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자본의 침공, 축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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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뭣도 모르는 사람이 적은 거라 많이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슈퍼 리그의 진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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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리그. 한국에서는 슈퍼 리그의 출범을 보지 못해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전장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로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만 슈퍼 리그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슈퍼 리그는 축구계를 넘어서 유럽을 뒤흔든 이슈였다. 그리고 유럽을 넘어서 미국도, 아시아도 주목했던 사안이다. 정계가 나서서 그 열풍이 멎었다. 그러나 그 순간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슈퍼 리그가 여론의 중심에 섰을 때 거론되었던 주체들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 중심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로드리게스Florentino Pérez Rodríguez 회장과 미국 금융사인 JP모건을 언급할 수 있다. 특히 페레즈 회장은 이 판을 주도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이른바 '축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슈퍼 리그를 구상한 그를 천재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슈퍼 리그 사가의 진짜 주인공은 JP 모건이다. 더 정확하게 따지면 '자본'이다. 단적으로 생각해서 페레즈 회장 없는 슈퍼 리그는 가능하지만 자본 없는 슈퍼 리그는 불가능하다. 만약 페레즈 회장 없는 슈퍼 리그가 실현할 수 없는 일이려면 피파나 외부 세력조차도 페레즈 회장의 행보를 방해할 수 없어야 한다. 또는, 페레즈 회장이 이 시스템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거나 슈퍼 리그 자체가 페레즈 회장 측의 독창적인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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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경우의 수는 전부 현실에 해당되지 않는다. 우선 슈퍼 리그는 약 48시간 만에 좌초되었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가 없는 프리미어 리그에 자본이 몰린다. 이들이 슈퍼 리그의 역할을 점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PL 20개 팀 중 15개 팀의 구단주가 외국 자본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 팀이 미국 자본과 연결되어 있다. 이 PL 중하위권으로 인식되는 팀에도 타 리그의 좋은 선수가 몰리고 순식간에 PL은 가장 좋은 축구 리그가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축구를 넘어서 스포츠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슈퍼 리그를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축구가 '유럽식 스포츠'이자 '세계구 스포츠'라서 유심히 바라봤을 수도 있지만 온갖 스포츠에서 기성 패권을 넘어서 '슈퍼 리그'를 꿈꾸는 세력이 존재한다. 패권 싸움에서 자본의 힘을 얻어 중심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슈퍼 리그와 같은 형태는 축구계에서 독창적으로 일궈낸 변혁이 아니다. 페레즈 회장은 그저 스포츠계에 만연한 흐름을 축구로 옮긴 것이다.

 

효율성을 좇는 스포츠 패권 전쟁

 

 원래 중심에 있던 세력은 비교적 오랜 시간 패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균형이 깨지고 있다. 우선 기존 패턴으로만 움직이기에 스포츠 시장이 너무 비대해졌다. 스포츠를 대체할 수 있는 취미는 더 많아졌고 이제 스포츠는 다른 콘텐츠와 경쟁해야 한다. 지루하면 리모컨이 돌아간다. 그래서 스포츠에 흥미를 배가시킬 요소를 최대한 진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더 나은 미래'로 가려고 스포츠의 현 체계를 파괴하려는 노력을 꽤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학 스포츠 NCAA도 그 사례에 포함된다. 이 대학 스포츠 시스템은 크고 작은 컨퍼런스들로 세분화할 수 있다. 특히 SEC나 Big-10 같은 컨퍼런스는 대학 스포츠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팀인 Texas Longhorns와 오클라호마 대학교의 팀인 Oklahoma Sooners가 SEC로 이적한다고 밝혔다. 2022년 USC의 구단인 USC Trojans와 UCLA의 구단인 UCLA Bruins도 Pac-12에서 Big-10으로 옮긴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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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이후 PAC-12 구성 (출처 : 미식축구 갤러리)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두 팀은 2024년부터 Big-10의 팀들과 경기를 하려면 정 반대인 미국 북동부 지역까지 가야한다. 컨퍼런스의 팀들은 원래 인접 지역에 서로 모인다. 그런데 이 지역 컨퍼런스를 버리고 슈퍼 리그와 같은 형태를 택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니 혹자는 결국 NCAA가 SEC와 Big-10 위주의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인기 구단을 뺏긴 컨퍼런스는 몰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빅클럽이 모여서 한다는 슈퍼리그의 구성과 우려를 미국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골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최근에 포착되었다. 석유 이후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사우디아라비아는 LIV 골프를 만들면서 기존의 PGA(미국), DP 월드 투어(유럽)로 고착화된 현행 골프 체계를 뒤엎으려 한다. PGA에 비해 소수의 골퍼들만 대회에 참여한다. 다른 곳에서 4개 라운드를 할 동안 LIV 골프는 3개 라운드만 하며 일반적인 프로 골프 투어는 하루 종일 경기가 진행되지만 LIV 골프는 반나절이면 하루 일정이 마무리된다.

