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2ch) 깃들어 있는 것

몇 년 전에 있던 무서운 이야기를 투하하겠음.

 

 

 

그 당시 나는 지방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고, 같은 과 녀석들과 떼를 지어서 자주 놀았었다.

가끔 끼어노는 녀석들을 포함해 남자 4~6명, 여자는 4명.

자취하는 녀석의 방에 모여서 술판을 벌일 때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걸 유난히 싫어하는 여자애도 있었는데, 이 아이를 A라고 하겠다.

A 쪽이 나와 특히 사이가 좋은 아이였다.

 

괴담을 좋아하던 여자애가 B인데, B도 딱히 4차원 계열은 아니었고

무서운 얘기를 하더라도 체험담이 아니라 이거 완전히 다른 스레드에서 재밌게 본 얘기를 들고 온 거 아닌가,

싶은 무서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이로, 실제로는 귀신같은 걸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A 쪽이 "보여" 같은 소릴 했었고, A는 항상 B를 꺼리는 눈치였다.

둘이서만 노는 일은 절대 없는 데다가, 모여서 놀더라도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여서

나와 다른 한 명, A의 "보인다"는 말을 믿는 놈(C)은

정말로 영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난삼아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B와 사이가 좋은 남자 하나가 심령스팟 이야기를 꺼냈다.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어서 B도 다른 놈들도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담력 시험 투어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자리에 없던 녀석들도 불러내기로 해서 나는 A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

나 자신은 굉장히 가고 싶은 쪽이었지만, A는 분명 싫어하겠지?라고 생각해서

 

 

"지금 ~~근처에 갈 거야. 뭐 근데 담력 시험 겸해서 가는 거기도 하고, 안 오는 녀석들도 있을 거야. "

 

 

라고 말했다. 그러자 A가 말을 가로막듯

 

 

" 혹시 가려는 곳이 그, 엄청 큰 빈집, 거기 말하는 거야? 거기서 담력 시험을 하겠다고? "

" 아, 응. 그 집 뒤쪽에 뭔가 있다더라고. "

" … … 가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아? 아니, 가지 마. 다른 애들 집에서 술 마시면서 무서운 얘기 하는 게 더 낫잖아. 일부러 그런 데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

 

 

웬일로 A가 괴담 이야기를 꺼내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잔뜩 신난 친구들은 한창 담력시험 준비 중이었다.

 

" 아니 … 지금 애들 다 가려는 분위기인데다가 … 넌 내키지 않으면 빠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

 

 

그러자 A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 … … … B도 가? "

" 가. 지금 제일 의욕 넘치는 상태. "

" … … 그렇구나 … 그럼, 나도 갈 테니까 조금 기다려줘. "

 

 

놀랍게도 A는 정말로 담력 시험에 참가하게 됐고, B와 같은 차에 타게 됐다.

결국 못 오는 녀석들도 있어서 총 6명이서 왜건 한대를 타고 출발했다.

 

B는 약간 눈치가 없는 구석이 있어서 A가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었다.

차 안에서 처음에는 신나게 떠들어 댔지만, 금방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 아르바이트 때문에 조금 지쳤나 봐. 졸려~ "

 

 

졸린 듯 하품을 해대는 B에게 A가

 

 

" 좀 자는 게 어때? 도착하면 깨워줄게. "

" 고마워. 미안, 조금 눈 좀 붙일게. "

 

 

B는 운전 중인 녀석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A는 말없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근데, 도착할 때까지 B는 완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완전히 숙면상태였다, 아니, 폭면이었다.

" 그냥 자게 둘까? " 라며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A가

" 데리고 가자. 놓고 가면 나중에 화낼 거 뻔하니까. "

라며 B를 잡아다 강제로 자가용에서 끌어냈다.

하는 수 없이 C가 B를 업게 됐는데, A는 계속 B의 손을 잡은 채로

다른 차를 타고 온 녀석들이 도착한 뒤 제일 앞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는 오래된 집은 평범하게 기분 나쁜 빈집이었는데, 다들 꽤 흥분하기 시작해서

" 우와 - " 같은 소릴 해댔다. B는 여전히 잠든 채로. A는 여전히 B의 손을 잡은 채였다.

드디어 본격적인 코스에 들어가서 집의 뒤쪽으로 가보니, 오래된 우물 같은 것이 덩그러니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마른 우물 안에 작은 일본식 인형의 집 같은 것이 있었다.

