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김기동은 전술적인 감독인가
- 풀핏이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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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누가 봐도 김기동은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다. 하지만 간혹 우리 감독님이 벤투, 모버지, 익수볼, 병수볼처럼 특정 전술적 이상이 있고 전략성을 아주 깊게 추구하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정반대로 상당히 실리축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봄.
1. 생각해보면 저런 감독들은 전술에 맞는 선수가 없는데도 자기 이상을 펴려다 고꾸라짐. 벤투는 정발풀백, 정발센터백을 고집하고 모버지는 손준호를 굴렸듯이. 근데 우리 감독님은 어떻게든 끼워 맞춰서 문제를 해결함(물론 끼워맞추면 대충은 들어가는 포철고 유스 덕과 거지팀인 구단 상황탓도 없지 않음). 본격적으로 자기 팀을 꾸린 20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팀의 중심이 최영준에서 신진호로 옮겨감에 따라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으로 변모함. 물론 톱의 무게감이 약해지고 가성비 좋은 임상협 등의 윙어를 사온 이유도 있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이상이 있었다면 신진호 대신 최영준하고 비슷하지만 더 낮은 급의 선수를 사달라 했거나 신진호에게 더 수비적인 롤을 맡기는 선에서 타협했을 거고, 성적은 더 잘 안 나왔을 거고. 분명 위 예시들과는 다른 부분임. 물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있음. 일류첸코처럼 압박이 좋고, 헌신적이고, 피지컬이 되는 스트라이커. 이런 부분은 후술할 퍼거슨과 비슷한 면이 있는 부분.
2.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아주 실리적인데 왜 전략가의 이미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냐 하면 퍼거슨의 이미지랑 비슷하다고 봄. 퍼기는 아주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위 예시 네 명과는 다르다는 걸 누구나가 알 거임. 필요하다면 백포를 미드필더만으로 구성하는 극한의 실리축구. 이승모를 폴스나인으로 넣고 신광훈을 중미로 올리는 것과 비슷한 결이라고 봄. 그럼 기동볼은 왜 벤투보다는 퍼기에 가까운가.
2-1. 20년인가 21년인가 구단 라방에선가 공격 시퀀스들을 놓고 각 상황에서 맞는 지엽적인 움직임에 집중한다는 걸 들은 기억이 있음. 실제로 포항 경기를 보다 보면 상대 파이널 서드, 특히 측면 지역에서 윙어-공미(톱)-윙백 간혹 여기에 중미가 포함되는 '전술'적인 시나리오를 잘 짜옴. 기동볼의 이런 미시적인 강점은 패스앤무브와 오프더볼이 기본 장착된 포철고 유스와 시너지를 내고.
2-2. 요즘 트렌디한 전략을 쓴다 하는 감독들은 공의 소유를 전제로 한 전개, 원볼란치가 라볼피아나를 형성하면서 양 윙백을 동시에 올려 볼을 전방으로 전개하는데 기동볼은 애초에 공의 소유를 전제로 하지 않음.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 포항 공격 전개는 전방압박->역습이 중심.
2-3. 그리고 실리를 추구하지만 전술적 역량이 웬만한 감독들보다 뛰어나다는 것도 이유가 될 거 같음. 설기현이 2-3-5를 쓴다지만 각 선수의 세세한 위치를 지정해주고 교정해준 적이 있었나? 이런 면에서 기동볼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차고 넘치지만 개인의 고집은 극히 적은 타입의 감독이라고 봄. 일단 포항은 기본적으로 상대 맞춤 전술로 일관하는 편이지만 그게 상대팀 플랜A보다 일단은 시원시원해서 더 완성도 있게 느껴짐. 또 이적/부상으로 빈 자리를 별 이상한 수로 채워넣으니까 신기하게 느껴지고.
작년엔 RB를 중앙으로 당겨 백스리처럼 형성하고 LB 강상우를 극단적으로 올려 언더래핑/오버래핑을 주문했고(실제로 히트맵을 보면 강상우가 거의 LM처럼 보이는 경기도 꽤 많음) 공격 중심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몰리면 신진호가 오른쪽으로 길게 때려 상대 수비수와 1:1 상황을 만들었음. 최근엔 공격 중심을 우측으로 옮기면서 반대로 신진호가 왼쪽의 임상협에게 넘겨주면 임상협은 일단 상대 라인 끝까지 돌파. 이거 비대칭전술+아이솔레이션인데 이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감독 개조축에 그렇게 많지 않다 봄(물론 롱패스 가능한 중미, 아이솔/플메 가능한 윙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전술적 유행에서도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유연함이 있고, 개인의 축구 철학이 전적으로 팬들을 위한 축구인 이상(근데 포항의 축구 철학이 김기동 개인의 축구 철학과도 상당히 유사할 거 같긴 함. 어쨌든 포항은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니) 어느 팀을 가서도 충분히 그 팀의 상황과 전통에 맞는 전술을 보일 것 같음.
