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조선 시대 가장 황당한 역모 사건

김하재(金夏材)가 복주(伏誅)되었다. 김하재는 영희전(永禧殿)의 고유제(告由祭)의 헌관(獻官)으로서 장차 향을 받으려고 향실(香室)에 들어가는 길에 소매 속에서 조그마한 종이쪽지를 꺼내어 예방 승지 이재학(李在學)에게 넘겨주었다. 이재학이 펼쳐보니, 전부 임금에 대한 욕설로서 역사책에 볼 수 없었던 지극히 아주 참혹하고 아주 패악하고 흉악한 말들이었다. 이재학은 창황히 합문(閤門)에 들어가 여러 승지들과 청대(請對)하고 흉악한 글을 올렸는데, 임금이 한동안 있다가 하교하기를,

“천지에 백성이 생긴 이래로 이렇듯 흉악한 글은 일찍이 없었다. 세상의 온갖 일들은 모두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에 벗어나지 않는데, 그도 또한 조선의 신하로서 그 집안으로 말하면 세족(世族)이요, 그 벼슬로 말하면 참판이다. 나라에서 그에게 무엇을 잘못하였기에 이런 때를 마침 맞아서 차마 이렇듯 천고에 없는 변고를 저지르는가? 일찍이 듣건대, 그에게는 미치광이 증세가 있다고 하였는데, 결코 상정(常情)으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시간을 조금 연장시켜 그가 스스로 죽게 만든들 무슨 방해될 것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리하여 시임·원임 대신들과 각신(閣臣)·삼사(三司)의 2품 이상이 청대(請對)하고 입시(入侍)하였는데, 일제히 같은 목소리로 엄하게 국문하여 끝까지 사실을 핵문(覈問)할 것을 청하였다. 임금이 윤허를 내리지 않으니, 대신(大臣)들은 흉악한 글을 보여 주어서 온나라 신하들과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그의 지극히 흉악한 진상을 알도록 하기를 청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흉악한 글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고 뼈가 저리게 할 지경인데, 어찌 차마 보여 주겠는가? 첫째 문제는 나의 실덕(失德)을 논한 것이고, 둘째 문제는 사림(士林)을 해치려는 것이고, 셋째 문제는 그의 집안을 망치려는 것이고, 넷째 문제는 내가 이것을 잊었다는 것이고, 다섯째 문제는 이천해(李天海)와 이도현(李道顯)의 부도한 것인데, 또 병신년3785) 이하의 한 구어(句語)가 있어, 이것이 더욱 차마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죄를 범한 것이 이와 같은데, 내가 어찌 처분하기를 아까워하겠는가? 흉악한 글을 금일에 제출한 것이 더욱 너무나 흉악하고 참혹하다. 그는 대례(大禮)가 며칠 뒤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때에 흉계를 실현하려고 하였으니, 이것은 대례를 방해하고 우롱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하고, 명하여 김하재를 칼을 씌워 잡아다 가두게 하였다. 연신(筵臣)들에게 하교하기를,

“세상에 어찌 김하재가 둘이 있겠는가? 김하재는 전조(銓曹)의 벼슬을 두루 거쳤으니, 사람들의 편지가 왕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용사(龍蛇)같은 짐승들이 변하여 적자(赤子)가 되는 것이 바로 나의 고민이다. 차라리 문서를 모두 불속에 던져 넣어 의구(疑懼)스러운 길을 끊어버려야 하겠다.”

하고, 이어서 죄인의 서찰과 문서들을 거두어서 대궐 뜰에 들여다가 불살라버리도록 명하였다. 대신(大臣)들과 여러 재신(宰臣)들이 불가하다고 고집하였으나, 임금은 따르지 않았다. 인하여 금위영(禁衛營)에 나아가 죄인을 친국(親鞫)하였다. 대신과 여러 신하들이 다시 청대(請對)하고, 일제히 같은 목소리로 아뢰기를,

“신 등은 연석(筵席)에서 물러나와 대략 흉악한 글의 내용을 듣고 마음과 간담이 마구 떨려서 이처럼 다시 서로 이끌고 와서 청대하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빨리 분명한 명령을 내려 전형(典刑)을 쾌히 바로잡도록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일종의 흉악한 무리들이 싸고 돌면서 결탁하여 독기를 품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심지어 이 역적에 이르러서는 극도에 달하였다. 세상의 도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차라리 말을 하고 싶지 않다.”

