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성형수술이 남긴 것


"김태희처럼요."



김태희라는 유명 여자 연예인 사진을 양손에 쥐은 그녀는 삶의 대한 희망에 들떠있었다.


수술대에 오르던 그녀는 순수하게 내일에 대한 기대감만을 품고 잠들었을 뿐이었는데.



눈을 뜨질 않는다.



과다투여. 의료과실. 사망.


서둘러 환자의 뺨을 어르고 몸을 흔드는 간호사들을 보며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흔들어 봤자야. 저 여자는 다시는 깨어나지 않아.'
 


무너져 내릴 병원의 입지와 복잡하고 집요하게 나를 압박해올 소송들이 떠올랐다.


아직 남아있는 미지근한 여인의 온기가 지금 이 상황을 직시할 수 없게 만든다.



사망시각 오후 3시 11분.
 


스물 셋의 나이에 이 여자는 예뻐지고 싶어서 죽었다.


얼굴을 조각하는 나는 오늘부로 사람의 생명을 갈기갈기 찢이긴 살인자가 되었다.



"의료과실을 인정한다는 말씀입니까?"



병원의 책임변호사가 안경을 고쳐쓰며 물었다.


높낮이 없는 그의 말투가 기계음처럼 감정이 느껴지질 않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변호사는 손에 들린 프린트물을 테이블에 던저놓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김원장님께서 저에게 솔직하게 인정해주신만큼 저도 준비를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둘러 서류가방에 물건을 챙기던 변호사는 일어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원장님. 당연한거지만,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의료사고가 아닌 의문사라고 주장하셔야 하는거."
 


변호사는 말을 다 끝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번쩍였다.


그가 하는 말은 쉽게말해 시치미를 때라는 소리였다.



사람들에게 내가 할말은 그저 "왜 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하는 준비 된 멘트 뿐이었다.
 


집도 당시 간호사들에게 현금을 건네주었다.
 


단단한 돈뭉치를 꺼내드는 나의 모습을 보며 간호사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


입을 굳게 닫으며 가만히 돈을 받아 들었다. 그녀들은 어떤 의미에서 나보다 프로다웠는지 모른다.
 


인생의 대처에 있어서.
 


김태희처럼 되고 싶다던 그녀의 말은 커다란 대못처럼 머리에 박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집에서 틀어 놓은 TV에는 쉴틈 없이 그녀의 광고와 드라마, 영화등이 방영되고 있었다.



김태희를 볼때마다 나는 이미 차갑게 식어 관속에 누워있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입을 더 시원한 모양으로 만들어 주기위해 옆으로 칼자국을 들였었다.


코를 더 들어주려고 살을 들어 조형물을 넣어줬었다. 코 주변으로 실밥이 꿰어있던 모습이 확연했다.


눈을 째는 동안 주름에 파고들은 핏자국이 말라 비틀어져 비릿한 향이 올라왔었고,


이마에 담아두었던 보정물은 아직 자연스럽게 자리잡지 않아 흉측한 뿔처럼 한 쪽이 볼록하게 튀어나와있었다.



만신창이가된 그녀의 얼굴과 김태희의 얼굴이 겹처 떠르는 통에 깊은 새벽녘가지도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수술대에서 미끄러져 내리던 그녀의 팔목은 너무 가늘고 여렸다. 분명히 살아 움직이던 그녀를 내가 멈춰버렸다는


죄책감은 천천히 머리를 좀먹어 가다가 가슴에 닿으며 내 생활을 황폐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걱정이었다.
 


"정확한 원인을 의사가 모른다구요."
 


차분한 말투 속에 차가운 파란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부모들은 내게 악을 쓰지않아 나를 더 죄스럽게 만들었고,


눈물을 터트리지 않아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가 말이 없자, 변호사가 나서 입을 열었다.
 


"마취가 환자에 몸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수면마취중


이런 일이 간혹 일어나긴 합니다만, 이런일은 병원측에서의 잘못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변호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해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눈을 매섭게 쏘아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가 방송국에서 사람을 부르던, 인터넷에 하소연을 하건. 이쪽 병원과는 전혀 무관하시겠네요?


의학계사람들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그저 이곳에서 일어났을 뿐이라는 말씀이시죠?"



변호사는 눈은 웃고있지도 않으면서도 입꼬리를 치켜들어 웃어보였다.


변호사는 서류가방에서 빼곡하게 글이 세겨진 A4용지 묶음을 꺼내 들었다.



"왜 관계가 없겠어요. 장사자리를 옮겨야 할텐데."
 


변호사가 더 차분해진 말투로 말을 했다.



"자리만 옮기면 다 해결될줄 알아?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꺼니까. 해봐."


"어머니 그런 말씀이 아니지요. 우리 장기전으로 끌고가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서류가방에서 나온 종이위에는 비밀, 서약, 10억 등의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다.



"10억?"



종이를 읽던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그녀를 보며 변호사가 대답을 했다.
 


"저희는 따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사실이에요. 소송으로 끌고간다면, 서로가 힘이들고 지치는 소모전이 될 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이런 소송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에요. 장담하겠지만, 소송으로 이끌어 간 후에 결국 이기는 것은


저희입니다. 저희는 증거자료가 이미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는 있습니다. 저희가 10억을 드리고 싶은 이유는 간단히


말씀드려서, 잘못없는 저희를 탓하지 마시고 이제 그만 잊어달라는 말씀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저희가 따님을


죽였다는 뜻는 절대로 아닙니다. 이 일을 잊어주시는 대가로 10억을 드리는 겁니다."



변호사의 말에 턱을 궤고 듣던 그들은 별다른 대꾸없이 통장번호를 메모지에 남겨두고 떠났다.


메모지에 담긴 글자가 날카롭고 명쾌하게 써내려간 것이 달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로 이제 더 이상은 말이 없겠죠."



커피를 홀짝이던 변호사가 말했다. 변호사는 아직 잔에 한참


남은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내게 다가섰다.



'왜요? 10억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세요?"
 


10억으로 어린 여자아이의 생명과 내 삶을 샀다. 결코 비싼값은 아니었다.


다만 안도를 해도 되는지 내 스스로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변호사는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듯 나를 통찰하는 느낌으로 말했다.



"잊으세요. 그런 여자애 하나 정도는 10억이면 비싼 가격입니다. 원장님은 예의를 다 보이신거에요."
 


나를 납득시켜주고 싶었는지 변호사놈은 마지막말을 뱉으며 병원을 빠져나갔다.
 


"멀쩡한 얼굴에 칼 자국 내달라고 온 사람들이 더 잘못 아닌가요?"
 


그가 문을 닫고 떠난 원장실에는 적막만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 적막을 평화라고 느껴야할지는 의문이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변호사 녀석도 죽어버린 여자아이의 부모도, 병원 간호사들도 심지어는


나 자신 조차도 죽어버린 그 딱한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앞으로 김태희가 TV에 나올 때마다 떠오른 흉한 그 아이의 얼굴을 지우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돈다발을 안겨줘야 할까.
 

 


-끝-

 

 

 

 

 

 

 

 

 

**원문에는 '이태희'라고 되있지만, 어설프게 이름 비슷하게 쓰는게 좀 그래서 그냥 '김태희'로 고쳤습니다.

 

만일 원작자 분이 뭐라고 하시면 고칠게요.

 

 

 

 

출처 : http://gongbe.com/index.php?mid=board&d0cument_srl=5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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