 

 

 LIV 골프의 성공은 미지수지만, 어쨌든 슈퍼 리그, 미국 대학 스포츠, 그리고 LIV 골프 등은 패권을 잡기 위해 공통적으로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파고들었다. 슈퍼 리그에선 인기 있고 강한 구단만 초청하고 싶어한다. 미국 대학 스포츠는 일부 컨퍼런스가 보여주던 비효율성을 배격하고 강팀 간 경기를 주로 편성하여 더 재미있고 '효율적인' 운영을 보여줄 수 있다. LIV 골프도 그런 점을 지향한다. 작금의 과정은 스포츠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움직임은 패권 전쟁의 일환이다. 새로운 것을 들고오는 주체는 기존의 체계을 넘어서 새로운 중심이 되고 싶어한다. 페레즈 회장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LIV 골프도 그렇다. 그 과정에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므로 팬들이 비효율적으로 느끼는 부분을 없애려고 한다. 결국 슈퍼 리그 같은 움직임은 지금 스포츠의 비효율성을 혁파하고 사람들의 구미를 끌 수 있는 리그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선수들이나 구단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에서 나온다. 선수를 비롯해 모든 존재는 상당 부분 자본의 방향대로 움직일 것이다. 자본도 비효율적인 것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금을 투자하고 스포츠를 '정상화'하면서 나오는 차익을 취할 수 있다. 슈퍼 리그가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이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슈퍼 리그 사가의 진짜 주인공은 JP 모건인 것이다.

 

효율적이라는 착각

 

 그러나 그 슈퍼 리그는 3일 천하로 끝났다.

 

 하지만 슈퍼 리그의 실패는 자본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본의 움직임대로라면 슈퍼 리그는 당연히 성공해야 했다. 그렇지만 다 알다시피 유럽 로컬에서 무수한 반대가 나왔다. 당장 내 팀의 미래도 중요하다. 게다가 로컬 비즈니스인 축구 산업이 무너지는 일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 이 생태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축구의 영향권 하에 있었다. 결국 2021년의 슈퍼 리그 옹립은 미수로 끝났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축구 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쪽에선 슈퍼 리그를 향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슈퍼 리그 사가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미국 언론은 그 실패 이유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오히려 '미국'스럽지 않은 구석에서 찾았다. 미국 스포츠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제도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확률이 희박하더라도 승강제가 존재하는 유럽 축구에서 하부 리그 팀들은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강팀이든 약팀이든 서로 만날 수 있다.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누구나 팀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

 

- 출처

Axios - America's role in the Super League debacle

https://www.axios.com/2021/04/26/super-league-american-billionaires

Business Insider - The European Super League failed because it pushed a 'socialist' system with roots in American sports

https://www.businessinsider.com/european-super-league-socialism-comparison-american-sports-system-fan-backlash-2021-4

