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조선이 총을 쓰기 시작하며 벌어진 일.jpg

의외로 근세-근대시기 동아시아에서 화기를 이용한 사격전술은 조선이 제일 선진적이었음
청나라는 딱히 화기 개발에 관심이 없었고, 일본도 전쟁할 일이 없었다보니까... 매치록 머스킷, 즉 조총을 어떻게든 개량하고 새로 만들어보고 하면서 열심히 신형 화약무기 개발에 임했고, 플린트록 머스킷도 소수나마 들여와서 모방해보려고 시도도 했고...
통념과 다르게 호란 즈음, 호란 이후에 조선군에서 활을 쏘는 궁수들은 도태되어서 조총수로 많이 대체되었음. 전군은 아니고 일부(충청도 속오군)였지만 기록상으로 7할이 넘는 병사들이 조총으로 무장했고, 민간에도 조총이 많이 보급된 상황이라... 반면에 당대 청나라의 경우 한족 녹영군이 마찬가지로 화승총으로 무장했지만 전체 청군의 숫자에 비해선 4할도 안됐음. 당대 서양에서도 시도되고 있었던 마상총기병 또한 조선에서도 시도되었는데 마상에서 쓸 수 있을정도로 작은 수준의 매치록 머스킷을 만드는건 너무나 힘든 일이라 포기하긴 함. 대신 궁기병이 줄어들고 장창과 도리깨로 무장한 중기병이 조선 후기의 주력 기병이 됨. 이것도 충격력에 몰빵한 당대 서양 군대의 창기병하고 어느정도 흡사함.

명중률 면에서 상당히 훌륭했던 건 나선정벌 때 청에서도 인정한 거니까 논외로 하고. 이건 한국과 일본의 화약무기 수용과 관련된 현상이지. 일본이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수용하고 정착시킨 화승총(matchlock musket/harquebus), 즉 조총이 공교롭게도 명중이 중요한 수렵용이었고, 조선이 그걸 받아들임으로써 명중에 방점을 두는 전술이 채택된 것이지. 위 갤러가 언급한 것에 덧붙이자면 수도 방위군의 전투병도 70% 이상 조총으로 무장하는 정도니까 마치 한국전쟁 시달린 뒤 탱크로 무장한 한국 육군 보는 것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듯.

문제는 그 화승총을 너무 잘 쏘고 더 엄청난 전쟁을 겪을 일이 없고 자원과 기술의 한계가 있다 보니 딱 거기에 있었다는 것. 이후 단계의 총기 수입과 보급이 이루어졌을 때는 이미 세계의 상황이 바뀌어버린 거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선이 살던 세계에 갑자기 다른 세계가 침투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