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파죽의 홈 10연승, "K리그에서 가장 전술적인 팀" 광주FC의 빌드업 전술
- 축구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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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광주FC가 리그에서 마지막으로 패배한 날짜입니다. 광주는 이날 부천에게 패배한 이후 약 3달간 리그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현시점 광주의 리그 승률은 무려 77.78%, 다득점은 1위, 최소실점은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광주는 단순히 지지만 않는 팀이 아니라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압도적인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광주FC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성적뿐만이 아닙니다. 감히 말하건대 광주FC는 현시점 K리그 1, 2를 통틀어 가장 전술적인 팀일 것입니다.
특출난 '사기 캐릭' 없이 전술의 힘으로 K리그2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광주FC의 빌드업 전술은 어떤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광주FC의 빌드업 구조와 숫자 싸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광주FC의 빌드업 구조
343 포메이션을 쓰는 광주의 기본적인 빌드업 구조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윙백(LWB, RWB)은 높은 위치에 포지셔닝해 윙어처럼 기능하고, 백3의 양쪽 센터백(LCB, RCB)은 터치라인까지 크게 벌려 풀백처럼 기능한다.
- 2명의 윙어(LW, RW)와 2명의 중앙미드필더(LCM, RCM) 총 4명의 선수가 중앙에서 서로 공조하며 중원 숫자 싸움에 가담한다.
실제 경기 장면으로 보면
위의 그림과 같은 구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앙에서는 윙어 2명과 볼란치 2명간의 공조, 그리고 좌우로 넓게 벌려 풀백의 역할을 하고 있는 좌우 센터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스트라이커까지 내려와 중원에서 5명의 인원이 빌드업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올 시즌 광주의 공격수들인 허율, 이건희 모두 이러한 움직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인 안양전 화면인데, 김종우가 제로톱으로 기용됐던 안양전에서는 이러한 형태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볼이 사이드로 나갈 경우 광주는 반드시 4명 이상의 인원을 맞춰 숫자 싸움을 가져갑니다.
부산과의 실제 경기 장면입니다. 센터백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4인의 숫자를 맞추고 있습니다.
중앙에서의 빌드업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스트라이커가 측면 숫자 싸움에 가담해 수적 우위를 가져갑니다.
2. 숫자 싸움
광주가 이러한 빌드업 구조로 얻고자 하는 이점은 숫자싸움입니다.
광주는 경기장 이쪽 저쪽으로 볼이 옮겨갈 때마다 국지적인 숫자싸움을 가져가는 것에 있어서 국내 최상위권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광주의 경기장 구역별 숫자 싸움 방식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안전한 후방 점유
광주가 위와 같은 빌드업 구조로 얻는 이점 중 하나는 중앙에서 후방 빌드업을 시작할 때에 상대 전방압박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볼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데
위와 같이 후방에서 센터백 1명 + 볼란치 2명이 상대와의 3:2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것(표시한 부분)이 가능하고, 때문에 광주는 상대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시키며 볼을 계속해서 점유할 수 있습니다.
광주의 볼란치들이 수비라인과 공조해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숫자 싸움에서 열세에 있는 안양의 투톱이 전방압박을 나갈 수 없습니다.
가운데 센터백 좌우로 2명의 볼란치가 호위하듯이 내려가 숫자 싸움을 가져갑니다.
광주의 후방 라인은 안양의 투톱에 대해 3:2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 열세에 놓인 안양 투톱은 전방 압박을 걸 수 없습니다.
2) 중원 숫자 싸움
광주의 중원 빌드업에 5명이 가담하고 있습니다.
스트라이커 허율이 거의 볼란치처럼 내려와 중원 숫자 싸움에 가담하고 이로 인해 또다시 중앙 빌드업이 성공합니다.
3) 사이드 숫자 싸움
광주는 볼이 사이드로 나갈 때에도 반드시 4인 이상의 숫자를 투입해 숫자 싸움을 가져갑니다.
이러한 전술에서는 위에서 서술한 대로 백3 좌우 센터백의 공격가담이 핵심입니다.
우측 센터백이 전진하자 표시한 곳에서 광주의 2:1의 수적 우위가 발생합니다. 541로 수비를 하던 아산의 미드필드진은 이러한 열세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서술한 사이드 숫자 싸움 구도가 보입니다. 센터백, 볼란치, 윙어, 윙백 4명간의 공조
좀 더 볼이 전진하고 4인 그룹에서 센터백이 빠지자 이번엔 스트라이커가 참여해 4명의 인원을 유지합니다.
사이드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자 자유로운 한명이 생기고 그쪽으로 패스가 투입되면서 빌드업이 성공하는 모습
이처럼 광주는 빌드업 구조를 바탕으로 후방, 중앙, 사이드 전방위에 걸쳐 숫자싸움을 가져가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고 따라서 볼을 쉽게 잃지 않습니다.
4. 디테일
광주의 전술은 단순한 포지셔닝과 숫자 싸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광주는 이러한 포지셔닝과 숫자싸움 구조를 기반으로 하프스페이스에 대한 확실한 공략과 반대 전환 루트를 가지고 있는 팀이고 이는 높은 득점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 하프스페이스 점유 능력
광주 선수들은 하프스페이스에서의 플레이가 능숙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포지셔닝과 숫자싸움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빌드업이 성공하는 이유입니다.
2) 패턴 플레이
광주는 하프스페이스에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는 디테일한 패턴 플레이도 가지고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윙백이 가운데로 좁혀들어가면서 상대 사이드백을 끌어 당길 때 그 비는 사이드 공간으로 윙어가 들어가는 패턴
윙어가 수비수를 끌고 사이드로 나가면서 하프스페이스 공간이 비게 되고 그곳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침투하는 패턴
3) 전환 플레이
광주는 한 쪽 사이드에서 점유하다가도 반대로 전환하는 루트 역시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산전 골장면. 반대로 크게 전환하자 부산이 좌우 폭을 다 커버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점
아산전 PK 획득 장면. 역시 전환 이후 얇아진 수비라인을 공략하는 광주
4) 하프스페이스 뒷공간 공략
광주의 가장 강력하고 세련된 득점 루트입니다.
이처럼 광주는 확실한 빌드업 구조, 그를 바탕으로 한 경기장 구역별 숫자 싸움 개념, 상대 수비를 뚫어내는 디테일한 패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술 시스템의 힘으로 광주는 스쿼드에 기반한 프리 시즌 평가를 비웃듯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전술적인 팀인 광주FC와 이정효 감독의 승격 도전을 응원합니다.
댓글 14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주가 아니라 똑똑한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 운영, 팀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행하려는 선수들의 태도, 선수단 케미까지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의 승리라 더욱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승격해서의 광주가, 더욱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광주가 기대됩니다
부임 첫해에 이렇게 빨리 자기 색깔 입히다니 초보 감독이 ㅎㄷㄷ 작년 주축 멤버들 절반 이상은 나갔는데 대단함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주가 아니라 똑똑한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 운영, 팀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행하려는 선수들의 태도, 선수단 케미까지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의 승리라 더욱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승격해서의 광주가, 더욱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광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