 

 하지만 미국의 폐쇄형 구조는 이와 다르다. '자격'이 있는 구단만이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주로 돈 많은 주인만이 그 팀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구단에 협조적인 지역만이 연고지의 자격을 누릴 수 있다. 미국 스포츠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자격'은 유럽 스포츠가 내세우는 '최소한의 자격'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미국의 스포츠는 시장자본주의를 철저히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스타트업으로 따지면 바닥에서 시작한 기업이 미국 스포츠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유럽 축구는 바늘 구멍이더라도 더 윗 단계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유럽의 스포츠도 미국의 스포츠보다 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스포츠는 서방 세계가 추구하는 가치와 거리가 멀다는 표현도 완전 어긋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자본의 힘으로 슈퍼 리그를 만들어내는 것은 스포츠의 효율성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비효율적인 부분을 유발하기도 한다. 인기를 위해 슈퍼 리그와 같은 형태를 만들었는데 막상 그 인기가 하락하는 케이스도 생겼다. 오버워치 e스포츠가 이 딜레마에 해당되는 케이스다. 다만, 오버워치 e스포츠가 처음 위상과 달리 지금 같은 위치에 있던 이유는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슈퍼 리그의 관점에서 이 리그를 되새겨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자본이 망친 정통성

 

 OGN 등이 주도하던 오버워치 e스포츠는 블리자드가 직접 '오버워치 리그'를 만들기로 하면서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한국에서 경기를 하던 선수들이 미국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고 그곳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물론 오버워치 리그의 하부 단계인 오버워치 컨텐더스가 존재했다. 각 구단과 각 선수는 각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오버워치 리그와 오버워치 컨텐더스는 '슈퍼 리그'와 일반 축구 리그의 관계처럼 승강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버워치 리그의 팀들은 선택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리그 출범 시즌은 잘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다. 트위치 등의 플랫폼을 활용한 시청자도 많았다. 게다가 경기를 보면 아이템을 주니까 유저들의 관심도 높았다. 무엇보다 기존에 로컬에서 쌓았던 서사가 잘 녹아들었다. 한국의 루나틱 하이 등의 팀들은 물론이고 북미의 Jake나 xQc 같은 스타 선수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잘하다 보니 여러 팀에 한국 선수들이 점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기려면 좋은 한국 선수들을 보유해야 한다. 많은 서양권 선수들이 자리에서 밀렸다. 북미 사람들의 관심이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각 지역에서 유능한 이들을 찾아서 콜업하면 되지만 그것도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부 리그 격인 컨텐더스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나마 러너웨이가 거의 유일하게 기존의 선수 상당수를 보유했다. 러너웨이는 정통성 있는 구단이었다. 컨텐더스 초반에는 러너웨이가 참여한 경기는 문전성시였다. 다른 구단 간 경기에 비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흥행력에서 분명 차이가 나는 행보를 보였다. 러너웨이는 오버워치 리그의 팀들과 맞먹는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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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선수들이 더 나은 대접을 받으려면 리그로 넘어가야 했다. 그에 비해 러너웨이 운영진은 북미 중심의 리그로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러너웨이처럼 서사와 헤리티지가 충분히 많이 쌓인 구단도 자본과 현실적 여건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밴쿠버 타이탄스가 러너웨이의 선수단 대부분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타이탄스는 러너웨이의 서사와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었다. 결국 전설적인 오버워치 컨텐더스 구단은 이제 없어졌고 리그도 출범 시즌의 위력을 되찾지 못했다.