" 뭐야~? " 라며 누군가가 몸을 들이미는 순간, A가

" 물러서! " 라고 동시에 외쳤다.

들여다보던 녀석이 그 소리에 놀라서 몸을 다시 바로하고 나자,

' 달칵 … ' 인지 ' 끼익 … ' 인지 웬 금속음 같은 작은 소리가 들렸다.

 

 

" 물러서! 빨리 물러서! 어서 이쪽으로 와! "

 

 

A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이미 주변은 진즉 엄청 기분 나쁜 기운으로 충만해있었다.

달각달각, 잘그락잘그락, 하는 이상한 소리 같은 게,

게다가 점점 그 수를 늘리는 듯이 들려왔다.

뭔지도 모르겠는 우물 안에서,

이    쪽    을    향    해    서.

 

 

얼른 도망치고 싶은데도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옆을 보니 역시나 친구는 주저앉아 있었고,

소리는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글쓴이)군, 좀 더 이쪽으로 와! "

 

 

A가 소리를 지르며 내 손을 잡아다 무엇인가를 꽉 잡게 했다.

내가 꽉 잡고 있는 것을 본 A는, 이번에는 바로 옆에 주저앉아잇는 녀석을 필사적으로 끌어다

또 무엇인가를 붙잡도록 했다.

뭐랄까, 잘 보니 내가 잡고 있는 건 B의 오른발이었고 아까 주저앉아있던 녀석이 잡은 건 B의 왼손이었다.

B의 오른손은 A가 잡고 있었다. C는 여전히 B를 업고 있었다. A는 B의 손을 여전히 잡은 채,

필사적으로 다른 친구들을 끌고 왔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여러 가지 의미로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정신 차려보니 눈앞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

하얀지, 조금 회색이었는지 아니면 반투명한지, 연기인지 그림자인지 뭔지 잘 모르겠는 '뭔가'가 우리들 앞에 있던 것이다.

마침 그 주변에서 잘그락잘그락잘그락잘그락, 달각달각달각달각, 같은 금속음이 귓속에 울려 퍼졌다.

아니, 이렇게 쓰면 그 연기 같은 게 금속음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우리들은 ' 연기인지 그림자 같은 것'의 등을 보고 있었고, 그게 '금속음을 내는 보이지 않는 어떤 녀석'을 막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 (글쓴이)군, C군, 움직일 수 있겠어? 도망가자!! 빨리 도망가자!!! "

 

 

A가 소리치는 말에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자동차로 향했고, 어떻게든 올라타서 도망쳐버렸다.

C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뒤를 돌아보니,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긴 했지만 금속음만이 꽤 오랫동안 들려왔다.

 

그 후. 돌아가는 길까지 한참 숙면 중이었던 B에게 '아무 일도 없어서 깨우지 않았다' 고 설명하고

돌려보낸 후, 모두 덜덜 떨면서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 술을 마셨다.

 

 

며칠 후 A를 붙잡고 경위를 물어보니, A는 질색한 듯한 얼굴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우물이야말로 정말로 위험한 것이었다는 건 예상대로였다.

" 집 앞에 있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집 뒤편의 우물을 보면 안돼 "

라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우리들을 구해준 묘한 그림자였는데, A는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을 하고

"그건 B의 … … 뭐라고 해야 하나, B에게 들러붙어 있는거야" 라고 말했다.

 

A가 B를 피했던 건 그녀를 싫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B에게 붙어있는 어떤 존재가 있는데, 그게 너무 강하다 못해 섬뜩한 존재였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B에게 붙어있는 귀신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위화감이 느껴졌다나.

어느 날, B에서 나온 '그것'을 보고 문득 눈치채게 되었다는 모양이다.

'그것'은 'B의 안'에 있는 것이라고.

" … … B가 그것이 존재하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어서 출입구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B 자체가 그것이 깃들어있는 장소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 "

 

 

A도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그건 B한테서 나왔다가, 다시 B의 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다른 영적인 것들 모두 B를 피하는 모양으로, 아마 '그것'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 그건 우리들을 지켜준 것도 아니고, B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문이나 집이 망가지면 큰일이잖아. 그러니까 … "

 

 

뭐라도 해야 하나 싶다가도 B는 정말로 귀신을 믿지 않는 데다가, 평범한 귀신도 아니라서 쫓아내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그냥 뒀던 건데, 나는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어.라고 A가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B를 심각한 위험에서부터 지켜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 우리가 정말로 위험한 장소에 간다는 것을 알고, 멈출 수 없다면 B 안에 있는 '그것'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따라갔던 것이라고 한다.