하였다. 대신들에게 명하여 앞으로 나오게 하여 흉서(凶書)를 내보이자, 여러 신하들은 모두 뼈가 저리고 마음이 아파서 격분해서 죽으려고 하면서 같은 소리로 이를 부추기고 사주한 당여(黨與)들을 끝까지 핵문할 것을 청하였다. 임금이 김하재에게 묻기를,

“흉서(凶書)에서 말한 것은 너무나 흉악하고 너무나 극악한 말들이 아닌 것이 없는데, 병신년 이하의 한 구어(句語)는 곧 이천해(李天海) 등도 말하지 않았던 흉악한 말들이다. 무슨 심보가 그 마음속에서 차마 싹터서 글에다가 이렇게 쓰게 되었는가?”

하니, 김하재가 공초하기를,

“김일경(金一鏡)이 갑진년3786) 에 죽었는데, 올해가 바로 갑진년입니다. 신은 나쁜 이름을 만대에 남기려고 하며, 김일경과 같은 심장(心腸)인 까닭에 이런 일을 벌였습니다.”

하였다. 묻기를,

“너의 처지가 어떠한가? 김일경과 같은 흉악한 역적에 대해서는 의당 엄하게 징토(懲討)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터인데, 이에 도리어 그것을 배우려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니, 공초하기를,

“좋은 벼슬자리에 있을 때에는 그러한 마음이 없었는데, 근래에는 문득 정망(停望)된 것과 같아서, 비록 추천 대상에 오르기는 하였으나 역시 의망(擬望)되지 않아서 영영 벼슬길이 막혀버린 사람처럼 된 까닭에, 저절로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서 흉악한 역적의 마음으로 변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묻기를,

“네가 설사 벼슬을 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차마 이천해와 김일경도 하지 않았던 짓을 한다는 말인가? 너도 선대왕(先大王)의 신하일텐데, 비록 나라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어찌 차마 이런 흉악한 말을 지어낼 수가 있단 말인가?”

하니, 공초하기를,

“신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조상들에게 욕이 미치게 하였는데, 스스로 난신 적자(亂臣賊子)가 될 줄을 알면서도 공연히 비명(非命)에 죽고 싶은 까닭에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흉서를 지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쓴 자는 어떤 사람인가? 참견(參見)한 자는 누구이며, 함께 논의한 자는 누구인가?”

하니, 공초하기를,

“신이 자작(自作)·자서(自書)하였으며, 다른 사람으로서 참여하여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였다. 형문(刑問)을 더한 것이 26차례에 이르렀는데, 결안(結案)에 이르기를,

“신이 바친 흉서는 김일경과 같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역적 김일경은 갑진년에 입에 담지 못할 흉언을 하였으며, 이 때문에 신은 이 갑진년을 당하여 김일경이 하던 대로 하려고 하였습니다. 신의 흉언 가운데 병신년 이하의 어구는 곧 김일경도 말하지 않았고 이천해나 신치운(申致雲)도 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신이 차마 말하지 못할 말을 써서 소매에 넣어 대궐 밖에 왔다가 직접 스스로 승지에게 전했었습니다. 너무나 흉악하고 지극히 악독한 것은 만 번 찢어죽여도 오히려 가볍습니다. 대역 부도죄(大逆不道罪)를 지만(遲晩)3787) 합니다.”

하였다. 마침내 사형에 처하였다.

  -정조실록 8년 7월 28일조

 

사건 요약하면

김하재는 전 영의정 아들인데 이조참판직에서 체직됩니다

문제는 이 체직은 뭐 관직에 있으면 한 두 번 겪는 일인데...

김하재가 왕이 제사를 드리는 동안 예방승지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는데

요새로 치면 악플이 가득

잡아 물어보니

올해가 김일성 수령 승하 30주년 운운 혹은 김재규 열사 거사 몇 주년 기념 이런 식의 답을 합니다

 

결국 사형되고

죽은 아버지도 벼슬이 추탈됩니다

 

참고로 김일경은 영조의 즉위를 끝까지 반대하고

영조를 죽이려고도 한 사람입니다

탕평을 추구한 정조라도 절대 인정 못 할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인정되면

영조-사도세자-정조는

모두 정통성을 잃고 마니까요

 

참 황당하다 못 해 혀가 저절로 차여지는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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