 

 그나마 러너웨이라서 이 정도지 컨텐더스 내 다른 팀에서 잘해서 넘어온 선수들은 리그에서 다시 새롭게 출발해야 했다. 각 지역의 컨텐더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적으니 당연히 선수들이 거기서 어떤 서사와 브랜드를 쌓았는지 알기 힘들었다. 분명 한국 선수들은 리그의 대세가 되었지만, 리그 시청자는 상당 선수의 서사를 새로 익혀야 했다. 리그 시청자들은 자기와 연관도 없고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을 계속 볼 동기를 계속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흥행을 만들어내면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시도를 하려고 자본을 끌어들였지만 역으로 자본이 오버워치 구단들의 행보를 망쳤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의 시스템에 좋은 선수와 좋은 구단 등을 빼온다고 그대로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팬들이 슈퍼 리그에 집중한다면 하부 리그의 팀과 선수들은 어려움에 당연히 처하겠지만 오히려 이것이 슈퍼 리그에 부메랑으로 찾아올 수 있다. 

 

표준화와 브랜드

 

 하지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곳은 슈퍼 리그를 달리 볼 수밖에 없다. 잉글랜드의 PL이 하나의 슈퍼 리그로 자리를 잡았고 유능한 선수들이 자국의 리그 대신 PL을 선택한다. 슈퍼 리그는 배제된 이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고 미래 축구의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면 여기서도 희생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유명 클럽이 그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

 

 K리그도 이 패권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현행 체계와 슈퍼 리그의 존재는 분명 상충된다. 미국도 유럽도 아니지만 향후 패권을 어느 쪽에서 쥐고 있는지에 따라 현재 서 있는 위치를 재정립해야 할 수도 있다. K리그는 자본이 몰리는 리그가 아니다. 다만, K리그든 어디든 아직 변화 앞에서 양자택일의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페레즈 회장이 '슈퍼 리그'라는 대안을 선택했던 것처럼 선택을 강요받기 전에 모두를 깜짝 놀랄 수를 던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이 깜짝 수에도 공식이 있다. 이 패권 전쟁에 참전하는 세력들에서 공통점을 차지할 수 있다. 이들이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는 좋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는 것에서 찾는다. 그러나 그들이 점하고자 하는 고지는 숨어 있다. 첫 번째로, 스포츠의 체계를 원하는 대로 만드는 역할이다. 슈퍼 리그는 승강제를 없애면서 각 참여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를 업계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다. 미국 대학 스포츠도, LIV 골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시스템을 만들고 '표준화'하는 것을 쟁취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브랜드다. 스포츠 브랜드를 언급하면 나이키, 아디다스가 쉽게 나오듯이 축구하면 슈퍼 리그, NCAA하면 SEC나 Big-10, 골프하면 LIV 골프를 떠오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려고 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스포츠 리그로 브랜딩하는 것이다. 마치 애플이 애플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애플만의 규격을 표준화하고,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독보적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들도 '표준화'와 '브랜드'라는 요소를 내세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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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환경에서 '제조'와 '설비'에 해당되는 과정은 언제나 대체될 수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아시아의 공장에서 생산한다. 한국도 그렇고 많은 나라의 상품들은 해외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국가 정책으로 공장을 자국으로 불러와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기준을 정하는 표준화와 브랜드는 그렇지 않다. 대체 불가능하다. 방법론의 문제일 뿐, 이 공식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자본이 아이디어를 따라와야 한다

 

 로컬 시장에서 세계구급으로 성장한 K-POP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에서 K-POP을 비슷하게 따라하려는 흔적이 있다. 모 중국 연예 기획사는 한국 모방 전략으로 효과를 봤고 한국에 법인까지 만들어 K-POP 제조의 영역까지 뛰어들었다. 하지만 K-POP은 한국에서 창조한, 하나의 음악 장르로 공인되었고 K-POP은 하나의 공고한 브랜드가 되었다. K-POP 딱지가 붙으면 남미 등 해외에서 알아주는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국내가 창조한 K-POP의 밸류체인에 해외 자본과 인력이 참여한다.

