축구의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K리그 경기를 보러 간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등 아시아에서 톱 수준을 가진 자국 리그엔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않으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것은 마치 공부를 1시간도 하지 않으면서 전교 1등을 하길 바라는 꼴이다. 축구를 하나의 국가 경쟁력으로 생각하고, 진정으로 축구가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적어도 국내축구에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데 말이다.

국가대표팀과 자국 리그, 그리고 선수들을 무차별적으로 헐뜯기 바쁜 '축구팬 호소인'과 조회수에 눈이 멀며 이에 동조하는 언론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자국 축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 적게 주면서, 비난은 브라질 축구팬 이상으로 하는 상황이 바뀌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