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문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 아담과 카인들을 위한 헌사, 우자들을 위한 그늘에는 피가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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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피인가. 분명 티저를 보면 석유 파는 영화인데.

 

다 보고 나면(특히 결말에서) 훤히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여러 두드러진(노골적인) 상징 기법이 쓰였고 피 또한 마찬가지.

 

피-석유는 서로 치환된다.

 

 

 

 

2. 

 

엘라이(선데이)와 대립하는 플레인뷰는 마치 성과 속의 대결을 암시하는듯도하고

 

경부 고속도로 건설을 두고 싸웠던 

DJ와 박정희의 갈등, 민주화(혹은 친환경주의)와 산업화를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선한 자 없이 욕망에 차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의 연극 같고

 

말들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부조리극스러우며

 

결국 누구하나 행복해지지 못하는(?) 비극에 가까운 점에서 

 

엄밀하게는 이 또한 곁가지라고 봐야할 것이다.

 

 

 

3. 

 

다니엘 플레인뷰가 '메리' 시추탑을 만들기 전에 했던 대사 중에는

 

빵에 대한 이야기 꼭지가 있고 그 부분에서는

 

"척박한 땅에 우물을 파면 농사를 짓고, 농사를 지어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오며

 

화면은 사막화된 땅들을 죽 훑는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 동안, 다 보고 나면 이 말들은 새빨간 거짓말 

 

즉 다니엘이 '야부리를 턴' 것이란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4. 

 

그리고 그 결과와 과정들, 

 

축성 거부, 

아들의 농아됨, 

형제인줄 알았던 자의 소소한 사기극과 살해,  

형제의 죽음을 알게됨, 거짓된 세례-형제됨-형제(엘라이)의 살해는

 

"네가 땅을 부쳐도, 그것이 너에게 더 이상 수확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너는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

 

는 성경의 대목을 상기 시킨다. 거짓말과 원죄의 모티프 단연 아담에게서 온 것이다.

 

 

 

5. 

 

다니엘은 벌받기는 커녕 계속 죄를 저질러도 돈만큼은 기깔나게 잘 번다

 

다만 아들과 형제 등 혈육에게서 느낄 감정, 사랑을 나눌 가족을 만들지 못하는 점에서

 

'더이상 수확을' 얻지 못한다고 봐야한다.

 

 

 

6. 

 

 

특히 엘라이를 진흙탕에 쳐박는 장면이 그러했는데

다소 이해가 안가는 다니엘의 폭력과 분노는 

 

아무래도 

 

1) 헨리에게 고백하는 장면, '누구도 믿지 못하겠지만 혈육만큼은 믿을 수 있겠다'는 대사

 

2) 100만 달러를 제시했던 사업자의 말에 격앙된 어조로 쏘아 붙이는 장면들

 

을 통해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결핍만큼, 다니엘은 아들에 관련된 일에는 이성을 쉽게 잃고, 

아주 사소한 자극이 들어와도 화를 쏟아내는 투사로서만 해결할 수 있는가보다.

 

 

 

7. 

 

석유시추-드릴링으로 쭉쭉 뽑아내기만 한 결과, 다니엘은 아들도 잃는다.

 

아들이 사업하겠다는 것을 좋은 마음으로 응원할 줄을 모른다.

 

오로지 경쟁논리를 통해서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그는 

 

짐승 중에서도 상짐승이다.

 

 

 

"너는 바구니에 들어있던 버린 자식이다!"는 외침은 

 

과거의 화목했던 때의 짧은 플래시백의 밀도에 비해 공허하기 짝이없다.

 

그는, 마음에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아들보다 이해심이 부족하고 어리다.

 

아주 간략하게만 전달되는 것이지만 

돈과 수화 선생을 써서 해결하려는 태도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한다.

 

 

이 또한 

 

아버지와의 불화, 뛰쳐나옴, 가정 없음 

 

결핍에서 비롯된 미성숙함이다.

 

 

 

 

8. 

로건을 본 뒤에 본 영화인데

 

짐승들의 대화법은 참으로 어눌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인간들, 특히 속물적인 인간들은 대부분은 이러한 대화법에 머무른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9. 

그리고 그들의 그늘에는 항상 희생되는 무언가가 있고, 피가 고인다. 

 

따뜻한 말이나 같이 보내는 시간들, 좀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위해서는 많은 앎과 행동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핍에서 비롯된 무지는 위와 같은 당연한 것들을 아득하고 멀고 먼 것으로 만든다.

 

오로지 쑤시고 파내고 찍어내고 뚜드려 부숴서만

피를 봐야만 사람을 알고 본인을 돌아 볼 수 있는 짐승에게 문명화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런 의도치 않은 야수성은 어떤면에서 숙명일 것이고

원죄라면 원죄일 것이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기회와 내미는 손길은 

고작해야 엘라이와 같이 한심하게만 보일 것이고, 또 실제로도 한심할테니까.

 

 

10. 

왜 명작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진득한 장면과 대사들, 연기와 호흡들이 많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영화는 이걸로 두번째인데

갱스 오브 뉴옥에서의 대사 전달법이 다소 어색하고 생경했다면 

이 작품에서의 대사 전달법은, 영화가 연극 같아서 적절했다고 느꼈다.

 

 

11. 

 

아무래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장르 같다. 

 

연극 같은 연출들은 촌스럽기 짝이없고 노출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몇몇 씬들은 괴악스럽기까지하다.

하지만 얼마간은 의도했으리라 생각하고 슬쩍 넘어가려 노력하며 봤다.

그 불완전함 자체가 거칠고 더럽고 투박함을 불러일으킨다고, 느끼려 했다.

 

그래도 완벽한 건 없으니까. 

 

 

12. 

 

결말에서 언급되는 엘라이의 형제 '폴'은 동일한 배우가 연기했다고 한다.

분명 500달러 챙긴 놈이 있었는데 엘라이는 왜 자꾸 돈을 달라하는지(물론 5000달러 청구는 또 다른 부분이지만) 이해가 안갔었다.

 

 

 

댓글 7

Giallorossi 2020.06.12. 15:13
선생님께서는 다시 티영도갤에 올 생각이 없습니까....?
댓글
피카츄Alter 작성자 2020.06.12. 15:16
 Giallorossi
그 개구리가 진정성 있는 사과글 하나 올리면 바로 갑니다.

공격적인 언행, 사람들 불쾌하게 하는 언동 안하고 설령 그런 일 있어도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 보이겠다고.

그 전엔 절대 안감...
댓글
Giallorossi 2020.06.12. 15:16
 피카츄Alter
ㅠㅜㅠㅠㅠㅜㅠㅜㅜㅠ
댓글
BTID 2020.06.12. 15:19
횽 지성인같아보여!
모시쏘!
댓글
BTID 2020.06.12. 15:21
 피카츄A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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