 

 

" 그게 지키고 있는 건 B뿐이야.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우물에서 나온 뭔가에게 잡혀서 바로 생을 마감했을 거야. (글쓴이)군도, 다른 애들도. "

 

 

이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진 걸 얼버무리려고,

 

 

" … … 하지만, 대체 뭘까? B에게 붙어있다는 거. 꽤 좋은 거 아니야? 결국 지켜준다면 말야. "

 

 

라고 말하자 A는 부러운 듯, 무시하는 듯 복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 있잖아, (글쓴이)군. 네 뱃속에 기생충이 살고있는데, 그게 부화할 때까지는 널 지켜줄 것이란 말을 들으면, 그게 정말로 기쁘게 생각되겠어? "

" … … "

 

 

… … 어쩐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B에게 깃들어있는 것은 어쨌든 자신의 어떤 사정으로 인해 B 안에 있다가 얼굴을 내밀었다가 할 뿐, 자칫하면 B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 갈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언젠가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B를 부수고 나갈지도 모르는 데다가, 주변 사람이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거기다 B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 그냥 둘 수밖에 없겠네. "

 

 

이렇게 말한 A는 한숨을 내쉬었다.

 

 

" 우물에서 나온 것도 정말 굉장했어. 신이 최악의 상황에 치달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

평범한 영능력자라면 분명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놈이었다구.

그런 것과 맞서는 B의 '그것'도 그래. 우리가 뭘 하고 말고도 없어. "

 

 

 

 

*

 

 

 

그날로부터 꽤 시간이 지나, 나도, A도 B도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이때 일이 생각나서 투하해봤어요..

덧붙이자면, 생각난 이유는 B에게서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낳아서 건강히 잘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A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전하니

" B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게 얌전히 있어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

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니, A는 B가 지금도 그것을 짊어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 령과는 다른, 그리고 인간의 안에 사는 뭔가라니.

대체 뭘까요? 아니, 우물 안의 미니하우스에서 나온 금속음도 신경 쓰이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누군가 짚이는 게 있다면 가르쳐주세요.

긴 글 죄송합니다. 이상입니다.

 

 

*

 

 

위에 우물 속의 미니하우스와 아는 사람 안에 살고 있는 어떤 것의 이야기를 쓴 사람입니다.

타이밍 나쁘게 글을 쓰게 되어 유감입니다.

참고로 그 이후 접속규제에 걸려버렸음orz

오컬트판에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까, 싶었는데요.

 

여담이지만 B는 무서운 얘기와 함께, 종종

" 리얼 영적 체험을 해보고 싶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거든 "

같은 소릴 하기도 했습니다.

위 이야기 전후에도 담력 시험이나 콧쿠리상같은 것을 재미 삼아해보기도 했던 모양인데,

전부 실패한 것 같았습니다.

 

이후 A가 말한 것에 의하면,

 

" 불가능할 거야. 그건 B 본인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되어있는 것 같은데다가,

다른 령은 영감의 유무를 논하기 이전에, 그 어떤 존재도 B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으니까.

우물 속의 그 소리는 평범한 령이 아니었으니까 접근하려 했던 거겠지만.

그러니까 B 안의 그것도, B를 잠들게 해서 전력으로 보호하려 했던 게 아닐까. 이건 내 상상이지만. "

 

그러고 보니 그날 밤은 A가 그렇게나 소리를 질렀는데도 B는 잠 깨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게 떠올랐습니다.

 

저 또한 그로부터 훨씬 전, B가 잡담으로

" 집에서 혼자서 콧쿠리상 (같은 뭔가 심령계 놀이)을 했었는데 반응도 없었고, 졸리기까지 해서 그대로 자버렸어. 이런 거 꽤나 성공하기 힘든 것 같아. "

 

라고 말하는 걸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 … 아니, 사실 아주 제대로 성공했다 … …  라던가. 그렇다면,

그때 분명히 뭔가가 나타난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

댓글 2

지효 2019.04.25. 19:29
뭔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댓글
리나군 2019.04.25. 20:17
하기야 계속 잤다는게 이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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