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단편] 순서

"일을 할 때는 순서가 있는거야."

 

선홍빛 고기를 든 채로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꽤 섬뜩하다.

 

"고기를 몇 개 숙성시키긴 했지만 지금은 염지한걸 먹고싶네..."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였다.

 

곧이어 그는 한손에 소금과 후추를 한웅큼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숙성시키기 귀찮으면 염지라는 것을 해도돼, 알겠어?"

 

나는 그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불판위에 올라간 고기에선 꽤나 맛있는 냄새가 난다.

 

"고기가 어느정도 숙성되면 이렇게 굽기 시작하는거지."

 

"하긴 너는 처음이니 잘 모르겠지"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고개를 끄덕이는것이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그는 냉장고를 열어 고기를 만지작거린다.

 

"고기는 어느정도 숙성시켜야 할까?? 알아??"

 

나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하기 꽤 힘든 상황이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는 칼로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런건 원래 직접 겪어봐야 잘 이해가 되는법이야."

 

그는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큰 칼을 든채로 다가온다.

 

"아, 맞다. 항상 요리를 하기 전 그리고 한 후에는 뒷처리를 잘 해야해"

 

그가 들고있던 칼은 곧 내 목을 깔끔하게 그어냈다.

 

마치 고기를 손질하기전 피를 빼는것처럼.

 

"일을 할 때는 순서가 있는거야."

 

 

 

 

 

 

ps.  이건 두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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