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그 집

어둑한 골목길, 가로등 밑에 수상한 그림자가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것에 대해 가족들과 꽤 오랜시간 상의를 했습니다만, 결국 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있어."

 

밤만 되면 어디선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절대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날 그것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궁금했던 저는 해가 지기 전부터 가로등 밑을 주시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희미했던 것이 진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나타나더군요. 마치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한번 나가볼까?"

 

"관둬."

 

"이제 집에만 있는건 답답해."

 

저희 가족은, 저것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그것이 검은 그림자가 아닌 정말로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바로 '웃고 있을 때' 입니다. 

 

입꼬리를 올리고, 새빨간 입술이 벌어지면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하면, 

 

저는 너무 무서워서 결국은 창문에서 뒷걸음질 치고 맙니다. 

 

아빠는 저에게 바깥을 주시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합니다.

 

"저건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거야."

 

저는 무심한 아빠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부엌에는 엄마가. 

 

현관에는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현관문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문지기라면 교대로 하기로 권유해봤지만 도통 듣질 않네요. 

 

"엄마, 바깥이랑 연락은 돼?"

 

"아니, 전화가 영 불통이야."

 

이제는 집 앞으로 오던 신문도, 우유도 모두 끊겼습니다. 

 

사람의 발길도 뜸해졌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걱정하지 않는 걸까요? 

 

언제까지 이렇게,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걸까요. 

 

저 새까만 것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왜 우리를 잡아먹으려 안달이 난걸까요. 

 

무섭습니다. 

 

저는 너무 무섭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나 봅니다. 

 

드디어 저희집 앞에, 구원자와 같은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검은 귀신이 아닌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이요!

 

 

-------------------------------------------------------------------------------

 

 

 

나와 친구들은 내기를 했다.

 

단순한 내기, 술게임에서 진다면 폐가에 들어갈 것.

 

패배자는 꼴찌인 나와, 반칙을 쓰려고 한 영혜. 우리는 그 때 다소 취한 상태였고, 

 

그것은 아주 다행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짜로 들어가야돼?"

 

"사진만 찍고 나오면 된대도."

 

"아, 무서워. 이거 끝나고 꼭 소금뿌려줘야돼."

 

영혜는 내 팔뚝에 매달리며, 열리지 않는 문을 억지로 열려는 나를 말려댔다.

 

"안열리잖아. 그만두자.응?"

 

"창문은 열리겠지. 이리와."

 

우리는 집의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마당에는 다듬지 못한 잡초가 엉성하게 자라 바람 소리에 이리저리 휘어지고 있었다. 

 

집의 구조나 방의 크기는 모르겠지만, 

 

꽤나 큰 창문이 나무 판자로 막혀있었다. 

 

무어라 글씨가 써져있는 듯 했지만, 

 

핸드폰 조명으로 비춰봐도 읽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들어가면 죽는다, 뭐 그런 글 아니야?"

 

"몰라. 조용히해봐."

 

판자는 낡았기 때문에, 영혜와 내가 한쪽씩 잡고 뜯어내자 손쉽게 떨어져 나갔다. 

 

창문 안쪽을 들여다보자,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 가져왔지? 밧데리는 하나밖에 없으니까 아껴야돼. 잠시 비춰봐."

 

"응."

 

창문은 굳어진 채여서 

 

끼이익, 이상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열렸다. 

 

손전등으로 안을 비추자, 

 

한 번 정리된 채로 집을 막은 것인지. 

 

휑하고 섬뜩한 것을 제외하면 제법 깨끗한 방의 전경이 보였다.

 

"더러울 줄 알았는데. 가구도 없네."

 

나는 핸드폰 카메라의 플래시를 켰고, 과감하게 방의 사진부터 찍어냈다. 

 

영혜는 무섭다면서도, 창문을 넘어 집안으로 잘도 들어온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정말 조용하기 짝이 없는 집이다. 

 

폐가가 맞을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거실로 나온 뒤, 1층 곳곳의 사진을 찍고,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TV가 치워지지 않은 채로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영혜는 그것이 상당히 기분나쁜지, 

 

그쪽으로는 손전등을 비추지 않았다.

 

"오..오빠야 저게 뭐야?"

 

"뭐..뭐야, 하지마.야."

 

오히려 영혜 네가 더 무섭다고. 

 

영혜는 내 몸에 더이상 붙을 곳이 없을 정도로 밀착해왔다.

 

"아,아이고참! 가만히 있으래도."

 

영혜가 겁에 질려 달라붙는 바람에, 나는 어쩌면 조금 좋으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팔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초점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왜그러는데! 영혜야!"

 

"뭔가 본것 같단말이야. 처녀귀신이야. 처녀귀신..귀신이있다고..!"

 

"닥쳐라좀. 있으면 어떻고? 이제 사진 다찍었다! 좀 나가자!"

 

영혜는 내가 덤덤하게 받아들이자, 

 

그제서야 그나마 진정이 된 듯.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그 집을 빠져나왔다. 

 

아무일 없을거라는건 알고있었다. 

 

겁을 내면 오히려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리고. 그런 것이 문제였다. 

 

영혜를 집에 데려다주고, 택시를 잡아 탄 나는 사진첩을 열었다. 

 

그리고, 아마 정신이 들었을 때는 택시 기사의 한숨 소리와. 부모님들의 걱정하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리고 배경은 병원이었다.

 

"오빠야!"

 

"영혜?"

 

"지금 오빠 부모님들 잠깐 밖에서 얘기하고 있다. 불러올까?"

 

"아니. 아니 잠깐만. 뭐가 어떻게 된거야?"

 

"쓰러졌다고해서, 나는 걱정되서 당장 달려왔지. 혹시 귀신씌였나하고. 근데 다행히 이상은없고."

 

"사진첩, 내 핸드폰은 어딨어?"

 

나는 영혜와 함께 사진첩을 확인했다. 하지만 휑한 집의 모습뿐. 아무것도 없었다.

 

"왜그러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헛것을 봤나보다. 너, 소금은 뿌렸어?"

 

"당연하지.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영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현관문 앞에 배가 뚫린채 누워 있던 남자아이도. 

 

TV앞에서 목을 매고 있는 남자. 

 

그리고 부엌에서 흐릿하게 찍힌 여자의 형상도. 

 

영혜의 어깨에 기쁘다는 듯한 얼굴로 업혀있는 여자도. 

 

그리고, 초점이 흔들려 흐릿하게 찍혔지만. 

 

빨간 입술을 깨물고 창밖 가로등 밑에 서있는 저승사자의 모습도.   

 

 

------------------------------------------------------------------------------

 

 

 

원문 출처 : http://pann.nate.com/talk/320078260?page=16

댓글 1

지효 2019.02.14. 22:36
저승사자쉑 태업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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