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한국사에서 억울한 위인 원탑
- 조영욱으로갈아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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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 어쩌면 왕이 돼서 업적이 너무 과소평가되는 위인이다. 극단적인 일부 사람들은 조선에 대한 악감정으로 이성계의 업적까지 폄하하는 경우가 있다.
"조선은 나약하고 생겨서는 안 될 나라였으니까,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민족의 매국노다"라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의 업적이 별거 아니었을까?
이성계는 고려 말 무인으로 아버지 이자춘과 함께 고려와 협공해서 쌍성총관부를 수복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함.
이후 고려의 장수로써 본인 사병 가별초까지 동원해서 전국을 누비며 적들을 물리쳤다. 그가 상대한 적들은 원나라 대군, 원나라 군벌 나하추, 여진족, 20만 대군으로 개경을 함락시킨 홍건적, 군벌급 왜구 등 적들이 정말 다양했다.
고려 말엔 동아시아 3국 모두 혼란에 빠지면서 헬게이트 제대로 열렸는데 고려는 쇠락할 대로 쇠락해서 이 침략자들을 물리칠 힘이 없었다. 북방 침략군들은 동북면의 이자춘, 이성계만 바라보면서 막아내길 바랬던 것도 고려의 정규군만으로는 이 많은 적들을 모두 상대하기 역부족이어서 그랬던거지.
한번 생각해 보자. 조선이 왜란, 호란으로 난리가 나고 나라가 망할 뻔했다고 조선을 문약하다면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성계를 싫어한다. 그런데 정작 이성계는 왜란, 호란이 따로따로도 아니고 동시에 양면에서 돌아가며 쳐들어오는 미친 상황에서 적들을 다 쳐부숨..
물론 여말의 왜구와 통일된 일본이 같냐고 생각할 순 있지만 고려 말의 왜구도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고려 말의 왜구는 조선 초중기 때 왜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이묘들의 사력선이었고 갑옷으로 중무장한 정규군이 수백 척의 배를 타고 한반도를 침략했다. 남북조시대의 경쟁에서 밀린 남조가 멸망하기 전 마지막 발악으로 한반도에 쳐들어왔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건 그냥 일국의 군벌들이 단체로 쳐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임.
그런 군대가 전국적으로 쳐들어왔으니 나라가 망해가던 고려 입장에선 진짜 국가 존망의 위기에 빠질 정도였지
게다가 위에서 봤듯이 적이 왜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원나라 대군, 나하추, 홍건적, 여진족 등 임진왜란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 수의 다양한 적들이 쳐들어왔다. 얘네가 친절하게 번호표 뽑고 고려가 적 물리치고 내부 수습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고 진짜 환장할 정도로 다발적으로 쳐들어옴.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를 지켜낸 거임.
왜구들이 기세등등해서 수도인 개경마저 점령하려 하고 개경에선 피난 준비를 할 때, 이성계는 황산대첩으로 왜구들을 궤멸시켰다.
나하추가 고려를 노리자 유목민인 나하추의 대군을 무려 평지에서 회전으로 쳐부쉈다.
원나라가 공민왕을 폐위시키고 덕흥군을 새롭게 고려 왕으로 임명하겠다며 쳐들어 왔다. 이성계가 다들 겁을 먹고 싸우기를 주저하는 걸 꾸짖자 다른 장수들이 "네가 한번 해봐라" 라며 이성계 혼자 싸우게 했는데, 그 와중에 이성계는 선봉에 서서 적장을 활로 쏴서 명중시키고 덕흥군 주력 부대를 전멸시켰다;;
원나라는 당황하며 공민왕한테 복귀 조서를 내렸다. 깨지고 나서 체면치레하려고 복귀 조서 내리는 것도 웃음벨 ㅋㅋ
한족 반란군인 홍건적이 무려 20만 명이나 쳐들어 왔을 때, 수도 개경은 함락됐다. 늙고 어린 자는 넘어지고, 어미와 자식은 서로 버리고, 서로 짓밟는 자가 가득하여 우는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고려는 아비지옥이었다.
홍건적은 백성들을 학살하고 임산부를 죽이고 유방을 베어서 구워 먹는 만행을 저지르는 등 악귀들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이성계, 최영 등이 홍건적을 격파하고 개경을 탈환했다.
어떤 사람들은 조선이 나약하고 나라를 못 지킨 실패한 왕조라며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를 싫어하는데, 과연 이게 맞나 싶다. 그런 논리면 오히려 이성계를 비난할게 아니라 높이 평가해야 한다. 민족을 위기에서 건져낸 사람임.
그리고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해서 한민족의 영토가 줄어들었다며 이성계를 싫어하는데 이것도 그릇된 생각이다.
무슨 고려가 요동 땅 이미 맡아둔 것 마냥 군사 보내고 요동 당도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기 고려는 보급도 못함. 애초에 1차 요동정벌도 고려는 보급 못하니까 "너네가 알아서 거기 식량으로 자급자족해라" 라고 명령했는데 성을 얻는 과정에서 식량창고가 불타는 바람에 실패한 거다. 이성계는 그때 요동정벌의 한계를 깨달았겠지.
그런데 이제는 중원을 통일한 명나라가 소유하고 있는 요동을 보급도 제대로 못하는 쇠락한 고려가 공격하는게 과연 맞을까?
원나라 군대 쳐부수고, 나하추 패퇴시키고, 20만 홍건적한테서 개경 탈환하고 군벌 규모의 왜구들 참살하고 요동정벌까지 시도해 본 잔뼈 굵은 명장 이성계가 처음으로 "이건 안됩니다"라고 반대한 걸 600년 뒤 후손들이 방구석에서 배 긁으면서 "아 이성계만 아니었어도 더 광활한 요동을 누렸을 텐데~ 이성계는 한민족을 한반도에 가둔 매국노다~" 이러고 있음.
그때 이성계가 압록강을 건넜다면 요동은커녕 오히려 명나라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고려가 휘청거렸을 거임. 적어도 현종 이후의 전성기 고려면 강성해서 명나라가 침공해도 멸망은 안할텐데 여말에 나라 파탄난 고려가 무슨 수로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요동을 정복하겠단건지..
댓글 4
왕으로써는 시조로써, 역성혁명으로 새 나라를 개국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난 인정함
고려의 명이 다했던 것도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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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동정벌 부분은 이성계도 모순된게 분명 고려 우왕때 정벌하러 가라고 했다가 사불가론 내걸고 위화도에서 회군하고 창왕 옹립하고 얼마 뒤에 조선 건국 했는데 정도전이랑 브로맨스 찍고 정도전 지지해주면서 기틀 잡아가던 시기에 자기도 요동정벌 시도 했었음.
저 글대로라면 보급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 사불가론 더해서 이성계는 명분을 제시 했었음. 근데 그 상황이 조선 건국하고 달라졌나? 아니라고 생각함. 나라 건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기틀도 안잡혔고 조선은 유교의 나라라고 흔히 알고있음. 거기다 조선은 고려랑 다르게 제후국을 자처 했어서 명나라랑 외교관계도 중요했었음. 근데 명나라 때리러 간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다.
왕으로는 글쎄? 장수로서는 쓉인정 신궁이라고 불릴 정도로 활도 잘 쏘고 고려말에 왜구랑 홍건적 들끓었을때 최영이랑 같이 성장한 신흥 무인세력이었는데 거기서 큰 전공까지 세웠는데 한국의 명장 이 정도인거 같음. 왕으로는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