요약하자면
1) 거지팀 특성상 팀 중추가 빈번히 뜯겨나가는데 선수를 사거나 끼워맞추는 대신 기동볼은 전술을 바꿈. 전술에 선수를 끼워맞추는 벤투, 모버지, 익수볼, 병수볼과는 확연히 다름.
2) 요즘 트렌드는 기본적으로 볼의 점유를 전제로 하는데 전방압박 제외하면 그렇게 트렌디한 모습도 아님.
3) 그럼 왜 그렇게 전술적으로 보이는가 : 선수를 이상한 포지션에 넣어서 잘 써먹음(강한 임팩트), 전술적 역량이 너무 좋아 실리를 표방하는데도 타 감독들보다 나음.
좀 끼워맞춘 감이 있다만... 축구 공부하는 셈치고 써봤음
댓글 18
공 없는 반대편 뒷방으로 길게 차는거
이게 을마나 효과적이냐면
공이 넘어가는 동안 백5나 백4 수비라인이 뒤로 물러나는데
미드필더들은 반응이 좀 늦어서리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이 1초에서 2초사이 벌어지는 효과가 나는데
그 빈공간을 포항 선수들이 다 먹고 있어...
임상협이나 정재희가 공잡고 뒷방을 못 치더라도
그 빈공간에 포항선수들이 거의 프리로 있어서 누구든 찬스를 잡을 수 있고
거기다 슛할 선수를 위해 나머지 2-3명의 공격수가... 더미런(오프 더 볼) 움직임을 기꺼히 해준다는 것...
문제는
애덜이 잘 만들고 못 꽂아넣는다는건데
이건 포항선수들이 욕하는것보다
포항프런트 빳다를 쳐야 돼
왜 더 좋은선수 영입을 안시켜줘
좋은 감독 가져다 놓구
우승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인드가 없어.
김종부가 강등 시즌 초반에 하던 거랑 다른 축구 하다가 쿠니 다치고 주전 혹사하는 바람에 결국 이도저도 아닌 축구로 망했음
공 없는 반대편 뒷방으로 길게 차는거
이게 을마나 효과적이냐면
공이 넘어가는 동안 백5나 백4 수비라인이 뒤로 물러나는데
미드필더들은 반응이 좀 늦어서리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이 1초에서 2초사이 벌어지는 효과가 나는데
그 빈공간을 포항 선수들이 다 먹고 있어...
임상협이나 정재희가 공잡고 뒷방을 못 치더라도
그 빈공간에 포항선수들이 거의 프리로 있어서 누구든 찬스를 잡을 수 있고
거기다 슛할 선수를 위해 나머지 2-3명의 공격수가... 더미런(오프 더 볼) 움직임을 기꺼히 해준다는 것...
문제는
애덜이 잘 만들고 못 꽂아넣는다는건데
이건 포항선수들이 욕하는것보다
포항프런트 빳다를 쳐야 돼
왜 더 좋은선수 영입을 안시켜줘
좋은 감독 가져다 놓구
우승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인드가 없어.
역습도 최고지만 지공도 좋았던
스피드스택스 라는 게 있음. 플라스틱 컵을 빠르게 쌓고 허물고 쌓고 허물고 하는 거임 (대회도있음)
김기동은 스피드스택스 마스터임.
다른 감독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구조물 한땀 한땀 용접하고~ 녹이고~ 세우고~ 쌓고~ 끼우고~ 해서 원하는 조형물을 만들어감
그 조형물의 완성도가 엄청 좋은 감독도 있고 모양에서 철학이 느껴지는 감독들이 있음 (익수볼 같은 것)
근데 김기동은 전술적인 깊이는 안익수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함.
대신 준내 빠르게 컵모양을 바꿈 ㅋㅋㅋㅋ
방패모양 했다가 삼각형 했다가 하트모양 했다가 엄청 유연하게 대처할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함.
같은 모양으로 부딪치면 우리가 밀리지만 상성이 좋은 조형물로 빠르게 바꿈
그래서 깊이가 떨어져도 상성이 좋아서 잘 비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