 

 

 

 이는 표준화와 브랜드가 모두 정립된 케이스다. 더 나아가 한국의 K-POP은 전 세계가 참여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다. 강남스타일 전까지 많은 이들의 시야 밖에 있었던 K-POP이 음악의 장르로 단단하게 인식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유럽의 중심축에 있는 리그 뿐만 아니라 어느 리그든 대체 불가능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리그가 될 수 있다. 설령 이게 동아시아에 있어 스카우트가 관심을 덜 가지며 자본까지 부족한 K리그라 해도 말이다.

 

 슈퍼 리그는 도처에 있던 생각을 축구로 끄집어낸 것이고 자본이 없다면 절대로 성사될 수 없는 아이디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충분히 대단한 빅 클럽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축구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슈퍼 리그도 그렇고 축구도 그렇고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없어도 충분히 누군가가 대체할 수 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나, 하물며 K리그나 더 효과적인 전략을 내세우려면 조금 더 대체 불가능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슈퍼 리그는 자본이 아이디어를 이끌었다. 자본은 무자비헤서 업계의 사정에 관심을 덜 기울인다. 자본이 제시하는 효율성은 누군가의 희생을 만든다. 하지만 K-POP의 성공은 얘기가 다르다. 자본이 아이디어를 따라왔다. 아이디어는 업계의 사정을 헤아리고 나온 것이다. 대체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만들면 자본이 그 아이디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최적의 생각이고 다른 효율적 통로는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슈퍼 리그가 대체 불가능한 전략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누군가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대체 불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모 나라의 음악 장르가 전 세계의 모델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새로운 '효율성'을 위해 자본은 언제나 열려있다. 과연 어떤 전략이 모두의 기준과 브랜드를 만들고 축구를 구할 수 있을까. PL도, 라 리가도, 세리에A도, 분데스리가도, 심지어 K리그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댓글 21

best COSMO 작성자 2022.07.15. 11:20
어쨌든 저기에 페레즈가 들어가든 아넬리가 들어가든 아무 상관 없음
이건 저들만이 가진 특별한 생각이 절대 아니라는 게 본질이기 때문
결국 슈퍼 리그의 중심은 자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음
best COSMO 작성자 2022.07.15. 11:30
그거 보려다가 바빠서 아직 못 봤는데
슈퍼리그 반대하는 시각이 강하다고 들었음
Hunt_K 2022.07.15. 11:15
자본이 망친 정통성하니 떠오르는게 세리에A네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5. 11:16
 Hunt_K
그것도 예시가 될 수 있을 듯
우선 드라마틱하게 말아먹은 사례를 써봤음
댓글
Hunt_K 2022.07.15. 11:17
 COSMO
세리에도 별 다를게 없는게 더이상 세리에A의 중계가 메리트가 없음 이미 중계권료는 줄어들었고, 리그내의 스타는 있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으니
뭐랄까 MLB스타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NBA에 스타에 비해 인지도가 없는 그런 느낌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5. 11:18
 Hunt_K
그래도 MLB는 오타니로 흥행몰이하고 있으니 미국의 기성 스포츠는 사정이 낫긴 함
댓글
윤두한 2022.07.15. 11:18
근데 슈퍼리그는 페레스는 사실상 얼굴마담 수준이고 아넬리가 다 주도했음.... 거의 5년 전부터 계속 슈 ㅓ리그 얘기함
댓글
best COSMO 작성자 2022.07.15. 11:20
 윤두한
어쨌든 저기에 페레즈가 들어가든 아넬리가 들어가든 아무 상관 없음
이건 저들만이 가진 특별한 생각이 절대 아니라는 게 본질이기 때문
결국 슈퍼 리그의 중심은 자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음
댓글
모모의꿈 2022.07.16. 04:52
 윤두한
슈퍼 리그 아이디어 자체는 그보다 더 오래됐음. 거의 20년 전에 나왔던 아이디어
댓글
ryude 2022.07.15. 11:29
혹시 슈퍼리그 다큐 보심? 최근에 올라온 것 중에 재밌어 보이는거 하나 있던데
댓글
best COSMO 작성자 2022.07.15. 11:30
 ryude
그거 보려다가 바빠서 아직 못 봤는데
슈퍼리그 반대하는 시각이 강하다고 들었음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5. 12:10
 뉴저지
감사합니다
댓글
모모의꿈 2022.07.16. 04:50
난 오히려 유럽 축구계가 상상 이상으로 폐쇄적이란 생각이 들었음.

