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물 그거 아세요? -계피가 금쪽같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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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진귀한 물건에는 입털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양념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하나 가득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근데 개중에는 상인들이 웃돈을 받고 팔기 위하여 지어낸 주작 설화들이 종종 숨어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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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을 발견하고 인도까지 직통으로 뚫는 항로를 찾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나라들이 동방으로부터 문물을 받아오는 경로는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 넘어오는 동방의 문물들 대부분을 중개하는 중동 국가들과 튀르크를 통해 비싼 가격에 사오는 것이었죠.

 

그쪽 나라들은 원체 유럽과 아시아 나라들 사이에 끼어 중개무역으로 폭리 수준의 시세를 내건 뒤 땅 짚고 헤엄치듯 돈을 벌었는데, 이런 짓을 하면 항상 유럽 상인들이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고 핀잔을 주었죠.

 

그래서 이것저것 둘러대기 시작합니다.

니들 이게 어디서 온 건지 알긴 아느냐, 너 말고도 사겠다는 사람 많으니까 돈 없으면 꺼져라, 그리고 니들 이거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 지는 아냐 이렇게 말이죠.

 

뭐 제 아무리 구라를 쳐봤자 유럽 상인들이 저 멀리 인도까지 가서 확인할 방도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고대시대에 유럽과 인도를 왕래하던 아랍 상인들이 인도에서 계피를 가져와 유럽에 되팔 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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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아무 마트에 가도 널려있는 평범한 향신료지만 옛날에는 인도나 동남아 말고는 구할 수 없는 진귀한 재료였으니까 상당히 비싼 사치품에 속했으니까요.

 

근데 설명이 참 가관입니다.

바가지 씌우려고 없는 생물까지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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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랍에는 키나몰구스라는 집채만한 괴조가 있다. 키나몰구스는 절벽 끝에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가져온 계피나무 가지로만 둥지를 만든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계피를 가져오느냐 하면 키나몰구스의 둥지 근처에 소 한마리를 잡아 고기를 잔뜩 깔아놓는다. 키나몰구스가 고깃덩이들을 둥지에 좋다고 옮겨담다간 고기의 무게때문에 둥지가 허물어질 때가 있는데, 바로 그때 우리들이 화가 난 키나몰구스한테 잡아먹힐 각오를 하고 잽싸게 땅에 떨어진 계피나무를 주워오는 거다."

 

 

줄여 말하자면 계피가 이렇게 귀하니까 헐값에 사는 건 꿈도 꾸지 말라는 얘깁니다. 

 

이 이야기는 아랍 상인들끼리 공유하던 매뉴얼이라도 되었는지, 항상 그리스 상인들에게 계피를 되팔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저서 '역사',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동물지'에 이 이야기가 거의 일치하게 기록된 걸 보면 확실히 교차검증은 된 셈입니다.

 

동물지에 써진 기록은 살짝 다르긴 합니다.

키나몰구스는 집채만한 새이며 알려지지 않은 이 세상 어딘가에 사는데,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만든다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여기서는 사람들이 간크게도 키나몰구스 둥지에 직접 납 무게추가 달린 화살과 새총을 마구 날려서 키나몰구스 둥지를 공격하고, 거기서 떨어지는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계피를 만든다고 적혀있거든요.

 

물론 그리스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계피는 아랍에서만 나는 게 아니라 아랍 상인들이 인도를 왕래하며 떼온 물건이구요, 키나몰구스같은 새는 있지도 않았습니다.

댓글 5

이치너굴 2022.10.16. 20:02
ㅋㅋㅋㅋ 이런이야기 넘모 좋고 ㅋㅋㅋㅋㅋ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구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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