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레딧) 소원을 비는 우물 밖으로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나는 멍청이다.



오후까지만 해도 나는 좋은 엄마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가을날이었고 낙엽이 너무도 멋져서, 딸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숲속을 걷는 동안 아이는 어렸을 때 들은 동화를 떠올리며 끝없이 재잘댔고, 나는 들었다.

그 동화들을 다 읽어 준 게 나라는 건 우리 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여기까지는 하나도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낡고 오래된 소원 비는 우물로 아이를 데려간 건 분명 바보같은 짓이었다.

아이는 눈을 반짝였다.



"엄마, 엄마는 여기에 빌었어? 동전 던지고 소원 빌었어?"

"딱 두 번 빌었지." 내가 답했다. 

"한 번은, 너를 가지게 해 달라고 빌었단다. 그리고 이루어졌지. 동전 하나에 너를 사 온 거야."

딸은 키득거리며 두 번째 소원에 대해 물었다.

"그건 정말 진심을 담은 소원이었어. 또 너에 대해 빌었거든."

"하지만 벌써 가졌는걸!"

나는 미소지었다.



"그랬지, 하지만 너를 잃고 싶지 않았단다.

네가 아기였을 때 두 번째 소원을 빌었어. 네가 너무 아파서, 의사들이 희망이 없다고 했거든.

엄마는 너무 슬펐고, 또 동전을 던졌지. 그리고 소원이 이루어졌어. 엄마 소원 마음에 드니?"

"응!"

나 역시 그래.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난 정말로 그 소원을 빌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부 해주진 않았다.

던진 직후, 동전이 내 발치로 다시 튀어나온 다음의 이야기 말이다.

그 동전을 다시 집은 순간 깨달았다. 우물 밑에 있는 무언가가, 혹은 우물 그 자신이,

소원을 돌려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동전보다 가치있는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빠도 소원을 빌었어?"

그래. 그것도 물어보겠지.

거의 알지 못하는데도, 딸아이는 자기 아빠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나는 다른 모두에게는 남편이 도망갔다고 말해왔지만,

아이한테는 그이가 실종되기 전까지 아주 헌신적이고 자상한 남자였다고 이야기했다.

딸아이의 상상 속에서 남편은 사라진 왕이었고, 자신은 공주였다.



"아니, 아빠를 여기 데려와본 적은 없단다."

그래.

딱 한 번만 빼고.

우물이 더 가치있는 것을 원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한밤중에,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

내 이름과 비슷하게 들리는 끔찍한 신음소리가 울리고, 역한 냄새가 풍긴다.

눅눅한 지하실이나 동굴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 비슷한 것이다.



갑작스레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뼈가 드러난 손에 의해 창문이 깨져나갔다.

썩은 살점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가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사라진 아빠를 그리워하는 소녀가 빌 소원이란 하나밖에 없는데도?

왜 그 아이에게 동전을 주었을까?

 

 

댓글 2

지효 2019.04.25. 19:19
아빠가 치킨사왔다
댓글
리나군 2019.04.25. 20:13
 지효
곰팡이 핀 썩은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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