지금은 그들이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라 그런 태도가 먹히지만 그들이 무너질 땐 그들이 먼저 자본가들 바짓가랑이를 붙잡겠지.

슈퍼 리그의 운명은 결국 다음세대들이 '프로 축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고 봄.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8. 10:12
 모모의꿈
그쪽은 그게 일상이라 미국, 한국과 비교해서 컨셉이 다른 듯
댓글
괴즐케사 2022.07.18. 10:10
잘봤습니다만 오버워치 부분은 자본에만 침삭 당했다고 하기에는 여러 요소가 더해진거라 완전 공감은 힘들거 같습니다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8. 10:11
 괴즐케사
옵치 얘기 하기 전에 님의 우려도 담았고
그 예시는 본래 컨텐더스에 집중한 얘기였음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8. 10:15
 괴즐케사
리그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잘 운영되었던 팀들이 망가지고 야심차게 꺼냈던 컨텐더스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았음
거기에 그 부메랑으로 리그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설명한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ㄱㅅ
물론 리그가 저런 원인은 여러 가지 있음
다만 컨텐더스 시즌1부터 온라인으로 전환될 때까지 봐온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껴졌음
댓글
괴즐케사 2022.07.18. 10:26
 COSMO
나도 넘어간 사람이기는 하지만 게이머의 대우등을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저렇게 넘어간게 다행인 수순일정도였을정도로 열악헸음 (러너웨이 루나틱하이 제외하면 거의 세미프로고)

자본이 들어가고 시장을 키우면서 몰락을 했다 하기에는 당시 블리자드와 오버워치의 기만이 더 컸다고 봄

첫해 성적으로 보면 대성공을 기록 했었거든 컨텐더스에 집중했다 해도 한국 시장만 잠깐 반짝이고 결국 고인물들이 돌아가는 스타2랑 비슷하게 넘어갔을거라고 반 확신 할 수 있을 정도였고

프렌차이즈화는 시대의 수순이라고 봄 롤 에펙이 그랬고 포나네 로블록스도 준비중이니

걍 잘 만든 게임을 제대로 준비안하고 프로리그를 성급하게 병신같이 만든 블자가 더 컸다고 봄(비판관련 나무위키가 한페이지가 넘어가네)

나머지 의견은 다 공감 갑니다
댓글
COSMO 작성자 2022.07.18. 10:37
 괴즐케사
과연 프랜차이즈 제도가 유일한 해법인가?
지금 당장 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나?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YES라고 할 수 없다면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함
프랜차이즈 제도라든지 승강제라든지 슈퍼리그와 같은 포맷이든지 그건 각자 하나의 방식일 뿐이지 시대의 수순 같은 게 아니라고 생각함
슈퍼 리그가 어려워지고 NYT 등 미국 언론에서 나온 주장이 이런 걸 관통하는 것이었기도 함
심지어 아메리칸 스타일이 망쳤다 이런 주장까지 나왔음

물론 나도 옵치 봤기 때문에 블리자드의 뻘짓을 분명 봤고 그건 엄청난 원인이라고 생각함
그건 아이디어와 연결된 철학의 부재이자 님이 언급한 기만이라고 생각함
자본이 아이디어를 이끌고 자본이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기만, 수치로 모든 걸 이겨내려고 했던 기만이 모래성 같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함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 제도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시간 있을 때 자본이 따라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쥐어짜자는 제 글의 취지와 큰 상충은 없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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